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야기-그저 남정네들이란…
그림이야기-그저 남정네들이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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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의 작품, 수산나와 노인들(1647)

길거리 지나다가 등이 확 파여서 거의 엉덩이까지 다 나오는 쫄티에 팬티수준의 짧은 반바지를 입은 여자가 긴 머리 나폴거리면서 싱긋 미소를 짓기라도 하다면, 어지간한 남정네들 눈이 돌아가죠. 게다가 거의 주먹으로 한 대 맞은 듯한 시퍼런 눈화장, 그게 같은 여자들 사이엔 그렇게나 촌스런 축에 속한다는 걸 대체 남자들은 아는 지 모르는지, 침 잴잴 흘리는 꼬락서니도 한심하구요.

그건 그렇구요. 서양미술들을 보면서 유난히 누드가 많다라는 생각들 하셨을 겁니다. 인간의 몸, 특히나 여성의 몸은 어쩌면 예술 그 자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예술의 뒤안길에는 늘 남자들의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습니다. 예뻐, 예뻐하면서, 벗기기 놀이를 하는 거지요. 물론 내 마누라는 안되구요.

렘브란트가 그린 이 그림 속엔 짜증나는 인간사가 하나 숨어 있습니다. 그림 속에 옷을 벗고 선 여자가 수산나라는 바빌로니아의 여인입니다. 목욕을 하기 위해 물가에 선 그녀에게 음심을 느낀 두 노인네가 나타나서 그녀를 협박합니다.

조용히 우리랑 놀아나자. 순순히 응하지 않으면 우린 당신이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는 간음 현장을 보았다고 거짓 고발을 해서 사형에 처하도록 만들겠다 라고 협박을 합니다. 수산나는 당황해 결국 소리를 질러댔구요. 법정에 끌려간 그녀는 그들의 말대로 정말 사형선고를 받게 되는데요. 영리한 다니엘이 나타나 노인네 둘이 서로 말이 어긋나게 진술하도록 유도, 수산나를 사형에서 면하게 해준다는 성경 내용이 그 주제입니다.

렘브란트 특유의 조명을 받고 선 수산나의 미끈한 몸매, 그리고 그녀를 낚아채는 노인네의 정념. 게다가 순서를 기다리면서, '자 봐라, 우리들의 이 즐거운 사건을!' 하는 듯한 또 다른 노인네의 시선.

여성은 저렇듯 나이를 지극히 먹은 남정네들에게도 인간적인 대상이 아니 라 오로지 성적인 대상으로서만 인식될 수 있다는 사실이 역겹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남자들의 욕정은 먼저 벗고 설친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듯 은근히 암시하는 그 붓놀림 역시 언짢기는 마찬가지인데요.

자, 그럼 우리 여인네들 가식의 옷을 벗어버리고 정말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 벗고 길거리로 나가겠다고 한번 일어서 볼까요? 남자들 길길이 뛰고 난리 나겠죠?

"왜에? 다 벗고 있어야 신성한 사랑이라면서?"
실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아마도 남자들 대꾸 십중팔구 여기서 못 벗어날 겁니다.
"너는 안돼, 다른 여자는 다 벗고 나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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