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허파, 명품 산책로 '푸른길'
광주의 허파, 명품 산책로 '푸른길'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3.07.15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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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길(하) 광주역~남광주4거리까지 3.415Km

이번 여정은 푸른길공원 취재의 마지막이 될 광주역에서부터 남광주4거리까지다. 독립로 사이에서 시작하는 이 구간은 계림동, 산수동, 동명동, 서석동을 경유하여 전대병원 8동 주차장 옆에서 끝이 난다.

결론적으로 이 구간은 푸른길 공원 조성사업 후반기에 완공된 곳이어서인지 몇 가지 문제를 제외하고는 꽤 양호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다.

광주역~남광주4거리까지 구간에서 먼저 완공된 곳은 조대정문~남광주4거리 기탁구간이다. 연장 535m인 이 구간은 2003년 5월 9일 착공해 2004년 5월 9일 완공됐다. 기탁자는 남광건설이었고, 총 13억9천만원의 사업비가 투여됐다.

남은 광주역~조대정문까지 연장 2,880m 구간은 2008년 3월 6일에 착공해 2010년 1월 18일에 완공됐다. 시공은 남해종합건설(주)이 맡았고, 총 91억9천9백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총 연장 3.415Km의 도시숲

이렇게 이 구간은 총 연장은 3.415Km의 도시숲으로 탄생했다.

이 구간은 크게 계림동 진입광장에서 두산 위브까지, 두산 위브에서 동명동까지, 그리고 서석동에서 남광주4거리까지로 다시 세분할 수 있다.

계림동 진입광장에서 두산 위브까지 이어지는 푸른길은 도심이 아닌 산 속 숲길을 걷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녹음이 아름다웠다. 녹음사이로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했다. 이 구간에는 두 개의 광장과 두 군데의 운동시설이 있다.

계림동 두산 위브에서 산수동 굴다리를 지나 동명동에 이르는 푸른길은 앞선 구간보다 그늘은 덜했지만 연인끼리 손을 잡고 걸어볼만한 데이트코스로 제격이었다. 특히 길게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선 단풍나무 잎의 색이 참 예뻤다. 넝쿨장미가 한창 크고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언젠가는 장미터널을 지날 수 있게 되리라. 이 구간에는 한 개의 분수대와 한 개의 광장, 그리고 한 개의 정자가 있다.

서석동에서 남광주4거리까지의 구간은 제1순환도로와 인접해 있어서인지 차량들이 내뿜는 열기로 인해 시원함이 덜했다. 폭도 좁고, 나무도 울창하지 않아 공원이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가로수 사이 인도를 걷는 듯 했다. 이 구간에는 한 개의 분수대와 몇 개의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푸른길은 문화와 소통의 공간

전 구간 군데군데 마련된 광장과 쉼터 및 운동시설들은 시민들에게 문화와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낮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운동을 하거나 환담을 나누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띠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치유를 위해 걷고 있었고, 건강을 챙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운동시설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구간 곳곳에 마련된 광장과 정자에서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거나,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저녁이 되면서부터 푸른길은 직장과 학교에서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들로, 운동을 하러 나온 시민들로 분주해졌다.

‘성숙한 시민의식’ 아쉬워

이처럼 광주의 허파로서, 문화생태숲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는 이 푸른길이 더욱 건강해지기 위해 우선 지적된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이었다.

푸른길은 금연에다 원동기나 애완동물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금지된 행위들이 버젓이 자행되는 경우가 종종 취재 중 목격되었다.

“개새끼들이 똥을 싸대서 못살겠어. 이 때문에 냄새도 나고 파리나 모기, 깔따구가 천지여. 개들 델고 나오지 못하게 하면 좋겠어”라고 불편한 몸을 치료하기 위해 운동차 나온 공씨(75) 할머니는 말한다.

파리와 모기를 잡기위해 벚나무에 붙여놓은 ‘찐드기’를 통해 이곳에 날파리와 모기들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구간에서 하루 2회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이영복 씨도 “애완동물의 경우 목줄을 매고, 배설물은 비닐에 담아 가져가라는 현수막의 문구가 무색한 경우가 많다”며 “볼 때는 치우지만 안 보면 풀밭에 버리고 간다”고 말했다.

또 그는 “술을 마시고 토해놓거나 쓰레기를 풀 속에 숨겨놓고 가는 얌체족도 많다”고 전했다.

게다가 푸른길 내에 붙여서는 안 되는 현수막, 전단지 등도 양심의 실종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푸른길의 행사와 관련된 현수막 외에 붙어있는 광고 현수막, 고시원이나 원룸 전단 등에 대한 단속이 강화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이 공원에서 금하고 있는 행위를 스스로 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우선 필요한 대목이다.

