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숙희, “인권도시에 걸맞은 ‘여성인권’ 지켜내야”
채숙희, “인권도시에 걸맞은 ‘여성인권’ 지켜내야”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3.10.2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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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친화도시 광주, 텃밭 일구는 여성일꾼들(2)

▲한올지기 채숙희 소장
광주는 ‘인권도시’라는 거창한 화두를 걸고 다양한 계층의 인권을 지켜내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낮에는 넥타이를 매고 ‘인권도시’를 외치는 이들이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신도시를 중심으로 불야성을 이룬 산업형 성매매 업소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다양한 여성의 문제 중 성폭력, 성매매 문제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숨겨져 오면서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추궁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더욱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성·평등한 교육 기회 받는 환경속에 자라

성매매피해자지원시설인 한올지기 채숙희(54)소장은 탈성매매여성들의 안타까운 인권침해 실상을 밝혀 사회 구조적 변화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

화정동 광주 여성의 전화 사무실에서 만난 채숙희 소장은 “성매매는 성문화를 방치한 행정기관 및 사법기관 등 국가적 책임이 크다고 본다”며 “성매매업주와 피해자만 수면위로 드러나고, 정작 여성을 돈으로 구입하는 수많은 구매자들은 잘못을 하고 있다는 인식도 없는 현실이다”고 말한다.

사회 구조적 인식변화를 바라고 있는 채 소장은 성폭력, 성매매 상담에 관련한 여성운동을 한지 어느덧 20여년의 세월에 접어들고 있다.

채 소장은 광주여성의 전화 광주성폭력상담 소장, 아동·여성보호지역연대 위원장, 광주여성의 전화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성매매방지교육 전문강사, 직장내성희롱예방교육 강사를 하면서 여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고 있다.

전남 보성에서 태어난 그녀는 3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직에 있었기에 딸, 아들 구별 않고 자식들에게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줘야한다고 가르쳤고, 초등학교 4학년 때 광주로 전학을 오게 되면서 대학교육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러한 교육을 받고 자라온 그녀는 결혼한 순간부터 ‘채숙희’라는 나 자신이 묻혀지는 것을 느끼게 됐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며느리, 누군가의 엄마라는 생활이 요구되고 이것을 거부했을때 사회적으로 돌아오게 되는 비난이 스스로 견디기 힘들었다.

▲한올지기 채숙희 소장
여성문제,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

그렇게 채 소장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양육하며 10여 년 동안 전업주부 생활을 했다. 그녀는 지난 1995년 우연한 기회에 여성의 전화의 ‘상담학교’를 다니게 됐다.

채 소장은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다양한 어려운 부분을 배울 겸 다니게 됐지만 상담학교를 다니면서 내가 갖고 있는 마음의 부담감이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그 이후 부담감과 힘듦이 사라지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처음 상담자원활동을 하면서 여성폭력 피해자들을 한두 명씩 만나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1994년 성폭력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성매매 여성,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피해자라는 것을 드러내는 순간 또 다른 책임을 추궁당한다고 한다.

“너가 빌미를 제공한 게 아니냐, 너도 돈을 벌면서 즐긴 게 아니냐” 라는 비난이 따라오고,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 “아이도 있는데 조금 참고 사십시오”라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범죄를 드러내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한다.

이러한 여성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묻자 채 소장은 “사람들의 인식전환을 위해 예방교육과 공익광고가 필요하다”며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많은 시민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최소한 30%정도는 공익광고를 할 수 있도록 조례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한다.

이어 “광주는 인권도시, 예향의 도시라는 화두를 걸지만 다른 도시들에 비교해서 도시재정비 사업이나 단속을 강화시켜 성매매 업소를 폐쇄하려는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며 “성매매 직결지인 계림동, 대인동, 닭전머리의 주택가 사이에는 무허가 업소들이 많으며, 새로운 도시에 휴게텔, 노래홀 등 산업형 성매매업소에 성매매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다.

어린아이 진술 받아들이는 첫 판례

이렇듯 그녀는 광주시가 인권도시에 걸맞게 어떻게 여성인권을 보장하며 광주를 이끌어 갈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성폭력문제로 여성운동을 20여년 해온 그녀는 지난 2001년 발생했던 ‘무안어린이집 성추행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피해자는 만 4세의 아주 어린 아이였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어린 아이의 진술을 신뢰해주지 않았다.

그 당시를 떠올리며 채 소장은 “우리 기관에서도 굉장한 노력을 하고 피해자의 부모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었다”며 “그 기점으로 어린아동들의 진술을 신뢰하게 된 첫 번째 판례가 됐고, 이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진술을 받고 전문가가 배치되는 시스템이 갖춰진 사례가 됐다”고 말했다.

성폭력 문제는 단 둘이 있을 때 범죄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거를 제시하기 굉장히 어렵다. 증거자체가 진술밖에 없는 경우가 많고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더더욱 승소를 이끌어내기 힘들었다.

최근 직장내성희롱 예방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본래 공공기관에서 진행했던 것들을 이제는 사설기관에서도 1년에 한 번씩 의무교육으로 진행하는 등 점차 개선이 되고 있지만 간혹 ‘우리 기관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라며 통과 의례식으로 여기는 조직이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채 소장은 “5인 이하의 직원수가 적은 사업장에서 성희롱은 많이 발생한다”며 “특히 경리와 단둘이 일하는 사업주 같은 경우는 아랫사람, 약자라고 보고 부적절한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가정폭력이 없어지면 청소년들의 학교폭력은 90%이상 근절된다고 본다”며 “모든 폭력은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문제는 어른들을 보고 자란 우리들의 자화상이다”고 토로했다.

앞으로 시민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그녀는 “더 이상 성문제는 특정한 여성들의 문제라고 여기지 말고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나 자신도 타깃이 돌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인식전환과 동시에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성을 구매를 하지 않겠다는 인식을 지녀야 성매매가 STOP되는 시점이 될 것이다”고 바라고 있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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