세월호 재판, 그 두 번째 이야기
세월호 재판, 그 두 번째 이야기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06.18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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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대부분 혐의 부인, 피고 손 모씨 혼자 혐의 인정
24일 오전 공판준비기일 끝낸 후 오후 첫 공판 시작

“우리는 아직 짐승 같은 선장의 얼굴을 똑똑히 보지 못했다구요!”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달이 넘어가면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고 관련 책임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유가족들의 가슴앓이가 더해가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형사 11부·부장판사 임정엽)에서 첫 공판 준비기일이 열리고 일주일이 지난 17일 오전 10시 두 번째 공판 준비기일이 열렸다.

손 모씨, 혐의인정 다만 양형 고려해 달라

이날 유가족들은 경기도 안산에서 대형버스 3대에 나뉘어 아침 일찍부터 광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법원으로 이동한 후 1차 재판 때보다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전 10시부터 지난 공판준비기일에 시간제한으로 피고인 의견을 진술하지 못한 1등 기관사 손 모씨 등 4명의 피고인에 대한 의견 진술이 진행됐다.

주목할 점은 유일하게 손 씨만 변호인을 통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다투지 않겠다는 취지로 즉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인정한다는 뜻을 밝혔다.

변호인은 “지시를 받지 못해 순식간에 배가 기울어서 인명을 구조하지 못했고 무죄를 주장하지는 않겠다”며 “단 양형 과정에 있어 미안함과 죄스러움, 자괴감에 시달려 왔던 손씨의 사정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또 “무리한 개조로 복원성을 상실, 세월호를 시한폭탄으로 만들어 결국 침몰하게 만든 관련자들의 처벌이 적절하게 이뤄지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선원들이 처벌받아도 제2, 제3의 세월호 사건은 또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나머지 3명의 피고인들은 지난 준비기일에 진술했던 혐의를 부인했던 다른 피고인들의 입장과 같았다. 몸을 제어하기 힘든 점, 짧은 승선 경력 등 조각사유를 들어 정상 참작을 주장했다.

이러한 피고인들의 주장으로 유가족들은 점점 분통이 터져 가슴이 더 찢겨지는 듯 했다. 또한 이번에도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피고인들은 장시간동안 진행되는 재판 중에 졸고 있는 모습을 들키기도 했다.

“아니 왜 앉혀놓고 있냐고요. 저 악마 같고, 마귀 같은 사람이 꾸벅꾸벅 졸고 있어요. 재판장님은 위에서 내려다보시니까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아래 방청석에서 보는 것은 다릅니다”

약 6시간 동안 진행되는 재판 중간에 유가족들은 2~3차례 항의를 했다. 계속 지적된 피고인의 얼굴을 몇 분 동안 응시해본 결과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겉으로 눈을 감고 있지만 한두 번씩 고개가 떨어지자 흠칫 추스르며 다시 올리는 모습을 계속 발견할 수 있었다.

검찰 추가 증거 600여개 제출해

오전 11시 6분경 10여분의 휴정을 하고 답답한 마음에 가족들은 잠시 법정에서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휴정시간에도 마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앉아있는 유가족의 모습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상처의 무게가 짓누르고 있는 듯 했다.

다음은 지난 첫 공판준비기일에 검사측이 제출한 1,929개 증거에 관한 피고인 측의 의견이 이어졌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모두 동의하는 피고인도 있었으나 대부분 피고인들은 입증취지 부인 등 내용을 부인한다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선사에서 퇴선 명령을 했다고 주장하는 피고인도 있었다. 어린 아들·딸을 갑작스럽게 잃은 유가족들은 결국 분통이 터지고 눈물이 차올랐다.

“우리 아이와 사고 당일 오전 10시 11분부터 5분 동안 통화를 했는데 엄마 울지마, 금방 구조돼서 나갈께라는 말과 함께 전화가 끊긴 뒤로 우리 아이는 6일 만에 물속에서 올라왔다구요”

“우리 아이는 구명조끼를 입고 선내에서 기다리고 지시대로 있다고 연락을 왔습니다. 구명조끼 착용 지시를 내리고 구조가 용이한 갑판 위에 있으라고 했더라면!! 변호사들은 그걸 변호라고 하는지....”

방청석에서 듣고 있던 유가족들은 사고 당시 아이와 마지막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아픈 기억이 떠올라 숨죽여 오열했다.

현대중공업에서 근무하며 선박을 설계했던 유가족은 “배는 무엇보다 평행이 생명입니다. 그런데 이미 세월호는 증축으로 인해 신변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배를 떠난 선원들도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사전에 배가 갑자기 침몰해서 위험할거라는 생각을 못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고 반박했다.

이날 검찰은 새로운 626개의 증거를 추가 제출했으며, 아직 접촉하기 어려운 생존 학생들의 진술 및 영상자료 등을 2차 추가로 제출할 예정이다.

세월호 쌍둥이배, 30일 ‘오하마나호’ 현장검증 실시

검찰은 피해자 소유 영상, 수사 자문단의 보고서, 컴퓨터 그래픽 형식의 실물 시뮬레이션 등을 3차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피고인들은 구조가능성 등에 관해 서로 진술이 다를 수 있는 점을 근거로 다른 피고인에 대해 신문할 기회를 부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배의 침몰 원인과 관련해 고박전문가, 설계담당자, 구조작업에 참여한 최초 해경 등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이날 재판부는 오는 30일 인천항에서 세월호와 ‘쌍둥이배’라고 불리는 오하마나호를 통해 현장검증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현장검증에서 실체규명을 위해 피고인 3~4명을 포함해 재판부, 검찰, 변호인단, 피해자 유가족 대표까지 3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4일 오전 10시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며, 같은 날 오후 2시부터 당초 7월 8일에 시작될 공판일정을 앞당겨 본격적인 첫 공판일정에 들어간다. 공판기일에는 진술고부권 고지와 인정신문 등의 모두절차를 시작으로 증거조사, 피해자 및 증거인신문 등 사실 심리가 펼쳐진다.

또한 첫 공판기일에 침몰 상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1시간 분량의 영상을 법정에서 시청할 예정이며, 단원고 학생들은 학기말 시험을 마치고 수업이 없는 7월 말~ 8월 초 2주동안 학생 생존자의 증언도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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