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소통, 그 쉬운 일과 작은 일
변화와 소통, 그 쉬운 일과 작은 일
  • 김정희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운영위원장,시민기자
  • 승인 2014.06.18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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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문화교류재단운영위원장, 시민기자

“어려운 일은 쉬운 데서 도모하고 큰 일은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하나니 세상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 일어나고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끝내 큰 것을 꾀하지 않으므로 큰 것을 이룰 수 있다.”
‘노자’에 나오는 말이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예술극장이 '광주 예술가에게 듣다'를 주제로 한 토크 행사가 있었다. 지역 공연예술계와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아시아예술극장 토크' 중 첫 번째 행사에 참여했다.

'아시아예술극장 토크'는 아시아예술극장의 비전과 개관 준비 현황을 공유하고 지역 공연예술 기관 및 예술가의 의견을 듣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소통프로그램은 앞으로 3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소통은 여럿 사이에서 관계를 맺는 과정적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복수로서의 사람‘들’이 있기에 사이라는 관계 공간이 형성되고 그 안에서 언어를 매개로한 소통이 발생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지역 문화예술인들과의 ‘사이’의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려는 아시아예술극장의 담론적 노력이 시작된 셈이다. 일단 그 노력에 대한 수고를 칭찬한다.

하지만 30여명의 다양한 차이를 지닌 문화 예술가들이 고유한 차이를 유지하며 복잡하고 본질적인 문제들을 논의하기엔 ‘토크’의 방법이 효과적이지 못했다. 30여명이 한 마디씩 말한다면 몇 분씩이나 말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일방적 주도와 설명, 과정의 생략에 대한 궁색한 답변도 유연하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라는 ‘위기’에 대한 강박적 두려움을 강조하기보다 비판이 가능한 타당한 주장들을 수용하려는 열린 사고가 아쉬웠다. 대부분의 행정기관이 공청회, 설명회를 했다라는 실적을 위해 하는 형식적인 행사가 아니었으면 했다.
이날 발제를 맡았던 김도일 문화평론가는 아시아의 미적 가치를 실험, 생산하는 창작의 전방위 거점으로 아시아예술극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 감상의 공간이며, 사유의 공간, 소통의 문화공간이 될 아시아예술극장은 지역예술과의 융합적 관계를 통해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급자와 수용자적 관계가 아니라 예술가와 시민의 협치적 노력을 전제로 아시아예술극장과 광주 예술가와의 커뮤니티를 통한 발전 방향을 찾는 접점의 장을 제안했다. 그동안 아시아 예술극장은 일련의 준비과정에서 대부분의 작품이 복합다원예술이라는 점과 외국 작품 중심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물론 지역의 예술인이 일부 참여함으로써 지역 예술인과 협력하는 형식적 결합은 보이나, 좀 더 깊이 천착하면 광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예술적 관습과 문법에 대한 배제와 지역문화 정체성의 가치가 존중되지 않는 단절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화시설 혹은 문화공간은 거점공간의 크기나 규모에 의해서가 아니라 특성과 역할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지역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의 증대뿐 아니라 지역문화 활성화에 촉매적 역할, 지역문화 발전, 정체성 정립 작업이 절실하다.
우리나라의 척박한 공연문화 시스템을 살펴볼 때, 예술생산을 하는 예술 전문가와 예술을 소비하는 소비자들 사이의 효과적 연결과 소통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다양성과 정체성이 공존하는 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구조의 꽃이 피어난다.

사람들 속에서 공통점뿐 아니라 차이점을 인식하면서, 즉 갈등과 긴장을 겪으면서 얻어가는 것이 바로 소통이다. 소통은 문화 예술의 수단이고 목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들의 질서가 뒤바뀌거나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변화와 소통, 그 쉬운 일과 작은 일 -함께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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