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기아차의 끼워팔기 ‘파업’
<편집국에서>기아차의 끼워팔기 ‘파업’
  • 정인서 편집국장
  • 승인 2013.09.14 0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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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기아차 1인당 평균 급여 1억원대
비정규직 문제는 '나 몰라라'
▲ 정인서 편집국장

대형 마트에 가면 소비자들의 눈을 흡입하는 물건들이 있다. 일종의 끼워팔기 상품들이다. 고객을 유혹하기 위해 대형마트들이 전략적으로 자극적인 광고문구를 붙이곤 하는 상품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 가운데 필자가 즐겨 찾는 것은 우유와 요구르트이다. 우유 1천㎖에 기능성 요구르트가 한 두개 쯤 붙어 있거나 요구르트의 경우  4개 묶음 상품에 3개를 더 얹어 주거나 3개 묶음 상품에 2개를 더 얹어주는 경우가 있다.
그런가하면 과자상품이 진열된 장소라든가 커피, 만두, 세제, 고추장, 식용유 등 가정생활용품들이 1+1을 한다면 주부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누구든지 필요한 물건을 사려는 데 하나 더 준다면 이를 마다할 리 없다.

과연 이들 상품이 덤으로 주는 것을 포함해서 하나의 단위당 가격이 어느 것이 더 싼 가격인지는 계산해봐야 한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런 1+1 상품이라든가 덤으로 얹어주는 상품들은 대부분 소비자를 우롱하는 상품들이다. 과소비를 부추기는 것은 물론이고 원래의 상품은 1.8ℓ인데 묶음 상품은 1.7ℓ이지만 용기 크기는 같아 소비자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끼워팔기나 덤으로 주는 상품들 가운데 상품유효기한이 며칠 밖에 남지 않은 제품들도 있다. 끼워팔기에 현혹된 소비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언론에 보도된 이후 알 것 같으면서도 더 준다고 하면 견물생심(見物生心)에 빠져들곤 한다. 하지만 어쩌랴. 그러한 사정에도 나도 모르게 마음 가는 것을.
한 번씩 마트에 가서 장보는 것도 사실 큰 일 중의 하나이다. 자주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보는 시간이 2~3시간이 금방 걸리곤 한다. 그래서 이것저것 한꺼번에 사둘 수밖에 없다. 때문에 끼워팔기 유혹을 그냥 넘겨버리긴 힘들다.

대형마트에서 끼워팔기를 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자동차 회사도 끼워팔기를 한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냐. 차를 끼워판다고. 아니다.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같은 그룹에 속하는 회사이다. 자동차 연구개발도 통합하여 운영된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디자인 측면에서 보는 이미지가 다르기 때문에 마케팅 차원에서 디자인을 선택할 뿐이다.
하지만 경영관리나 노사관계는 현대차가 우선이고 기아차는 나중이다. 이는 현대차가 경영성과가 기아차보다 훨씬 좋기 때문에 기아차는 현대차의 눈치를 보게 된다. 기아차 노사는 현대차 노사의 협상 결과에 따라 같은 비율로 임금인상이나 같은 성과급을 받곤 한다. 이것 때문에 현대차 쪽의 기분은 살짝 나쁘다.

기아차 노사는 12일 임금협상 잡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는데 현대차 노사가 지난 9일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통과한 이후 3일만이다. 기아차 노조는 13일 노조원 찬반투표에서도 현대차 51.5%보다 압도적인 73.8%의 찬성표를 얻었다. 당연한 결과다.
현대차는 100여일만에 기아차는 70여일만에 이루어진 결과다. 현대차가 길어진 것은 단체협상이 포함되었고 기아차는 임금협상 뿐이었지만 기아차 경영진에서는 현대차의 결과만을 기다렸다.
양사의 합의안의 내용은 거의 거의 유사하다. 명칭만 다를 뿐이다. 임금 합의안 주요내용은 ▲기본급 97,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격려금 500%+ 850만원(경영성과금 350%+ 500만원, 사업목표 달성 장려금 300만원, 품질경영 성과장려금 100%, 브랜드가치 특별격려금 50%+50만원,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과 ▲주간연속2교대 여가선용 복지 포인트 50만 포인트 지급 등이다.

이 정도면 1년에 총 2천만원 수준이고 지난해 임금협상 결과와 비슷하다. 2천만원이면 웬만한 영세기업 근로자 1년 연봉에 맞먹고 2년 연속 이 수준의 인상이라면 성과급의 경우 약간씩 오른 정도라 하더라도 호봉을 포함하면 대충 1천만원선으로 이를 합하면 중소기업 직원 임금 수준에 이를 정도다.
그렇다면 기아차 노사의 임금협상안은 사실상 현대차 노사의 결과에 따라 동행하는 수준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기아차 노조는 왜 파업했을까?
기아차의 한 직원은 ‘동반파업’이라는 말로 포장을 했다. 현대차가 파업하니까 기아차도 파업한다는 것이다. 임금협상은 대체적으로 현대차의 눈치를 보고 그 결과에 맞춰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아차 노사는 12차 교섭에서 합의에 이른 것이다.
기아차 노조의 관계자는 임금은 현대차 수준에 맞춰가는 편이지만 단체협상은 2년 단위이므로 매년 번갈아 진행되기 때문에 올해는 현대차가 길게 했고 지난해는 기아가 더 오래 했다는 이야기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기아차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8차까지 회사측이 안을 제시하지 않아 파업을 했다고 주장한다. 기아차 경영진은 현대차의 임금협상 결과만을 기다리다보니 어느 정도 합의안이 나와야 그것을 들고 사측안을 노조에 제시하는 꼴이다.

올해 기아차 노조는 결국 현대차의 수순을 보는 ‘끼워팔기 파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양사의 노조는 몇 번의 파업으로 또다시 1인당 수천만원을 거머쥐었고 사측도 매년 되풀이되는 노조의 전략에 끌려다니다가 퍼주기식 협상을 했다는 비판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근로자들의 임금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 2010년 기준으로 1인당 평균 급여가 현대차는 8,000만원, 기아차는 8,2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는 9,400만원 정도이다. 올해는 이를 기준으로 보면 거의 1억원대에 도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데 기아차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기아차 노조가 임금협상 별도요구안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요구했으나 12일 끝난 임금합의안에 비정규직 문제가 포함되지 않아 비정규직원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노컷뉴스>보도에서는 기아차 광주공장 비정규직 노조 간부가 분신자살을 기도하면서 관심이 높았던 터여서 비정규직원들은 허탈감마저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래서 양사의 노조가 귀족노조라는 소리를 듣는다. 양사의 근로자들의 씀씀이가 웬만한 상류층에 버금간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파업으로 인해 생산차질을 빚고 매년 임금인상으로 상대적인 위화감 조성과 하청업체의 후리기와 차량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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