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방젯골은 '절망'을 노래하나?
남구 방젯골은 '절망'을 노래하나?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3.05.07 0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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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참여 없는 방젯골 창조마을 만들기

광주 남구 방림1동에 가면 ‘방젯골’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안내판을 볼 수 있다. 안내판에는 “광주천을 따라 울창한 버드나무 숲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어 ‘방젯골’또는 ‘방역골’이라 불렸다는 설이 있으며, 시냇가에 늘어진 버드나무의 모습이 마치 꽃송이 같다는 뜻이다”라고 적혀있다.

광주시의 창조마을 만들기 사업 중의 하나가 바로 여기에서 추진되었다.

창조마을은 주민보다는 자치위원회 중심

시는 지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년간 총 4억5천여만원을 들여 ‘방림1동 창조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했다. 2011년에는 전액 시비로 2억원을, 2012년에는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의 이름으로 국비, 시비, 구비를 합쳐 2억5천여만원을 방림1동에 투입했다.

앞으로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비 3억원이 더 투입될 예정으로 있다. 2013년도 사업은 아직 국비와 시비가 미교부되어 준비 중에 있다.

이 사업비는 전부 ‘방젯골만들기 추진협의회’에서 집행했다. ‘방젯골만들기 추진협의회’는 방림1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1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 보도했던 다른 마을과 마찬가지로 관심있는 주민들보다는 자치위원회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희망을 노래하는 방젯골’을 만들기 위한 마을 주민의 참여는 벽화나 우편함, 꽃박스를 설치하도록 동의하는데 그친 것이다.

2년간 4억5천만원이 투입된 ‘희망을 노래하는 방젯골 조성사업’은 크게 방림1동사무소 주변과 제일놀이터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2011년 시비 2억원 중 약 1억,5000만원을 방림1동사무소 주변에 투입했다. 전체 사업비의 76.5%가 여기에 투입되었다.

‘행복발전소’ 조성에 5개 업체나 참여

방림1동사무소 옆에 가보면 ‘행복발전소’가 있다. 무상으로 5년간 사용하기로 한 빈집을 리모델링하고 몽학정원(주민쉼터)를 조성하는데 6,900만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행복발전소 조성에 5,700만원이, 몽학공원 조성에 1,200만원이 사용됐다.

몽학정원은 행복발전소 마당에 꾸민 것으로 마땅히 행복발전소 조성 공사에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행복발전소 조성과 주민쉼터 조성 사업내용에는 철거, 리모델링, 지붕 보수, 담장 허물기, 조경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행복발전소 조성 공사에는 4개 업체나 참여했다. 4개 업체는 해오름종합건설, 세기기업, 빛고을환경, 신동아산업개발 등이다. 몽학정원 조성에는 기우산업개발이 참여했다. 동일한 공간 내에서 이루어진 단일 공사에 총 5개의 업체가 참여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단일 공간 내 동종의 공사일 경우, 그 금액이 부가세 포함 2,200만원이 넘으면 입찰을 해야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단일 공사인 행복발전소 조성 공사의 사업비가 5,700만원으로 책정이 됐다면 입찰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효과성 없는 사업에 3,000여만원 사용

하지만 사업의 주체인 ‘방젯골만들기 추진협의회’는 입찰을 하지 않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사업을 쪼개어 4개의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이다.

게다가 행복발전소 조성 공사에 마땅히 포함되었어야 할 몽학정원 공사를 별도 사업으로 만들어 1,200만원을 집행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행복발전소’에서는 방림학당, 주민 사랑방이 운영되었다. 거의 유사한 프로그램임에도 각기 다른 사업명칭으로 3,000여만원이 사용되었다.

약 10명 정도 참여한 글자공예 및 공예체험 지도사 양성과정에 1,200여만원이, 약 20여명이 참여한 천연비누 및 화장품 공방에 1,600여만원이, 명사와의 만남 ‘인문학 강좌’에 200여만원이 사용되었다.

