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금은 의회도 표절시대
[기자수첩]지금은 의회도 표절시대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03.07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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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원 공무국외연수 결과보고서 경악 금치 못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공천 파동을 겪고 있는 기초의원들의 그동안 노력해온 부분들에 대한 평가를 위해 지난호에 조례제정과 구절질문, 5분발언 등 양적 평가를 했다. 이번호에는 구의원들의 해외연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점검을 했다.

몇년전 의원들의 해외연수가 목적보다는 관광성이 많다는 지적이 자주 있었다. 선거를 불과 3개월여 앞둔 지금 광주 구의원들의 공무국외연수 보고서에 대한 분석 결과 저윽이 실망 뿐이었다. 그들의 보고서는 인터넷에서 그대로베기거나 심지어는 다른 의회의 보고서를 통째로 베끼는 '표절'까지 서슴치 않았다.

언론에서 일부 지도층들의 논문 표절, 논문 대필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 <시민의소리>가 취재한 의원들의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도 표절 일색이어서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다.

지금은 정부 3.0시대다. 모든 공공기관의 정보는 공개하고,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는 말이다. 보통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출발 전 연수 계획서를 인터넷 게시판에 공개하도록 하고, 도착 후 보고서도 구 조례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15일~30일 안에 작성해야 한다.

이번 분석은 제 6대 의원의 임기인 2010년 7월부터 2013년까지 다녀왔던 해외연수 보고서를 검토했다. 방대한 자료를 구별로 나눠 동료 기자와 공동취재를 통해 기준점을 좁혀갔다. 우선 2010년부터 2012년까지만 1차로 집중 점검했다.

그러나 매년 1~2회 정도만 나가던 해외연수가 2013년이 되자 남은 예산을 몰아쳐서 써야하는 부담감 때문인지(?) 한 해 동안만 각 구별로 최소 3건에서 많게는 5~6건 정도로 ‘몰아치기식’ 연수를 진행했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3년만 따로 점검해볼 부분이다.

글로벌 시대에 안목을 넓히기 위해서는 해외를 나가는 것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학생뿐만 아니라 자칫 획일된 사고를 가질 염려가 있는 공무원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다. 의원들의 공무국외연수를 갔다는 자체를 지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취재 과정 속에서 살펴본 결과 각 구의회 누리집에 게재된 결과보고서는 온통 해외 유명관광지 홍보지, 정보지 수준에 불과했다.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심지어 결과보고서에 예산내역은 빠져있어서 의회 사무국 담당자에게 따로 정보를 받아야 했다. 소요 예산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모 의회 사무국은 기자에게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시기에 이런 내용이 나가면 좀 그렇지 않느냐, 참가자 명단은 빼서 드리면 안되겠냐”라는 말로 의원 감싸기에 급급했다.

취재를 하면서 살펴본 구의원들의 결과보고서 내용은 가히 기가 막히고 헛웃음이 나왔다. 결과보고서는 적게는 50% 많게는 70~80%가 말 그대로 Ctrl+C, Ctrl+V(복사, 붙여넣기)였다. 일부 제대로 된 보고서를 작성한 의회도 있었지만 극히 소수였다.

실제로 기관 방문, 세미나 등이 진행된 경우도 있었지만 극히 드물었고, 연수 일정은 온통 관광성 장소가 가득했다. 해외연수를 통해 둘러본 명소를 구정에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경우는 ‘외유성 여행’이라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듯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의원들의 공무국외연수는 ‘외유성여행’, ‘관광성여행’ 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것이다. 국내로 도입시킬 정책들로 제대로 된 결과보고서가 하나라도 있다면 5개 자치구가 중복되는 같은 나라를 방문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먼저 다녀온 나라에 대한 보고서가 제대로 작성됐다면 비슷한 사례를 필요로 하는 타 자치구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해외연수의 효과는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타 자치구에서도 입소문이나 관광 명소가 된 터키 일정은 2012년 같은 해 동구의회와 서구의회가 동일한 국가를 방문하고, 심지어 미리 다녀온 경북도의회의 결과보고서를 그대로 복사한 것을 제출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경우는 감사를 통해 예산을 회수해야 마땅하다.

이렇듯 구의원들의 부실한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는 유명한 장소만 반복해서 가는 등 혈세 탕진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게 됐다. 힘들었던(?) 구정활동을 하고, 해외로 보상성 여행을 가기 위해 의원을 하고 있느냐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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