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시대의 희생양’ 2명에 명예졸업장 수여
전남대, ‘시대의 희생양’ 2명에 명예졸업장 수여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4.02.2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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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청학련사건 연루 제적 최철 씨
시위진압 중 부상 후 사망 故 김인원 의경

▲최철 씨
▲故 김인원 의경
전남대학교가 시대를 잘못 만나 제때 졸업을 하지 못한 두 명의 제적생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한다.

전남대학교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제적당한 최철(62) 씨와 1995년 시위진압 도중 부상을 입은 뒤 투병생활을 하다 17년 만인 지난해 11월 사망한 고(故) 김인원(1976년생) 의경 등 두 명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에 대한 명예졸업장은 오는 26일 치러지는 201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수여된다.

최철 씨는 1974년 전남대학교 농과대학 농업경제학과에 입학했으나 그 해 4월 유신체제에 반대해 일어난 학생운동(일명 ‘민청학련사건’)에 연루돼 구속, 제적당한 뒤 40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게 됐다. 민청학련사건은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에 반대해 전국적으로 일어난 학생시위 사건으로 최 씨는 당시 윤한봉·이강·김정길·김상윤·박형선·윤강옥·이학영 씨 등 전남대 학우들과 함께 구속됐다.

이후 시대가 바뀌면서 민청학련사건은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 용공조작 사건으로 재조명됐고, 2009년 재심을 통해 사법부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최 씨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건 연루자들은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故 김인원 의경은 1995년 여수수산대학교(현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 해양생산학과에 입학한 뒤 1996년 의경으로 입대, 전남지방경찰청 기동대 소속으로 복무하던 중 그 해 6월 조선대 학생들의 시위진압에 나섰다가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광주 보훈병원에 17년 간 의식불명 상태로 투병생활을 해왔던 김 의경은 결국 지난해 11월15일 3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정부는 故 김 의경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했고, 지난해 경찰의 날 행사에서 명예경찰로 임용하기도 했다.

전남대학교 관계자는 “이들의 비극은 암울했던 군부독재와 권위주의 체제가 가져다준 시대의 아픔이다”며 “이번 명예졸업장이 두 분과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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