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유명세가 사람을 괴물로도 만들더라!"
@[톱스타] "유명세가 사람을 괴물로도 만들더라!"
  • 김영주
  • 승인 2013.11.04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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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버티]는 지구 밖에서 미국 우주정거장 근처에 러시아 인공위성이 폭발하면서 벌어진 일, [캡틴 필립스]는 바다 위에서 미국 화물선이 소말리아 해적의 공격을 받으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다르지만, 그 고난을 겨우겨우 헤쳐 나가며 구사일생한다는 점에서 같다. [그래버티]는 지구 밖의 우주정거장을 몸소 경험하는 듯한 느낌이 실감나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이고, [캡틴 필립스]는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국제문제가 가난에 찌든 소말리아 해적들과의 갈등을 소재로 하여 단순한 선악을 넘어서서 긴박하고 팽팽하게 그려진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이다. 그래서 둘 다 작품성과 영화기술은 A+이지만, 그 동안 블록버스터의 거대한 스케일에 엄청난 비주얼로 요란뻑쩍하던 미국영화와는 정반대이어서, 대중재미는 영화를 즐기는 스타일에 따라 다르겠다.

난 [캡틴 필립스]가 더 좋다. [빅]에서 새파랗게 젊은 청춘이었고, [포레스트 검프] [아폴로] [라이언 일병] [캐스트 어웨이] [터미널]을 거쳐서, [다빈치 코드]에서 노련한 중년이었던 톰 행크스가, 이 영화에선 반백에 살집이 넉넉히 오른 노년에 접어들었다. 무엇보다도, 해적들을 무조건 나쁜 놈들로 몰아세우지 않고, 그들이 그런 지경에 몰리게 된 이유를 노골적이 아니라 암암리에 보여주는 감독의 연출력이 참 돋보인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 광주의 오월항쟁과 아주 비슷한 북아일랜드의 [블러디 썬데이]를 연출했고, 맷 데이먼의 [본]씨리즈로 유명해지고 [그린 존]이라는 좋은 영화를 만들더니, 이번에도 참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



항상 수더분하고 넉넉해 보이던 배우 박중훈이 [톱스타]를 만들어 감독으로 나섰다. 호기심에 예고편을 보았다. 엄태웅의 연기가 과장스러웠지만, 김민준의 카리스마와 소이현의 은밀한 섹시함에 이끌렸다. 엄태웅, 연기가 감탄스럽지는 않지만 대체로 좋다. 이 영화에서도 그렇다. 그런데 캐릭터가 악독해지면서 연기가 과장스러워진다. 김민준, 곽경택 감독의 [사랑]에서 악당의 강렬한 카리스마에 소름이 돋았던 캐릭터와 비슷한 이미지를 다시 만나니 두근거렸다. 이 영화에선 그토록 강렬하진 않았지만 잘 어울렸고 가장 두드러진다. 그 으스스한 눈빛과 눈매에 톱스타와 수컷의 욕망이 함께 생생하게 꿈틀거렸다. 소이현, TV에서 얼핏 본 듯하지만 선명한 기억이 없는데, 이 영화에서 제대로 만났다. 차가운 영리함 뒤에 숨겨진 뜨거운 욕망이 오고가는 섹시함이 바짝 조여든다.( 화끈하게 벗는 장면이 없어서 오히려 더 매력 있다. ) 유명한 김수로보다는, 무명의 두 조연 엄태웅 매니저와 조실장의 조연이 돋보인다. 조실장의 비열함이 타고난 캐릭터처럼 살아있다. 처음 만든 작품치고는 잘 만들었지만, 스토리라인이 뒤로 가면서 잔가지가 튀어나와 흐트러지고, 그걸 한꺼번에 정리하려고 서두르고 무리한다. 사건들을 좀 더 간결하게 잡고서 좀 더 밀도있게 이끌어갔어야 했다. 소이현을 좀 더 강렬하게 팜므 파탈로 불태웠더라면 훨씬 좋았겠다. * 대중재미 A0, * 영화기술 A0, * 감독의 관점과 내공 : 민주파 B+. 그래서 볼만하고 재밌다. 좋은 감독이 될 수 있겠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76597&videoId=42473&t__nil_main_video=thumbnail
 
스토리의 기본틀은 ‘甲과 乙의 관계’에 얽힌 갈등이다. 이 세상의 만물과 만사에 항상 있어왔던 일이다. 그런데 최근에 부쩍 ‘갑과 을’을 말한다. 세상이 너무 각박해졌다는 뜻이겠다. 자아발견의 다양성을 북돋우는 게 아니라, 자기집착의 정신병에 휘몰려들고 있다. 세상인심이 너무 영리하고 너무 냉혹하다. 그게 너무나 싫고 지겹지만, 나도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 한겨레신문에서 ‘엑스트라 쥐어짜는 드라마왕국’을 연재하면서 그 갑을관계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영화판이 성공의 찬란함과 실패의 굴욕감이 더욱 극단적이니, 그 어둠이 훨씬 더 심할 게다. 이 영화에서 그걸 톱스타와 매니저의 관계로 보여준다. 갑 김민준이 을 엄태웅에게 뺨을 토닥거리며 비아냥댄다.  “유명세가 사람을 괴물로도 만들더라!”

우리나라가 참 풍요롭지만 너무 나쁘다. 그래서 그 풍요로움이 사뭇 위험하고 자못 추하다. 기본터전만 닦이면 숨어사는 게 상책인데, 그게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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