참여율로 봤을 때 효과성이 의심되는 이러한 사업도 올해는 불투명하다. 대부분 강사비와 재료비로 지원했던 이 사업비가 올해는 책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떠한 내용으로 ‘행복발전소’를 가동할지 지켜볼 일이다.

샘신협의 ‘국수먹는 날’은 그나마 다행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이 ‘행복발전소’에서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점심때 진행되는 ‘샘신협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약속-국수먹는 날’이 마을 어른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샘신협에서 주최하는 이 행사에 매주 100~200여명의 마을 어른들이 참석하고 있다.

또 행복발전소 바로 옆에 있는 방림1동사무소 주변에 쌈지공원을 만들고, 벽화와 우편함을 설치하는데 4천만원을 사용했다.

흔하디흔한 타일벽화작업에 1,980만원이, 동사무소 벽면에 조성한 골목갤러리에 880만원이, 우편함 34개 제작에 480만원이 사용되었다.

우편함에 대해 한 지역 주민은 “우편함이 집과 전혀 어울리지 않고 따로 노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꽃이 없는 화분대가 꽃길 조성(?)

이 밖에 1,200만원이 꽃길 조성에 사용되었다. 방림1동의 6~7통 일대 골목길에 가보면 약 60여개의 방부목으로 만들어진 화분대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화분대에 꽃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경식 방젯골만들기 추진협의회장은 “지난 2년간은 무상으로 화초를 지원받아 심을 수 있었으나 기간이 끝난 올해는 지원이 끊겨 꽃을 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올해 사업에도 꽃길 조성이 들어있으니 사업비가 나오면 다시 꽃길이 만들어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말대로라면 다음에 예산지원이 없으면 꽃길도 없다는 이야기이다.

2012년도 방젯골에는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비 5억5,000만원 중 2억5,000만원이 투입되었다. 이 사업비는 제일놀이터 재정비와 단발성 행사에 거의 전부가 사용되었다. 제일놀이터를 재정비하는데 7,300만원이, 단발성 사업에 약 1억7,000여만원이 사용되었다.

‘행복 꿈동산 조성’이라는 이름으로 제일놀이터에 타일벽화 12개, 구름다리 조성, 시화게시판 6개 설치, 축구장 바닥 정리, 화장실 이동 설치 등의 사업이 추진되었다.

하지만 이곳의 관리에는 허술한 점이 많이 노출되었다. 입구는 쓰레기로 넘쳐나 보기에 흉했다. 오르는 길따라 설치된 시화게시판의 그림은 빛이 바래 퇴색되어 감에도 교체되지 않고 있었다.

주민참여가 담장에 벽화를 그리도록 허락하거나, 우편함을 설치하도록 허락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기 집 앞에 설치된 화분대에 자기가 좋아하는 꽃을 심고 관리하는 일, 새로 단장된 공원을 더럽히고 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 시화게시판의 낡은 그림을 새로운 그림으로 바꿔주는 일 등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복의심 예산 사용에 대한 확인 필요

2012년도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은 2013년까지 이어지는 사업으로 아직 추진 중에 있다. 따라서 이 사업에 대한 실적은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2011년 추진실적에 밝힌 사업내용과 2012년도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 추진내용 중 중복이 있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주민쉼터 조성, 공예글자 및 비누화장품공방, 명사와의 만남 등은 전액 시비였던 2011년 사업으로 2012년 말까지 추진되었다. 이에 대한 2011년 사업비도 5천600만원이나 되었다.

그런데 이와 똑 같은 사업이 2012년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 추진내용에도 들어 있었다. 사업비도 5천700여만원이 집행되었다.

2011년 시비에 포함된 사업이 2012년 말까지 진행되었다고 ‘2011년 행복한 창조마을 만들기 추진실적 보고서’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2012년 사업은 누가, 언제, 어디서, 얼마의 예산을 사용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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