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1편이 100점이라면, 2편은 50점
@[친구]1편이 100점이라면, 2편은 50점
  • 김영주
  • 승인 2013.11.17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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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별처럼 수많은 영화들에서, 보지 않은 줄 알고 또 보다가 한참 뒤에야 봤던 거라고 알게 되는 영화가 있고, 본 듯 만 듯해서 확인해야 하는 영화가 있고,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영화가 있다. [친구1]은 벌써 12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장면 장면 대사 대사가 빠삭하게 떠오른다. 내 열 손가락에 꼽는 영화이고, 내 인생 최고의 깡패영화이다. 19금 영화로 아직도 [친구1]의 820만 관객이라는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니 놀랍다.( 그 사이에 영화시장이 두세 배 커졌으니, 요즘 1000만 관객보다도 훨씬 놀라운 기록이다. 그래서 실은 우리영화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영화라 할 수 있겠다. )

60시절 박노식이나 장동휘가 휩쓸던 액션 깡패영화부터 시작해서 [대부]에서 [갱스 오브 뉴욕]의 서양 깡패영화까지 수많은 깡패영화를 보아왔지만, [친구1]을 그리도 감동하는 건 내 인생에서 직접 만났던 토종맛이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웃집 토토로] [와이키키 부라더스] [고고70] [강철대오] [건축학 개론] [응답하라 1994]을 다른 사람보다도 훨씬 강렬하게 재밌게 보는 것도, 그리고 EBS방송의 <한국영화특선>에서 만나는 유치한 60시절의 영화를 즐기는 것도 그 토종맛과 추억 때문이다. “추억은 되돌아 갈 수 없기에, 무조건 아름답다!” 

 

곽경택 감독이 [친구1] 다음 작품으로 [챔피언]과 [똥개]를 만들었다. 괜찮게 만든 영화인데, 흥행하지 못했다. [친구]처럼 매운 맛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았다. 그리곤 [태풍]을 만들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150억 원이나 들여서 만든 야심찬 작품이었다. 그런데 어이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나도 [태풍]에 잔뜩 기대했다가, 눈이 의심스러웠다. “이 사람이 [친구]를 만든 감독 맞나?” 홈런4번 타자가 3연석을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을 당했으니 처참했을 것이다.

그래서 권토중래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만든 깡패영화[사랑]이 다시 떴다. 주진모와 김민준의 캐릭터와 연기가 아주 좋았다. [친구]만큼은 못해도, [친구]100점에 70점을 줄만하게 잘 만들었고 매운 맛도 잘 살렸다. 흥행도 500만 명이었던가? “아! 그가 깡패영화 하나는 끝내주는구나! 근데 다른 영화는 왜 그 모양이지?” 갸웃거렸다. 그 뒤로 [눈눈 이이] [통증] [미운 오리새끼]를 만들었다는데, 보지 않았다. 흥행도 밑바닥이다. 안타깝다. 그리곤 이번에 [친구2]를 만들었다. 12년 만에. 그의 절박감이 내게 다가왔다. 가혹하리만큼 냉정한 영화시장,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최근 인터뷰에서 “나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표제에서 그 고통이 절절하게 묻어났다.

그가 언젠가 “유오성에게 미안하다. 내 잘못이다.”고 말했다. “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그런데 이번에 [친구2]에서 다시 만나서 영화를 만든 걸 보고, 다행이다 싶었다. [친구2]가 잘 만들어지고 흥행해야 할 텐데 . . . . 그의 깡패영화엔 믿음이 있고, 좋은 감독이 절박해 보이길레, 당장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77025&videoId=42521&t__nil_main_video=thumbnail

[친구1]을 100점으로 치면, [사랑]은 70점쯤 되고, 이번 [친구2]는 50점쯤 되겠다. [친구1]에 비교하자면 실망스럽지만, 다른 깡패영화들에 비교하면 그리 나쁘지 않다. [신세계]에 버금가는 정도이다. 김우빈이 단연 돋보인다. 깡다구 쎄고 사납다. 그 강렬한 캐릭터에 아주 잘 어울리고 잘 소화해냈다. 처음 만난 배우이니, 다른 작품을 두어 번 보아야겠다. 일단 기대해 본다. 주인공을 잘 잡았으니, 기본가닥은 치고 가겠다. 주진모를 비롯해서 다른 조연들도 모두 좋다. 연기도 좋고 캐릭터도 모두 잘 살아있다. 오히려 유오성의 연기가 상투적이고 굳어서 찰지지 못하다는 게 좀 서운하다. 그래도 못한 건 아니니까 다행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진모 이야기를 끼워넣은 스토리 진행이다. 메인 스토리의 짜임새를 해치면서까지 주진모 이야기를 이 영화의 20%쯤이나 끼워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순전히 짐작이지만, 그건 감독이 그만큼 절박하고 초조했다는 증거이다. 한 물 가버린 유오성에 김우빈 하나만으로는 흥행에 부족하게 여겼을 게다. 이 작품의 성공을 위하여, [사랑]에서 성공한 주진모를 어떻게든 살려 넣고 싶었던 듯하다. 그런데 그걸 스토리 줄기를 따로 잡아 곁가지로 사용하니까, 그게 메인 스토리에 상승작용을 한 게 아니라, 물타기가 되어서 그 짜임새와 매운 맛이 묽어져 버렸다. 주진모가 [무간도] [신세계]처럼 이중 플레이하는 경찰개릭터나 또는 타락한 경찰에 원한을 품은 외로운 늑대 형사캐릭터로, 메인 스토리 안으로 꽉 조여 넣어서 삼각구도로 팽팽하게 잡아당겼더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그 틈새에 김우빈의 엄마까지 좀 더 짭짤하게 간을 맞추었더라면, 영화가 화악 살아나서 [친구1]의 80점까지도 올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분명코 실력있는 감독인데, 다른 작품에서 흥행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영화라는 게 제작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영화판이 너무 냉혹하고 불안정하다. 흥행에 매달리지 않아도, 기본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어야 할 텐데, 실제로 그 마당에서 놀아보지 않아서 어찌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우리 사회가 갑을의 횡포가 구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고용구조가 너무나 불안정한데, 영화판은 더욱 살벌하다. 영화판이나 TV드라마제작의 ‘안정된 작업마당’을 마련할 방법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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