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존] 포르노 잡담? 참신한 개성?
@[돈 존] 포르노 잡담? 참신한 개성?
  • 김영주
  • 승인 2014.01.16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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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 ð♀♡x, ɵ♂ð♀x, ♂♂x♥ɵ! / ♀x♂♡♂ð♀x! / ♥♀♡x♂ɵ, ♥ð♀♡x♥ð!” 이건 이 영화에 나오는 대사의 한 대목이다. “무슨 말이야? 우주인들의 잡담?” 아니다. 그 대사가 워낙 쌍스런 욕설이라서, 낯 뜨거워 차마 글로 담지 못해서 이렇게 부호로 처리하였다. 가장 쌍스런 욕설을 스스로 상상해 보시길 . . . (^.^)



‘Don Jon’(조셉 고든 레빗)은 친구들에게 작업남의 절대경지에 올랐다는 뜻에서 ‘존느님’이라고 불리는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첫 들머리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그와 불알친구들이나 주변사람들은 요란하게 쌍스럽고 낯 뜨겁게 추잡스런 욕설을 입끝에 달고 다닌다. 화면도 포르노야동이나 뜨겁게 달뜬 장면으로 넘친다. 그래서 <예고편>도 19금 인증이 있어야 볼 수 있다. 욕설도 제자리를 잘 잡아서 적절하게 사용하면, 그게 아무리 쌍스럽다고 하더라도 또 하나의 예술이다. 곽경택감독의 [친구]와 [사랑]은 예술이었지만, 애니메이션[아치와 씨팍]은 시궁창이었다. 그럼 이 영화는 예술이라고 해야 할까? 시궁창이라고 해야 할까? 시궁창은 아니지만, 예술인지 아닌지는 사람마다 다르겠다.

돈 존은 늘씬한 미녀들과 ‘원 나이트 섹스’를 즐기지만 늘 부족함을 느낀다. 그는 포르노 속의 과감한 포즈와 막가는 섹스를 욕망하지만, 여자들은 늘 다른 쪽을 바라보고 지루한 걸 갈망한다.(남자는 늑대, 여자는 여우? 남자는 질퍽한 야동, 여자는 분홍빛 사랑?) 그래서 한번 잔 여자와는 절대로 연락하지 않고, 새로운 여자와 새로운 자극을 찾아 밤마다 헤맨다. 그러하고도 채워지지 않은 욕구는 야동으로 푼다. 별 볼일 없는 직장이지만 나름대로 만족하며, 원 나이트 파트너와 포르노 사이트의 날라리로 살아가던 그가, 바바라(스칼렛 요한슨)를 만나면서 달라진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76585&videoId=43062
 
[진주귀걸이 소녀]뒤로, 영화계는 스칼렛 요한슨을 섹시걸로 스타마케팅해 왔다. 그러나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쭈욱 훑어보면, 그녀가 요염한 섹시걸로만 출연하는 건 아니다. 개념 있는 작품도 제법 많다. 그래서 난 그녀가 보여주는 다양한 캐릭터를 눈여겨 보아왔다. 그녀의 연기에 감동한 적은 없지만, 그녀는 자기가 맡은 캐릭터를 넘치지 않고 충실해서 그 캐릭터에 적절한 이미지를 잘 뽑아낸다. 그게 참 어려운 일이라, 그 섹시걸 이미지가 자극스럽기도 하지만, 그녀를 평범치 않은 훌륭한 배우로 여긴다.( [진주귀걸이 소녀]의 영상미와 색의 질감에 워낙 감동해서인지, 그 하녀의 모습이 가장 깊이 남아 있다. ) 그런데 이 영화에선 어떻게 보아야 할까? 섹시걸 캐릭터이기에 일단 그렇게 보는 사람이 많겠지만, “여자는 아무리 발랑 까지더라도, ‘분홍빛 사랑’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는 모습도 암암리에 담고 있다. 감독과 그녀가 그걸 잘 살려내지 못하고, 괜한 트집을 잡는 고집쟁이로 밖에 보여주지 못해서 안타깝긴 하지만.

조셉 고든 레빗은 [500일의 썸머]에서 처음 만났다. 영화가 언뜻 잔잔하다 못해 평범해 보이지만, 푸르른 청춘시절에 누구나 앓는 첫사랑의 아픔을 섬세하게 잘 그려냈기에, 흔히 만나기 어려운 좋은 작품이다. 모든 게, 이 영화완 정반대 쪽에서 접근한다. 어떻게 이토록 정반대쪽 영화에 딱 알맞게 연기해낼 수 있을까?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 [인셉션]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선 훌륭한 조연을 했음에도, 매스컴의 각광을 제대로 받진 못했다. 이번 영화에선 감독까지 꿰차고 나섰다. 처음 만날 때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희미하게 느꼈지만, 이토록 개성이 선명한 영화를 만들어 낼 줄은 미처 몰랐다. 영화의 소재가 충격적일 정도로 과감하고 위선의 탈을 개운하게 벗어던지며, 화면 처리나 스토리 전개가 경쾌하고 산뜻하다. 그래서 특이하고 참신하다. “하아~, 헉!”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온다. 겉모습만 참신한 게 아니다. 속모습은 참신함을 넘어서서 과감하기까지 하다. “달콤하고 건전한 로맨틱 코메디나 화끈하고 야시시한 야동이나, 지루하고 꾸질한 현실 세상을 탈출하고픈 욕망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튀려면 이쯤은 되어야 ‘개성남’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나름대로 ‘개성남’인 듯한데, 나완 종자가 전혀 다르다. 꾸질한 체면에 짓눌려 사는 나에겐, 그의 산뜻한 개성이 마냥 부럽다. 다음 작품에선 또 어떤 개성을 보여줄 지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줄리안 무어, 그녀는 항상 평범치 않은 영화에 나온다. 여자 배우는 무엇보다도 예쁘고 쭉쭉빵빵해야 하는데, 그녀는 강렬한 개성을 내면에서 뿜어내는 연기로 승부를 건다. 어찌 보면 시답잖은 3류나 추잡한 포르노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영화에, 이런 그녀가 주연에 가까운 조연으로 출연하였다는 건, 그녀도 파격이고 감독도 파격이다. 그런데 그녀의 캐릭터를 좀 더 제대로 살려냈더라면, 그녀의 역할이 더욱 돋보였을 뿐만 아니라 이 영화도 더욱 좋은 영화로 살아날 수 있었을 텐데 아깝다. 상영시간이 90분인데, 그녀의 캐릭터에 30분쯤 더 할애해서 좀 더 섬세하고 짜임새 있게 그려갔더라면, 마무리가 서두르거나 부족해 보이지 않았을 텐데 . . .

* 대중재미 : 포르노 잡담 쪽으로 본 사람도 A0 · 참신한 개성파 쪽으로 본 사람도 A0, * 영화기술 A0, * 감독의 관점과 내공 : 포스트 모던계열의 민주파 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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