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나쁜 정치'에서 비롯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나쁜 정치'에서 비롯되었다.
  • 김영주
  • 승인 2014.04.28 1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엔 [스파이더맨②]를 이야기하려고 했다. 내가 ‘마블 코믹스’의 영웅 중에서 스파이더맨을 유별나게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예고편을 보니 그 3D액션의 생동감이 끝내주겠다는 기대로 잔뜩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한 달 전에 [캡틴 아메리카]를 재미있게 보고도 그 이야기를 이번 [스파이더맨②]와 연결지어서 이야기하려고 접어두었다. 그런데 지난 주에 느닷없이 ‘세월호 침몰’사건이 일어났다. 한가하게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이야길 늘어놓을 때가 아니다.


 
“또 터졌구나!” 이 땅의 한심한 작태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근디 진도 앞바다믄, 또 우리 전라도 놈들이 걸려든 거 아니여어~?” 남대문이 불탔을 때도, “범인이 혹시나 전라도 사람이 아닐까?” 두려운 가슴을 안고 지켜보았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범인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걸 보고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었다. 또 두려운 가슴을 안고, 인터넷을 뒤져 보니 다행스럽게도 인천에서 출발한 여객선이었다. “아이고, 다행이다.” 수학여행 학생들이 많았다는데, 거의 모두 구조되었다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또 그 무슨 마피아들이 그 해운회사를 둘러싸고 ‘돈과 권력’으로 갖은 장난질을 하다가 들통이 나겠구만! ‘천안함사건’은 국방부하고 관련된 일이니 정부가 앞장서서 갖가지 가림막을 다 쳐댔지만, 이건 개인회산께 그 선장과 선원 글고 그 회사 작살나겠구만 . . .  그 회사 작살남시러 그 불똥이 제발이지 전라도 쪽으론 튀지 말아야 할턴디~. . .” 자라에게 놀란 가슴 솥뚜겅 보고 놀란다고, 무슨 큰 사고만 터지면 우리 전라도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 하루 이틀이 지나니, 460명 중에서 160명쯤만 구조되고 300명쯤은 사망자나 실종자라고 전해졌다. 그 300명 중에서 거의 대부분이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이고, 그 학생들이 거의 대부분 “움직이지 말고 선실에서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에 순종하다가 그리 되었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점은 선원들이 제일 먼저 탈출했다는 것과 우리 정부의 재난구조활동과 그 자세가 무사안일과 보신주의로 매우 무능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재난구조활동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공공재이다. 공공재의 장점은 세금을 거두어서 그 돈으로 계층이나 지역 사이에 벌어진 틈새를 메우고 서로 함께 도우면서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감싸는 것이다. 그 단점은 공공재의 ‘생산에 농땡이! 소비에 빈대!’라는 공짜심뽀(Free-rider심리)와 “공금은 꽁돈!”이라며 공무원끼리 또는 공무원과 짜고 갖은 방법으로 빨대대고 빨아먹는 부패심리이다. 이른바 ‘비효율성과 부패’이다. 그래서 공공재가 있는 곳엔 항상 이 ‘공짜심뽀와 부패심리’를 줄이고 막아내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게 ‘공무원의 윤리의식’ 강화이다. 우리나라가 그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에 눈부신 성장을 해왔지만, ‘공무원의 윤리의식’이 더욱 나쁜 쪽으로 흘러가는 것은 공무원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이 세상의 ‘돈과 권력’이 더욱 나쁜 쪽으로 흐르며 더욱 교활해지고 더욱 사회구조화 되어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이 악마에게 시달리고 휘둘리고 있다. 결국은 정치가 나쁘다. 선원들이 제일 먼저 탈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그 해운회사가 정치인이나 관료들과 짜고 해쳐먹다가 벌어진 일임에 틀림없다. 거기에 최근 10여 년 사이에 팽배해지는 ‘비정규직 확장’이 끼어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고 복잡해진다. 그 쪽 구들장 떠들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왜냐하면 “민나 도로보데스!”라고, 우리나라가 어느 한 구석도 ‘눈가리고 아웅하며,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 곳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모든 게 ‘나쁜 정치’에서 비롯된다.

정치가 만사인데, 정치가 나쁘게 돌아가니 나라가 온통 나쁘게 돌아가는 거다. 그래도 나름대로 이 세상이 돌아가고 굴러가는 건, 우리나라 모든 구석이 서로 ‘불의와 부패’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물리면서 ‘나쁜 평행상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일단 돌아가고 굴러가고 있으니까, 그 ‘나쁜 사회구조’ 속에 자기 빨대만 잡고 숨을 몰아쉬고 겨우겨우 살아가면서, 그걸 “세상인심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거나 “나만 바보로 살 순 없다.”며 ‘자기 속임수’에 스스로 최면을 걸어서 ‘자기 합리화’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불의와 부패’가 사회구조로 얽혀 있기 때문에, 아무도 손대지 못하고 아무런 방법도 없다. 이 어처구니없는 수렁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딱 하나다. 종교의 구원도, 올바른 교육도, 엄정한 법치도, 아니다. 좀 더 나은 정치이다. 정치를 고치지 않으면, 아무런 방법이 없다. “그래 알았으니까, 그 좀 더 나은 정치를 어떻게 이룩하자는 건데?” 그게 ‘갱상도 집단이기주의’라는 뿌리에 악착같이 기생하고 있는 악마들의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서 도무지 그 무슨 뾰족수가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그 숨 막히는 장벽을 향하여 힘들고 어렵지만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야 한다. 아무리 어렵고 어려워도 ‘선거’밖에 없다. “올바른 선거가 올바른 정치를 만들고 올바른 세상을 만든다.” 그나마 주어진 상황에서 손을 잡아야 할 사람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작은 차이를 넘어설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월호의 참사’가 마치 ‘한국호의 참사’를 미리 알리는 경고등 같다. “우리나라가 이대로 간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 전체가 침몰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 인류가 이대로 간다면, 머지않아 인류 전체가 침몰할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기어코 반쪽 나는 재앙을 겪어야만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려나? 내가 지나치게 삐딱하고 지나치게 민감한 걸까? 차라리 내가 잘못 판단했길 바란다. “세월호 참사에 깊은 애도를 올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