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서 위조사건 보도, 누가 점화시켰나
공문서 위조사건 보도, 누가 점화시켰나
  • 정인서 편집국장
  • 승인 2013.08.13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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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유진룡 문체부장관 지목(?)-문화일보 곰 재주 부리듯
석간신문 <문화일보>는 FINA의 개최지 결과 발표를 5시간 앞둔 7월19일 오후 2시께, 1면 머리기사로 ‘공문서 위조’ 사건을 보도했다. 지난 4월, 광주시가 유치신청서 초안을 FINA에 제출하면서 위조한 정부보증서를 첨부했다는 내용이다. 문체부는 <문화일보> 기사가 나오기 이전부터 유치위 직원들을 조사해 6급 공무원 한 아무개씨(44)의 단독 행위로 결론짓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공개되는 경우, 개최지 결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FINA 총회 이후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방침을 유치위에 전달해둔 상태였다. 그런데도 FINA 총회에 앞서 <문화일보> 보도가 나와버린 것이다. 강운태 광주시장이 개최지 선정 직후 바르셀로나 현지에서 “보도가 난 시점과 의도가 의심스럽다”라고 반발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한 <시사IN>의 취재에 최영범 <문화일보> 편집국장은 “취재 과정을 확인해줄 수 없다. 다만 보도 시점이 민감해, 편집국 내에서 고춧가루를 뿌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보도를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시사IN>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보도가 나기 전, 유진룡 문체부 장관과 <문화일보> 고위 관계자가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www.sisainlive.com 2013.8.9 '공문서 위조 의혹, 찬물 맞은 광주' 중에서

   
▲ 정인서 <시민의소리> 편집국장
광주시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를 놓고 '공문서 위조' 사실에 대해서는 광주시는 뭐라 할 말이 없다. 중요한 것은 '사실은 사실이니까"이다. 일단 죄인은 광주시이다. 뭐라고 해명하건 그것은 '사실' 이상을 넘어설 수 없다. 그런데 광주시는 갖가지 해명을 하느라 정신 없다.

이미 불거진 사실이라는 점에서 광주시는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말자. 이렇게 된 이상 정부의 행사 비용 지원 여부를 떠나서 정부가 대회 개최에 보증을 섰다면 수영대회 유치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유치 포기는 위약금도 위약금이지만 대한민국의 국제적 망신은 물론이고 앞으로 다른 국제대회 유치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한가지,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가 13일 오전 11시 시의회 기자실에서 광주시의 최근 여러가지 사건을 놓고 강운태 시장은 '공무수행 자격이 없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KBS카메라와 <시민의소리> 기자 1명만 있었을 뿐 다른 기자들은 자리에 앉지 않았다. 일부 기자는 기자회견 성명서만 챙겨 사라졌다.

이 정도 내용이면 통신사를 비롯해 일부 일간지에서 기사가 노출될 법 한데 아직은 소식이 없다. <시민의소리>만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11시51분에 기사를 올렸다. 다른 언론사들의 기사가 언제 노출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오후 3시40분여가 되도록 아직 노출되지 않고 있다.

어쨌든 기자회견장에 기자가 없다는 것은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의 기자회견에 대해 언론이 무관심할 정도로 단체의 '힘'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광주시의 언론 장악(?)을 통한 로비력에 기자들이 기사를 쓰지 못하는 것인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볼 일이다.

한 가지 관심을 가질만한 보도가 있다. 시사IN www.sisainlive.com 2013.8.9 '공문서 위조 의혹, 찬물 맞은 광주'라는 기사이다. 이 내용 가운데 일부를 머리에 첨부해 올렸는데 정황으로 보면 유진룡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이 <문화일보> 고위 관계자와 저녁식사를 갖고 공문서 위조 사건을 슬쩍 흘려주었거나 석간신문이라는 점을 이용해 발표 직전에 보도할 수 있도록 논의를 했다고 보인다는 것이다.

국제수영연맹(FINA) 총회에서 2019년 대회 개최지로 광주가 확정된 시각(7월19일 오후 7시30분)보다 5시간여 전 <문화일보>가 석간으로 발행되면서 이 사실이 알려졌고 모든 방송이 이를 즉각 보도했다. 구태여 보도자료를 뿌리지 않고 해결한 것이다. 결국 광주시는 유치 성공이라는 자축을 하기 직전에 정부가 고춧가루를 뿌린 격이다. 스스로 국가의 체면을 깎는 일에 정부도 한몫 거든 셈이 됐다.

분명 문체부가 공문서 위조 사실이 공개되는 경우, 개최지 결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FINA 총회 이후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방침을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위원회에 전달해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유 문체부장관이 이러한 내용을 사전에 <문화일보>에 '흘렸던 것인지, 보도를 논의했던 것인지' 궁금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 유 장관이 직접 해명 브리핑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숨어있을 법하다. 최근의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과 박근혜 정부의 책임론 등이 불거지면서 민주화의 성지 광주를 '공문서 위조'로 터뜨려 다른 지역의 여론몰이용으로 활용하겠다는 심산이 엿보인다. 정부가 '일베'를 부추기는 기관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아니면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전국에서 가장 낮은 7.76%를 지지한 광주에 대해 '보상(?)'을 하는 것인지 또한 모를 일이다.

유 장관은 바로 이러한 정치적 계산 속에 박근혜 정부를 대리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간단한 상식을 이야기하겠다. 4월에 광주시가 '공문서 위조'를 했다면 당시에 이것으로 크게 문책하고 수영대회 유치에 제동을 걸었어야 옳다. 또한 수영대회에 정부 지원이 없다는 사실을 이제 와서 발표할 것이 아니라 당시에도 지원 사실을 약속한 적이 없다면 당시에 이를 발표했어야 한다.

상식적으로 볼 때 또한 박근혜 정부의 책임도 넘어갈 수 없다. 공문서 위조 사실을 알고도 3개월 이상을 방기한 것은 유 장관의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이는 대통령까지 책임이 있다.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린 책임 말이다. 대외적인 국격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집안싸움을 해서는 안될 일이다. 집안싸움이 밖으로 퍼져 나간 것은 어쨌든 그 집의 수장의 책임이 아니던가.

슬기로운 해법을 찾자. 정부도 정치적 계산으로 광주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여서는 안될 일이다. 뻔히 눈에 보이는 계산 외에도 또다른 계산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집안 식구끼리도 생각이 다르면 티격태격하다가도 다음날 헤헤 웃으며 돌아서는게 가족이 아니던가. 대한민국은 한 가족이고 대통령은 그 어머니라는 생각으로 통치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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