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려는 자vs입 막으려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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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준환 수습기자
  • 승인 2013.12.18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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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없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게시해야 한다
금호고, 교칙에 어긋나므로 허용할 수 없다

금호고등학교 교무실로 한 학생이 찾아왔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학내 게시판에 게시하고자 사전 신고하기 위해서였다.
대자보는 A4크기 4장으로 한국사 교과서, 전교조 법외노조, 철도 민영화, 밀양 송전탑, 종교 자유 등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금호고 학생은 학생부 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선생님의 결론은 '불허'였다.

한 학생부 선생님은 “학교 게시판에 대자보를 게시하는 것이 교내 교칙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있다 하더라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표현을 해야 한다”며 “아직 고등학생의 신분이기 때문에 정치적 문제에 관심 갖기보다는 학업에 전념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은 광주 금호고등학교의 ‘안녕들 하십니까’ 게시물 금지에 대한 논평을 내고 지난 17일 광주시교육청 정문에 게시했다.

이 논평에서는 “학교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는커녕 이를 짓밟은 조치를 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 조치는 헌법 제21조에서 모든 시민들이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한 점에서 법률상 인권의 침해다”고 밝혔다.

따라서 “악의적인 댓글, 허위사실 유포, 특정인의 혐오감을 표현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제한될 수도 있겠으나, 이번 대자보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므로 오히려 교육적으로 격려돼야 할 일이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광주학생인권조례 제14조에서 학생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학생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그 의견을 존중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제시했다.

따라서 이번 사례는 “금호고등학교가 자발적인 학생들의 사회참여와 의사표현을 민주주의 교육의 기회로 삼지 못하는 것을 반성하지는 못할망정, 헌법과 학생인권조례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고 평했다.

또한 그간 학내 게시판 대부분은 학교 일정 안내 등 단순한 행정적 기능만 담당해 왔다고 지적하면서 광주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어 시행되는 지금,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를 토론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게시공간들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생 게시판에 대한 대안도 마련해 주지 않으면서, ‘안녕들 하십니까’ 게시물을 철거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교육기관의 모습이라 할 수 없다”며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게시 공간을 마련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학내에서 충분히 토론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돕기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청소년들이 사회 문제에 대해 걱정하며, 자기생각과 의견, 느낌들을 표현하고 있다. 광주에서도 금호고, 풍암고, 수피아여고, 교육공간 오름(대안학교)의 학생들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게시하며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학벌 없는 사회모임 관계자는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참되고 생생한 민주주의와 시민 교육이라는 점을 교육청 및 학교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며 “특히 광주지역은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곳인 만큼 모든 학교는 표현의 자유를 비롯하여 학생인권의식과 인권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길 바라며, 광주광역시교육청을 비롯한 교육당국 역시 표현의 자유가 학교에서 적극 보장되도록 최대한의 행정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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