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나는 이들에게 돌을 던질 것이다
[기자수첩]나는 이들에게 돌을 던질 것이다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3.08.14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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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구 기자
지난 2일 광주광역시사회복지사협회의 명의로 된 보도자료가 성명서와 함께 기자의 메일로 왔다. ‘정부는 아동양육시설과 공동생활가정에 대한 지원을 통일시켜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였다.

이 보도자료는 공교롭게도 기자가 광주YWCA 산하 성빈여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동생활가정(그룹홈)에서 아동들의 생계비를 2,000만원 넘게 편취해 법인에서 유용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기사를 연이어 쓰고 있을 때 보내왔다.

광주광역시사회복지사협회(회장 이용교 광주대 교수,이하 광주복지사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 사회복지법인이 큰 불법 행위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국가가 조장한 점’이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광주YWCA 불법, 국가가 조장했나?

이 성명서에서 광주복지사협회는 “현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양육시설에 근무하는 사람에게는 시설장, 사무국장, 사회복지사, 생활지도원 등 직급제와, 매년 호봉도 올라가는 호봉제를 시행하지만, 공동생활가정은 ‘시설장과 생활지도원’이란 명칭만 있고, 호봉도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10년을 일한 사람이나 하루를 일한 사람이나 임금이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공동생활가정만 운영하는 경우에는 저임금으로도 마지못해서 기관을 운영하지만 사회복지법인이 공동생활가정을 운영하려면 최소한 아동양육시설에서 근무하는 수준의 임금, 수당, 퇴직금 등을 주지 않고는 적정 인력을 쓸 수 없다”며 “아동양육시설에서 10년을 근무한 직원을 공동생활가정으로 파견 하려면 그 정도의 임금과 수당 그리고 퇴직금 등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보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어 “국가가 아동양육시설과 공동생활가정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동일하게 하면 될 일인데, 공동생활가정에 대한 지원을 아동양육시설보다 낮게 하고 해당 법인이나 개인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생계비 편취는 명백히 불법

이를 근거로 이들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은 공동생활가정에서 일하는 직원의 처우를 아동양육시설에 준하여 하기 위해 일부 비용을 부풀려서 지출하고, 그 차액을 모아서 다시 법인통장에 넣고 법인은 공동생활가정에 법인전입금으로 준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막는 식이고 사실상 공금을 유용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문제의 법인을 옹호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라고 묻는다.

이에 대한 답으로 나는 광주YWCA와 광주복지사협회에게 돌을 던질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광주YWCA 산하 성빈그룹홈에서 아동들의 생계비를 2,000만원 넘게 편취해 법인에서 유용한 명백한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광주복지사협회가 “이 사회복지법인이 큰 불법 행위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국가가 조장한 점’이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회복지사들의 처우가 열악하면 불법을 저질러도 된다는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불법을 사회구조적 문제로 합리화하는 것은 ‘어불성설’

이처럼 광주복지사협회가 광주YWCA의 불법을 공동생활가정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처우 문제와 결부시켜 사회구조적 문제로 합리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히 성명서에 광주YWCA의 불법을 “사실상 공금을 유용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옹호한 대목은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둘째, 한 달에 약 180만원을 받는 공동생활가정의 시설장이나 생활지도원의 한달 기본급은 광주시의 경제활동인구 중 약 40%가 최저임금 수준인 약 100만원의 기본급을 받고 있다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받는 금액은 알만한 시민사회단체의 실무자나 국장급보다 더 높다.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임금에 허덕이고 있는 다른 저임금 직업군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임금을 받고 있음에도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들의 입장만을 옹호하려는 광주복지사협회의 조직이기주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셋째, 공동생활가정을 수탁받은 기관은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에 대한 퇴직금 100%, 4대보험 50%를 책임질 의무가 있음에도 그룹홈 아이들 돈을 빼돌려서 이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할 능력이 없었다면 광주YWCA는 애초에 이 사업을 맡지 말았어야 했다.

왜 이 시기에!

넷째, 광주복지사협회가 공동생활가정의 시설장과 생활지도원의 처우문제를 언급한 성명서를 낸 것은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성명서가 나온 시점이 지난 2일이고, 광주YWCA산하 성빈그룹홈의 불법 사실이 보도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달 30일부터였다. 광주YWCA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실기사가 보도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를 옹호하는 듯이 보이는 이 성명서는 광주YWCA의 불법행위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물론 이용교 광주복지사협회 회장은 이에 대해 “10년전부터 제기를 했던 문제로 광주YWCA와의 사전 교감은 없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 말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본질을 호도하려는 의도로 비춰지는 이 성명서를 낸 시기는 적절하지 않았다. 이 문제가 제대로 수습된 이후에 적절한 시기를 잡아 공론화해도 될 일이었다.

광주YWCA의 변명과 사회복지사협회 주장 일치

다섯째, 광주YWCA의 변명과 광주복지사협회의 주장이 일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복지사협회 성명서의 “공동생활가정만 운영하는 경우에는 저임금으로도 마지못해서 기관을 운영하지만 사회복지법인이 공동생활가정을 운영하려면 최소한 아동양육시설에서 근무하는 수준의 임금, 수당, 퇴직금 등을 주지 않고는 적정 인력을 쓸 수 없다”며 “아동양육시설에서 10년을 근무한 직원을 공동생활가정으로 파견 하려면 그 정도의 임금과 수당 그리고 퇴직금 등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보낼 수 없다”는 말은 취재 도중 성빈여사 정미혜 원장으로부터 들었던 변명과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사려깊고 정의로운 광주YWCA가 되어야

광주YWCA는 지난날 광주지역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함께 했다. 군사독재가 엄혹했던 1970년대~1990년대 중반까지 광주YWCA는 이 지역 민주화운동의 한 보루로써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때로는 선봉에서 싸웠고, 때로는 훌륭한 안식처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했다.

이런 광주YWCA였기에 최근 일련의 행보가 서운한 것일지 모른다. 광주YWCA가 다시 그 때의 사려깊고 정의로운 모습으로 돌아가길 지금 광주 시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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