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다쳤어요!” “그러든지 말든지~”
“사람이 다쳤어요!” “그러든지 말든지~”
  • 권준환 수습기자
  • 승인 2013.11.2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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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뷸런스에 양보 안해
인권도시 이름 걸맞는 시민의식 가져야

응급차량 앰뷸런스의 ‘삐용 삐용’ 소리인 사이렌이 가진 의미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부터 유래된다.

트로이 전쟁 후 고향으로 돌아가던 오디세우스는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유인해 절벽에 배가 부딪혀 죽게 만드는 반인반조(半人半鳥)의 여인들을 보았다.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의 귀에 솜을 틀어막고, 자신은 스스로의 몸을 기둥에 묶음으로써 그들의 유혹을 이겨냈다.

그 반인반조의 여인들이 ‘세이렌(seiren)’이었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사이렌(siren)이 되었다. 사이렌은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인’을 뜻하지만 현재에 와서는 듣기 거슬리는 주파수의 소리를 냄으로 인해 ‘경고․주목’의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이 다쳤어요. 양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다. 하지만 아직 앰뷸런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시민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

지난 23일 오후 7시경 진월동에서 백운로터리로 이어지는 도로에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꽉 막힌 도로에서 차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단 한 대의 택시 차량만이 옆 차선으로 이동해 양보해줬을 뿐이다.
하지만 택시가 양보한 그 자리로 앰뷸런스가 아닌 일반 차량이 끼어들었다. ‘사람이 다쳤다’는 앰뷸런스의 말에 ‘그러든지 말든지’라고 대답한 꼴이다.

결국 앰뷸런스는 신호가 다 바뀌고 나서야 로터리를 빠져 나갈 수 있었다.

만약 앰뷸런스에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가 있었다면, 시민들이 양보하지 않아 환자가 죽게 됐을 때 그 환자 유가족들의 슬픔을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

앰뷸런스를 운전하는 노 모(47)씨는 “앰뷸런스에 카메라를 달아 의도적으로 비키지 않는 차량은 벌금을 물게 한 뒤로 예전보다는 많이 양보해 주는 편이다.”며 “하지만 아직도 비켜주지 않는 차량이 많다.”고 말했다.

인권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더불어 살고, 약한 자를 먼저 생각하는 시민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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