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몸 이야기-젖먹이는 엄마의 몸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몸 이야기-젖먹이는 엄마의 몸은 아름답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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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증맞은 발가락들이 꼼지락 꼼지락, 위아래로 시소놀이를 한다. 잼잼거리던 다섯 손가락은 엄마의 눈, 코, 입을 연신 간질이다 '으앙' 울음을 터뜨린다. 아기는 오만상을 찌푸리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입술을 제비처럼 쭉 내밀면서 엄마 젖을 찾아 얼굴을 휘휘 돌린다.

탱탱 불어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엄마의 젖꼭지를 입안 가득 문 아기는 다시 발가락 손가락 장단을 시작한다. 엄마 젖이 아기의 머리통보다 더 크다. 물리지 않은 한 쪽 젖에서도 아기의 생명수가 흘러내린다. 내 시선은 오래도록 엄마와 아기에게 머무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평화로운 풍경이다.


엄마 젖은 아기의 생명수…탱탱 불어서 금방 터질 것 같다

동네에 목욕탕이 새로 생긴 이후로 쉬는 날이면 가끔씩, 가곤 한다.
갓난아기에서부터 할머니까지,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몸들이 부딪치는 곳. 사람관찰하기가 취미인 나는 탕안 구석구석을 탐색한다.

이제 막 봉우리가 맺힌 수줍음 띈 몸. 새 생명을 품고 있는 불룩한 몸, 군살 하나 없이 쭉쭉 뻗은, 만지면 걸린 데 없이 그대로 떨어져 내릴 것 같은 몸. 삶의 흔적이 그대로 베어있는 몸 등등.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이 몸이 가지고 있는 언어 또한 사람마다 다름을 목욕탕 갈 때마다 느끼곤 한다.

널찍한 실내를 가득 메운 몸뚱이들. 이태리 타월로 살이 빨개지도록 뿍뿍 미는 사람, 노모의 등을 정성스럽게 밀어주는 사람, 아프다 우는 아이의 엉덩이를 철썩철썩 소리나게 때려가면서 아이를 씻기는 사람, 비누 거품을 온 몸에 묻힌 채 물을 들이붓는 사람들 틈에서 어김없이 또 다른 모습이 발견된다.

우유를 바가지에 따라서 얼굴에서부터 발끝까지 문질러 대는 사람. 요구르트를 얼굴에 바르는 사람. 오이를, 아니면 계란을, 또는 숯처럼 까만 것을 얼굴에 덕지덕지 바르고 누운 사람, 앉아 있는 사람.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조심스럽게 일어나 사우나실로 들어간다. 머리는 수건으로 싸고, 배는 분홍, 연두, 파란색 비닐로 칭칭 감고 앉아 커피를 한 양푼씩 시켜 마시면서 한담을 나누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 2분을 견디지 못하고 나와 버린다.

그때, 내 눈에 들어 온 풍경.

아기의 머리통보다 더 큰 엄마 젖은 홀쭉하니 줄어들고, 들숨 날숨을 반복
하는 아기의 배는 올챙이배처럼 불룩해진다. 배가 부른 아기는 엄마와 눈을 맞추며 방긋방긋 웃는다. 까르륵 까르륵, 웃는 아기의 웃음소리가 탕 안을 일시에 환하게 한다.

온 몸을 우유로, 얼굴은 오이로 달걀로 치장을 해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아기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덜 꺼진 배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아기의 생명수를 담고 있는 엄마의 모습임을. 알몸뚱이들이 어우러진 목욕탕 안에서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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