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정말 못할 짓
바닷가에서 정말 못할 짓
  • 채복희 시민의소리 이사
  • 승인 2013.10.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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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복희 시민의소리 이사
해남 땅끝 옆 어촌 남성마을의 주 사업은 전복양식. 이외 게나 멸치, 낙지, 문어, 장어를 잡는 통발 등 어장이 생계를 이어주는 수단이다. 전복양식에 나서기 전까지 남성 어부들은 전통적 방식에 의해 연근해 어종을 잡아 시장에 내다 팔았다.

이곳에서 잡히는 돌게와 갑오징어, 문어, 장어, 우럭, 숭어, 쏨뱅이, 간재미, 놀래미들은 근처 남창장이나 해남장 등지에서 인기있는 수산물이고 제철이 돌아오면 전어, 민어, 쭈꾸미, 농어, 돔 등도 어김없이 나타나 회 애호가들의 발길을 잡아끌었다.

연근해에서 주로 잡히는 이들 어종 중에 장어나 멸치 같은 생선은 회유어로 먼 바다를 돌아다니다 산란기가 오면 돌아온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돌게와 놀래미와 같은 어종은 연안 정착어들로서 근해에서만 논다고 한다.

누대를 이은 어부들은 어느 철에 어떤 고기가 돌아오고 언제 먹어야 가장 맛이 있는지 잘 안다. 따라서 이들은 제철을 놓치지 않고 밥상에 올리고 맛을 즐긴다. 전어는 ‘전국민어’라 해서 더 이상 언급할 필요는 없고, 요즘처럼 아침 저녁 쌀랑한 바람이 불때면 가시가 돋친 붉은 솜뱅이 매운탕이 별미다. 회로 썰면 몇점 나오진 않지만 담백하면서도 고소하다.

지난 추석 직전, 땅끝 항구에 삼치잡이 배가 대거 돌아오면서 반짝 파시를 이뤘다. 갓 잡은 삼치는 활어가 아니라 선어로 유통된다. 젤리처럼 탱탱한 삼치회는 막 지은 밥, 양념장, 김의 삼박자로 환상의 맛을 즐길수 있다. 여름이 막 지난 후부터 감성돔도 한 마리씩 어부의 그물에 걸린다.

지금이 가장 기름진 때로 생선회 중 으뜸으로 치지 않을 수가 없다. 놀래미는 횟감이나 매운탕 감으로 별로 쳐주지 않는 생선이다. 하지만 매운탕을 끓일 때 감초처럼 들어가 줘야 맛을 배가시키고 봄철에는 회감으로도 그만이다. 사근사근하게 씹히는 맛이 마치 ‘야채생선’같은 고기다.

매운탕 감 추천 1위를 꼽는다면 뭐니해도 우럭이다. 우럭은 큰 주둥이와 대가리를 갖고 있는데, 어부들은 바로 여기서 맛이 난다고 주장한다. 실제 우럭 회는 좀 싱거운 편이지만 살을 발라내고 대가리와 뼈만 가지고 매운탕을 끓이는데 “역시”다. 갯장어는 사철 잡히지만 여름에는 국물을 우려낸 보양식으로 좋고 추울 땐 구어 먹으면 술안주감으로 그만이다.

어부들도 지름 10센티미터 이상 굵기가 나면 팔지 않고 푹 고아서 가족 보양식으로 쓴다. 올 여름 남성마을에 200킬로그램짜리 가오리가 나타났다. 그물에 걸려 해변으로 들어와 해체된 뒤 마을 사람들에게 팔려나갔다. 돼지 한 마리 잡는 것 못지 않았으나, 사냥터에는 약간의 핏자국 외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홍어와 닮은 이놈도 애를 비롯한 내장이 매운탕을 끓여 놓으면 별미가 된다.

바다가 죽는다면 인류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후쿠시마 원전에서 오염수가 끊임없이 바다로 흘러들었다고 한다. 거짓말로 일관하던 일본이 최근에서야 그런 사실들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는 총리가 나서 ‘괴담’이라고 일축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때 중국, 대만은 이미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국민들이 우리 정부를 믿지 못한다는 점이다. 양식 전복과 연근해 어종들까지도 근거없이 외면받을 수 있다. 바다를 보면 정말 못할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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