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학공원 재정비사업이 창조마을 만들기라니!
쌍학공원 재정비사업이 창조마을 만들기라니!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3.04.30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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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피하려 사업비 쪼개는 '꼼수'부려

예전에 마을마다 콩쿠르가 있었다. 주로 마을 청년들이 나서서 이 일을 도모했다. 비용도 십시일반해서 마련했다. 무대도 어설프고, 제대로 된 마이크나 앰프가 없어도 족했다. 참가하는 사람들도 구경꾼들도 다 마을 사람들이었고, 그들 모두는 그 작은 축제를 최대한 만끽했다.

이 뿐인가? 대보름이면 마을마다 신나는 굿판이 벌어졌다.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놀이패는 집집을 돌며 신명나게 굿판을 벌였다. 좀 잘 사는 집에서는 음식을 마련해 이들을 대접했다.

불과 40여년전만 해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우리는 살아왔다.

현재 광주시에서 만들고자 하는 창조마을 만들기에는 이것이 빠졌다. 창조마을 만들기가 환경미화사업인양 착각하고 있는 듯 보인다.

상무2동에 추진했던 마을만들기 역시 시설을 설치하고 단발성 행사를 치루는데만 3억5천여만원을 썼다.

마을만들기 지속가능성은 암울

올해로 사업비가 끊기니 후속 사업이 추진될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2회에 걸쳐 진행됐던 시화대회나 마을축제도 3회는 없다. 청소년 드림캠프도, 리폼아트나 비누공방도, 마을주민교육도 올해는 없다.

국중복 상무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올해 마을축제나 시화대회 등과 같은 마을 행사를 계획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올해는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리폼아트나 비누공방에 장소를 제공하고, 청소년 드림캠프를 진행했던 시영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도 “올해는 공방이나 드림캠프는 진행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공원 내 시화 전시공간을 채울 콘텐츠가 올해는 없다.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스테인레스로 만든 전시게시판은 작품을 계속 교체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올해도 내년도 지난해 시상한 작품들을 계속 전시해야 할 것 같다.

게다가 청소년 작품들이 비에 젖어 퇴색되고 있어도, 너덜너덜해져 가도 누구하나 손보는 사람이 없다.

이 시화전시공간에는 10개의 전시게시판이 있다. 여기에는 지난해 쌍학시화대회에서 입상한 작품들이 게시되어 있다. 이 공간을 만들고, 시화대회를 여는데 상무2동 창조마을 만들기 협의회는 2년간 1천7백여만원을 썼다.

서구청이 해야 할 사업이 창조마을 사업(?)

이러한 단발성 행사 외에 사업비의 거의 대부분은 쌍학공원 재정비에 쓰였다. 충분히 시나 구의 예산으로 공원은 재정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조마을 만들기라는 명목의 예산으로 공원을 재정비한 것이다.

2011년 상무2동 창조마을 사업비 중 공원 재정비 사업을 보면 꽃밭조성, 정크아트, 공연장 설치, 원형돔 개보수, 쌍학노인정 개보수, 쌍학공원 무장애공간 정비 등이었다. 2012년 사업비에도 꽃밭조성, 원형돔 외부 조성 등이 공원 재정비에 포함되어 있었다.

공원을 재정비하는 것이 창조마을 만들기와 무슨 연관이 있는 지도 알 수 없을뿐더러 쌍학노인정 개보수가 이 사업의 내용과 맞는 지도 의구심이 들게 한다.

이 쌍학노인정 개보수에는 1,980만원이 투입되었다. 시공은 삼해건설에서 맡았다. 삼해건설은 본사를 전남 영암에 두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광주지역 업체에 공사를 맡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입찰을 교묘히 피해간 흔적도 보여

또 이 금액은 입찰을 해야 하는 2,200만원(부가세 포함)에서 220만원이 빠지는 금액이다. 입찰을 교묘히 피해간 흔적이 보인다.

서구청 노인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경로당 개보수 절차에 대해 “경로당 개보수의 필요성이 구청에 접수가 되면 담당자가 실사를 나가 개보수 여부를 판단한 뒤, 개보수가 필요하면 예산을 수립해 회계과에 계약 의뢰를 해서 시공이 된다”며 “보수경로당의 신축, 매입, 개보수는 노인복지계 소관”이라고 말했다.

