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넘어 희망을 찾아(3)-나철의 단군교 부활 이야기
절망을 넘어 희망을 찾아(3)-나철의 단군교 부활 이야기
  • 이홍길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고문
  • 승인 2014.04.03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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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교에 의하면 단군교는 상고이래 삼국시대와 남북시대 고려 전반기까지 이어저 오다가 몽고의 침략으로 단절되었는데, 700여년만인 1909년 나철에 의해서 부활한 것이었다.

나철은 일본 외교에 실패하고 을사 5적 처단에도 실패하고 나서 유배지에서 고종의 특사로 풀려나 1907년 12월 7일 서울에 돌아왔다. 당시의 정국은 을사보호조약의 무효를 주장한 헤이그 밀사사건도 실패하고 그것이 빌미가 되어 고종황제도 강제 퇴위하고, 한국군은 강제 해산된 처지였다.

전국에 걸친 의병전쟁이 일어났으나 이미 주권을 상실한 마당에 사태를 역전시키기는 역불급이었다. 이와같은 절망적 상황에서도 일본의 양심을 믿은 나철 일행은 일본의 양심에 호소하기 위하여 동경에 가 청광관이라는 여관에 투숙하였다.

그런데 뜻밖에 미지의 백두산 노인이 옆방에서 나타났다. 그는 과거 나철이 서울역앞에서 만난 백전도사와 동문 두일백이라 자신을 소개하고 다른 32명의 도사들과 함께 백봉신사에게 사사하고 있음을 말하였다.

이어서 “지난 갑진년 10월 초3일 백두산 회합에서 일심계를 같이 받고 단군교포명서를 발행하였으니 당신의 금후 사명은 이 포명서를 널리 홍보하는 일이요” 라고 말하고 떠났는데 그 자리에 “단군교포명서”라는 책과 “고본신가집”과 “입교절차서”등의 책이 있었다.

1906년 초겨울 서울역 앞에서 백전도사라 칭하는 백봉신사의 제자로부터도 '삼일신고'와 '신사기' 등 두 권의 책을 받았던 것이다. 나철 등은 노인들이 외교활동을 방해할까 봐 개평관이라는 숙소로 옮겼는데, 1908년 12월 9일 노인이 다시 나타나, 나철의 일행인 정훈모에게 영계를 주면서 “국운은 이미 다하였는데 어찌 이 바쁜 때에 쓸데없는 일로 시간을 허비하시오. 속히 귀국하여 단군 대황조의 교화를 펴시오” 말하고는 사라졌다.

나철 등은 일찍이 서울에서 만난 백전도사의 동문을 동경에서 만난 것을 신기롭게 생각한 끝에 “국운의 회복은 어느 애국정객 몇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전 민족이 거족적으로 일치단결하여 생명의 근본인 단군 대황조를 지성으로 숭봉하고 그 교화의 대은 아래 신화의 대력을 얻어야 가능한 일이다”라고 대오 각성했다.

이어 “국파민멸의 근본원인은 장구한 세월에 걸쳐 우리 국민이 받아 온 모화 사대의 왜곡된 역사교육이다. 그런 민족에게 어떻게 민족 의식이 있겠으며 민족정신이 있을까 보냐 나라가 망한 근본원인은 바로 사대주의 역사교육이다” 하고 생각하고 “이미 나라는 망하였다. 나라는 비록 망하였으나 이 민족만은 살아서 진실한 민족 의식을 되찾고 민족의 중흥과 국가의 재건에 단군교를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나철의 깨달음은 이후 그를 추종하고 함께 하는 모든 학자와 신도들의 깨달음으로 독립운동의 원동력이 되었다. 조선의 정체성에 대한 자주적 자각이었다. 그동안 친청 친로 친일을 통한 구국의 총체적 실패 가운데 자기 정체성에 대한 자주적 자각은 필연적이었다.

보국안민의 동학의 민중 폭력도 위정척사의 존왕양이의 의병세력도 조선군대도 결단난 마당에 의지할 수 있는 유형의 역량은 이제 없었다. 어찌할 것인가? 절망 가운데 민족의 멸망까지도 의식할 수도 있었으랴. 이웃 중국에서도 청일전쟁 이후 보교(保敎), 보국(保國), 보종(保種)의 위기감이 들어나고 있었는데 항차 이미 국가가 결딴난 마당에 새로운 귀숙을 찾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었다.

장지연이 통곡하면서 자강과 역사를 환기하고 신규식이 민족혼을 불러 일으키고 서일 안창호 안재홍 등이 민족정기를 이야기하는 것들의 종국적이면서 적극적인 귀숙처는 그 어느 민족과도 함께 하지 않는 우리만의 역사이고 근원일 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그동안 방치해온 단군교가 있었다. 민족의 위기에 다시 그 빛을 보게 되었는 바, 나철이 그 선두에 나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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