공중화장실이 단 한 곳

다음으로 지적된 것은 공중화장실 문제였다. 이는 이 구간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 지적이다. 이 구간은 도심공동화지역을 관통하고 있는 관계로 인해 나이 든 노인들이 주이용객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현재 이 구간의 공중화장실은 장애인복지관 옆 단 한 곳뿐이다. 이 외에 공원 이용객들이 화장실에 가려면 계림동 이마트와 산수도서관의 개방형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급한 볼 일이 생긴 어르신들에게 이 화장실 간 거리는 멀게만 느껴진다.

동명동에 사는 송홍섭 씨(66세)는 “이 세 곳의 화장실로는 부족하다”며 “그래서 볼 일이 급한 영감님들이 노상방뇨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악취와 벌레들이 들끓는다”며 “거리상 산수동굴다리에서 이마트사이에 간이화장실이 하나 정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있는 분수대

이 구간 내에는 분수대가 2개 설치되어 있다. 하나는 산수동굴다리 부근에 있고, 다른 하나는 동명동에 있다. 그런데 이 분수대가 예산을 이유로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분수대 옆에 설치된 안내판에 따르면 분수가동기간은 6월~8월까지 3개월이다. 또 가동시간은 오전 11시~오후 7시까지 매시간 30분으로 되어 있다.

이 안내판의 설명대로라면 지난달부터 분수가 시원하게 물을 뿜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이 두 곳의 분수대 운영실태를 확인한 결과 전혀 작동이 되지 않고 있었다.

산수동 분수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최 모씨(71)에게 이 곳 분수대에 대해 물으니 “분수대가 가동되는 것을 올해는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광주시의 전체 공원유지관리예산이 많이 줄었다. 동구청만 보더라도 작년엔 1억3천만원이었는데 올해는 1억원으로 3천만원이 줄었다”며 “시설물은 늘었는데 반해 예산은 줄어서 이 예산 범위 내에서 운영하다보니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이 분수대에 대한 올 운영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운영기간을 줄이고, 가동횟수도 줄일 계획”이라며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한 달간 일 2회 가동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사정이 있었다면 분수대 옆의 안내판이라도 사실대로 고쳐놓았어야 했다. 시민들과의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아쉬운 대목이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작년 이 두 곳의 분수대는 2개월 동안 일 2~3회 가동됐다.

광장의 ‘빈익빈’

푸른길에도 빈익빈이 있었다. 빈익빈에 허덕이고 있는 광장은 계림동에만 두 곳이 있다. 하나는 계림동 진입장벽 바로 안쪽에 있고, 또 다른 하나는 계림동 금호아파트 쪽에 있다.

이 두 곳의 광장이 빈익빈인 이유는 어떠한 문화행사도 열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도 없었고, 올 하반기 행사계획에도 잡혀있지 않다.

남광주역사나 산수동 광장에서 정기적으로 문화행사가 열리는 것과 비교하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남광주역사에서는 별별장터 등의 행사가 열리고 있고, 산수동 광장에서는 우리문화예술원이 주관하는 행사가 연 4회 열린다.

빈익빈에 허덕이고 있는 이 광장들의 활용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이용허가 신청을 하면 허가를 내주겠는데 이곳에서 행사를 하겠다고 신청한 단체가 없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동구청 자체 행사도 올해는 계획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보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곳도 여러 곳

이 같은 문제들과 함께 동구청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곳도 여러 곳 있었다.

계림동 진입장벽 바로 옆 푸른길과 맞닿은 도로에 적재되어 있는 건축자재더미는 푸른길의 경관을 훼손하고 있었다.

이 건축자재더미는 도로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는 것이므로 빠른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푸른길 중간 중간에 설치된 나무의자들 몇 개는 앉아보니 흔들거림이 심했다. 또 두산 위브에서 산수동 굴다리 사이에 넝쿨장미가 타고 올라가도록 설치해 놓은 나무벽이 하나 손상되어 있었다.

게다가 남광주4거리 전남대병원 8동 옆 푸른길에는 내후성 강판(코르텐)을 재료로 사용해서 폐선된 도심철도를 표현한 조형물이 있는데, 이 조형물의 판 2개도 곧 뜯어질 것처럼 보였다.

이와 함께 전남대병원 8동 주차장 위 푸른길 옆에는 한무더기의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확히 이 부지가 푸른길에 속해 있는지 아니면 전남대병원 소유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하루빨리 치워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들은 푸른길 내 시설물들에 대한 동구청의 정기적인 점검과 보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해당 구청의 애정어린 손길이 함께 어울려 푸른길이 광주 최고의 명품길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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