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닫힌 사고가 문화발전 차단한다
교육청 닫힌 사고가 문화발전 차단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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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힘이다. 우리가 있는 것은 일상으로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일상'을 작업의 주제로 삼는다는 작가 김인규(39)씨.

그는 "일상은 아름답다. 그런 일상을 드러내는 것이 예술이다. 그래서 예술을 통해 다양한 일상의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인간이라는 실체 또한 일상을 영위하는 한 부분이라 본다. 그런 맥락에서 신체도 작업의 오브제가 된다"고 화두를 뗀다.


일상은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힘

'일상'과 '신체'? 얼른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 좀더 친절하게 소개한다. 그에겐 작가라는 호칭보다 미술교사라고 표현하면 누구든 더 빨리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모르겠다.

김인규 교사(아니 지금 시점에는 교사라는 호칭이 엄격하게 틀리지만). 그는 최근 부부나체사진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교육청으로부터 직위해제를 당한 충남 서천군 비인중학교 미술교사(였)다.

그가 지난 5일 광주에 왔다. 그는 제4회 신세계미술제 주제공모전에 당선된 수상작가 중 한사람. 이날 신세계미술제 본전시 개관식에 참석차 광주를 찾은 것이다. 그는 최종 3차 심사에서 신세계미술제 대상 수상작가로 선정, 오는 11일 상을 받게 된다.


부부나체사진으로 화제 모으고 교사 직위해제,
제4회 신세계미술제 본전시 대상 수상


음란성 문제로 논란이 됐던 그 예술작업도 '일상'이라는 자신의 작업 화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이 필요로 하는 색깔을 배합해서 쓴다. 필연적 선택이다. 홈페이지를 만든 것도, 거기에 자신의 사진을 올린 것도 필연적 선택이라고 자신한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작가 입장에서 한계를 느끼는데, 인터넷은 표현하기에 좋은 공간이요, 새로운 장르란다. 갤러리 중심의 시대는 지났다. 그래서 '인터넷은 새로운 공간의 표현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자신의 부부 나체사진 작업도 접근했다. 주변에서 용기있다는 말도 많이 하는데 용기는 아니라고 부인한다. 작가의 작업과정에서 '귀결'이었다고 표현한다.

그 귀결은 직위해제로 귀결된 건 아닌가.
"직위해제요? 그럴 일이 아닌데…"라고 강하게 부정한다. "내 작업이나 행위 자체에 대해 교육적인 측면에서 의견은 다양할 수 있으니까 그러한 논란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용의 있습니다."

그러나 차제에 이를 교육문제로 접근해서 성숙된 논란과 토론을 벌여 우리나라 교육을 좀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당국(교육청)의 성숙된 접근태도가 중요한데 교육청이 오히려 이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기소된 상태로, 재판 결과가 남아 있습니다. 기다려 볼 겁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 법적 대응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청의 의도적인 회피, 공권력의 경직된 대응 등이 자신의 거취를 떠나서 문화발전을 차단시키고 있는 요소임을 강조했다.


일상의 빈 자리에서 삶의 흔적 찾는다

다시 작가의 작업세계로 돌아가 본다. 이번 신세계미술제 본전시에 그의 출품작은 'A4용지 만들기, A4용지 그리기'. 화제(畵題) 또한 특이하다.
"지금 우리는 누구나 A4 용지와 하루종일을 삽니다. A4용지에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나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나 같은 맥락 아닌가요."

캔버스의 흰 평면은 A4용지의 빈 공간과 다름 아니다. 삶의 흔적을 A4용지나 캔버스로 끌고 오고 싶다. 역시 '일상'이라는 작업 화두와 통한다.

광주에 대한 인상은. "광주는 이야기가 많은 도시다." 대학 1학년때 광주5·18을 접했다. 충격이었다. 죄의식도 느낀다. 그래서 '광주' 하면 지금도 '무겁다'. 자신의 작업도 그 맥락과 무관하지는 않다며 교사 본분으로 돌아가 무거운 현실을 벗겨내는데 교육 현장에서 미술교사로 헌신하는 날이 다시 오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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