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추락에는 이유가 있다④
안철수의 추락에는 이유가 있다④
  • 박용구 객원기자
  • 승인 2014.06.0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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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회색분자’
▲ 박용구 객원기자

정치적 입장이 애매모호한 사람을 일컬어 우리는 ‘회색분자’라 한다. ‘회색분자’의 사전적 의미는 소속, 정치적 노선, 사상적 경향 따위가 뚜렷하지 아니한 사람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이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진보와 보수 사이를 줄타기한다. 또 명백히 밝혀진 역사적 사실마저도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안철수는 2번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에 참배를 함으로써 바로 이 ‘회색분자’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국민통합’이라는 허울좋은 명분으로 수많은 민중을 압살한 독재자 앞에 머리를 숙였다.

안철수는 지난 대선 출마선언 직후 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에 참배했다. 당시 그는 박정희에 대해 “박 대통령 시대에 우리 산업의 근간이 마련됐다”면서도 “반면 이를 위해 노동자, 농민 등 너무 많은 이들의 인내와 희생이 요구됐다. 법과 절차를 넘어선 권력의 사유화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양비론을 펼친 바 있다.

이후 2014년 신당 창당에 나선 안철수는 새해 첫날 다시 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 묘소에 참배했다. 새정치추진위원회의 김효석·이계안·박호군·윤장현 공동위원장, 송호창 무소속 의원 등이 이날 그와 함께 했다. 독재자 박정희의 묘에 머리 조아린 이들의 이름을 역사는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

그는 이날 방명록에 “열어주신 길, 우직하게 나아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기자들에게는 “역대 전직 대통령들에게는 공과가 같이 있다. 공은 계승하고 과는 극복하는 게 후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안철수의 양비론에서 우리는 그의 빈곤한 역사관을 엿볼 수 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정통성을 갖춘 사람에게만 허용되어야 한다.

백번 양보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업화의 근간을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절대 다수 국민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형적인 산업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소수 권력가들과 재벌들은 배를 불리며 정경유착을 고착화시켰다.
억압적 노동정책과 노동통제로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렸고, 농민들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결국 박정희식 산업화는 소득분배구조의 악화, 도농 간 그리고 지역 간 과도한 불균형 등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이도 그렇거니와 다수의 국민들이 박정희를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는 이유는 그가 저지른 친일전력, 군사쿠데타, 민주주의 압살, 헌정파괴 등의 치명적인 과오 때문이다.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 또는 오카모토 미노루(岡本實)로 창씨개명한 박정희는 일본제국주의 황군장교가 되기 위해 일본 육사를 졸업하면서 다음과 같이 충성맹세를 했다.

“나는 오늘 충량한 황국신민으로서 천황 폐하와 부의 황제 폐하께 멸사봉공의 정신으로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나는 대동아 공영권을 이룩하기 위한 성전에서 목숨을 바쳐 사쿠라와 같이 훌륭하게 죽겠습니다.”

게다가 박정희는 5.16 군사쿠데타의 주범으로 이후 18년간이나 민주주의를 유린한 독재자였다. 박정희는 유신쿠데타로 영구집권을 노린 헌정의 파괴자였으며, 악랄한 긴급조치를 통해 수많은 민주인사들을 죽이거나 탄압한 살인자였다.

이 때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독재자로 낙인찍혔고, 지탄을 받아왔다. 그래서 안철수의 박정희 참배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박정희의 묘에 참배한 안철수는 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회색분자이며, 정체성 없이 떠돌아다니는 ‘박쥐’와도 같은 기회주의자다.

안철수는 민주주의에 대한 분명한 의식과 제대로 된 역사관의 소유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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