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을 자랑해보세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을 자랑해보세요”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3.11.12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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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폴리Ⅱ, 기억의 상자 관리하는 솔로몬 의류수선 김영선씨

군대의 추억, 손편지의 추억, 낡은책의 추억 등 작고 하찮을지 몰라도 당시를 떠올리면 미소 짓게 만드는 추억은 누구나 갖고 있다. 그래서 옛 추억이 그립고, 향수가 더 진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처음으로 받은 초등학교 시절 상장, 10년 전 첫사랑,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사라져버린 ‘삐삐’ 등 그 추억 모습 그대로를 기억하고 싶다면 금남로 지하상가 ‘기억의 상자’에 눈길을 돌려보는 것도 괜찮다.

광주폴리Ⅱ ‘기억의 상자’, 스스로 관리 나서

지나가다 무심결에 보면 검정색으로 치장한 물품보관함처럼 보이지만, 광주폴리 공모전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고석홍&김미희 작가와 광주 시민들이 함께 꾸민 예술작품이다.

검정색 상자 사이사이에 있는 투명한 유리 상자에는 광주시민들이 신청을 통해 분양받아 책, 좌우명, 사진, 기념풍 등 자신의 추억을 간직한 물품들이 보관, 전시되어 있다.

광주시민들의 소중한 추억이 전시된 기억의 상자 앞에는 ‘솔로몬 의류수선’이라는 작은 점포가 있다.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영선(52)씨는 광주폴리 ‘기억의 상자’가 설치되는 초창기 과정부터 마무리 설치과정까지 바로 앞에서 지켜본 사람이다.

처음에 ‘무엇이 설치된고’ 궁금증이 생기면서 관심갖고 지켜본 그녀는 설치하는 과정에서 작가를 만났다. 그리고 광주시민들의 소중한 추억이 깃든 이곳을 스스로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이후 이 점포에는 기억의 상자를 지켜볼 수 있도록 CCTV가 설치되고, 총 448개 박스 중 물품 보관함으로 이용될 239개 열쇠 보관함을 만들었다.

의류수선 점포를 운영하면서 또 다른 무언가를 신경써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닐 게다. 하지만 그녀는 이곳에서 17년 동안 옷 수선 점포를 운영했기 때문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17년간 함께해온 점포와 ‘만남의 광장’

솔로몬 의류수선 점포에 들어서자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카세트테이프가 가득 있었다. 요즘은 MP3보급과 휴대기기 발달로 카세트로 음악을 듣는 사람을 보기 드물다. 추억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녀는 아직도 카세트테이프를 틀고 작업을 하곤 한다.

지하상가 ‘만남의 광장’의 지나온 역사와 함께 한 김영선씨는 “인적이 드물어 삭막했던 만남의 광장 길목에 시민들과 함께 꾸민 예술작품이 들어서고 나니 예전보다 분위기가 밝아졌어요. 텅텅 빈 공간에 무언가가 설치됐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서 좋은 거 아니겠어요?”라고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 역시 메모리 박스에 자신의 추억거리를 담아 전시했다. 지하상가를 찾아온 손님이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다며 예고 없이 ‘찰칼찰칵’ 찍은 사진, 지하상가의 위기로 침울한 분위기였을 때 딸이 연습장에 ‘엄마 힘내세요’라고 남긴 메모를 기억의 상자에 담았다.

메모리 박스를 채우는 일에 동조한 그녀는 “손님이 찍어준 사진은 언제 봐도 화통하게 웃는 모습을 그대로 남기고 싶고, 포토샵처리가 없기 때문에 더욱 소중해요. 지하상가의 위기로 힘들 때 딸이 끄적였던 메모 하나도 제게는 너무나 소중하지요”라고 말했다.

김 씨는 17년 전 IMF  때 월급 감봉으로 생활이 어렵게 되자 직장생활을 그만두게 됐다. 평소 어디에 나서 억척스럽지 못했던 그녀는 무엇을 하고 먹고살까 고민하다 지하상가에서 옷수선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 당시를 떠올리며 “17년 전 지하상가에서 수선집은 딱 3곳뿐이었여요. 그때는 유동인구도 많아 일이 밀릴 정도로 바뻤고, 그 이후 현재는 7~8개로 늘어났어요. 어릴 때부터 바느질에 소질이 있었고, 다른 사람들이 입은 옷을 단정하게 고쳐 입도록 권장하는 일을 좋아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폴리 설치로 지하상가 재번영 시대 열길 ‘기대’

핸드폰이 상용화되기 전인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금남로 지하상가는 늘 붐볐다. ‘만남의 광장’은 광주시민들이 약속을 정해 만나는 대표적인 장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만남의 광장에 하늘을 찌르듯 쏟아 오르던 분수대 물은 끊긴지 오래고, 인적마저 드물어 어두컴컴 삭막하기까지 하다. 거기에 지난 2010년 5월 금남로 지하상가 붕괴 사고까지 이어져 위기해 처하게 됐다.

지난 2010년 당시 그녀는 지하상가 붕괴됐을 때 가게 바로 입구까지 천정이 무너지고 뻥 뚫리면서 위험한 순간에 부딪혔다. 붕괴 이후 시선만 올리면 바로 하늘이 보이고, 지상 위의 모습이 훤히 보였던 것이다.

이를 두고 그녀는 “지난 2010년 5월 금남로 지하상가 붕괴사건 이후로 사람들의 발길이 더 끊기게 됐어요. 제 자리로 돌아오기까지 1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이제는 ‘기억의 상자’ 광주폴리도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 같은 밝은 기대감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지난 10일 광주폴리Ⅱ 개막식을 가졌다. 이후 좀처럼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앞으로 점포를 운영하면서 지하상가 만남의 광장, 광주폴리 ‘기억의 상자’와 추억을 함께 쌓아갈 것이다.

이곳의 터줏대감이나 다름없는 김영선씨는 “앞으로 집에 가지고 있는 추억이 깃든 물건이나 기록을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추억을 자랑하고 내놓은 것도 좋은 것 같아요”라며 지하상가 재번영의 시대를 꿈꾼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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