더욱 놀라운 사업은 쌍학공원 무대공사다. 쌍학공원 무대공사에는 1,998만9,900원이 투입되었다. 입찰을 해야만 하는 2,200만원에서 정확히 2백1만100원이 빠지는 금액이다.

이러한 업체 선정에 대해 국중복 상무2동주민자치위원장은 2,200만원이 넘은 사업에 대해 입찰을 했느냐는 질문에 “입찰을 했을 것”이라며 “2,200만원 미만은 비교견적을 받아 더 낮은 금액을 써낸 업체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상무2동 창조마을 사업비 집행에 대한 정확한 검토요구에 대해 서구청 창조마을 관계자는 “사업비의 적법한 집행에 대한 검토는 동사무소 소관”이라며 “구청은 시의 예산을 동사무소에 내려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광주시의 관리감독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 중 가장 사업비가 많이 들어간 원형돔 개보수의 실태를 살펴보면 더 가관이다. 이 원형돔에는 2년간 5,400여만원이 들어갔다.

새로 지은 것도 아닌 기존에 있는 철제 원형돔에 페인트를 칠하고, 스테인레스 판넬 21개와 미니 양각 점토조형물 24개에 지붕 위 쌍학이 전부인 이 개조 사업에 4천4백여만원이나 쓰였다.

이 스테인레스 판넬 21개의 개당 가격은 무려 100만원이 넘는다. 이의 전체 사업비는 2,257만원으로 입찰을 해야 맞다. 그런데 어찌된게 1,620만원과 637만원으로 쪼개어 집행됐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이듬해 ‘쌍학공원 인권테마관’이라 불리는 이 곳 외부를 조성하는데 1,000여만원이 또 사용되었다. 미니 비둘기 80여마리 설치, 동백 2그루, 애기 소나무 12그루를 식재하는데 이 돈이 다 사용되었다.

이곳에서 지역 민주인사와 2011년까지 광주인권상 수상자들의 이름과 업적을 적은 판넬은 볼 수 있었지만 2012년 광주인권상 수상자인 문정현 신부의 판넬은 볼 수 없었다. 광주인권상 수상자는 해마다 나올텐데 사업비가 없으니 이를 계속 추가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원형돔 시설물 개조 사업계획서의 내용처럼 야간에 LED등이 켜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24일 저녁 9시30분에 가보았지만 등은 켜지지 않았다.

게다가 양각으로 내부 벽에 붙여놓은 24개의 점토인형들 중 7개가 손상되어 있거나 사라져 버렸는데도 전혀 보수가 안 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500만원은 어디로?

원형돔 앞쪽을 보면 2012년 사업변경을 해서 설치한 친환경자가발전형 운동시설 2개가 있다. 이 운동시설에는 1,500만원이 들었다.

서울에 있는 이 회사에 문의한 결과 자전거형은 390만원, 또 다른 스틱워크형은 540만원으로 밝혀졌다. 물론 이 가격은 전혀 깎지 않은 가격이고, 시공비 또한 포함된 가격이다. 약 500만원이란 돈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당시 이 시설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주민 김 모씨는 “이 운동시설은 좋다”며 “다만 아이들이 잡고 흔들어서 그런지 흔들거림이 있고,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나므로 윤활유를 칠하는 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업이 공원 내에서 이루어진데 반해 딱 두 개의 조성사업은 공원을 벗어나 시행됐다. 하나는 공원 주변 주택가에, 또 다른 하나는 금호초등학교 담장에 이뤄졌다.

공원 주변 주택가에는 학을 주제로 한 타일벽화를 20여채의 단독주택 담장에 붙여놓았고, 금호초등학교 담장에는 방부목을 설치하고, 그 사이사이 학생들의 그림 16개를 타일로 제작해 붙여놓았다.

이 역시 차별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른 창조마을의 벽화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흔한 벽화에 불과했다. 이 특별함이 없는 사업을 하는데 2년간 총 4,600여만원을 썼다.

특히 금호초등학교의 벽화는 타일을 뜯어내지 않고는 새로운 작품으로의 교체가 불가능하게 시공되어 있었다.

이곳에 사는 임 모씨는 이 사업이 창조마을 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추진된 것인지를 아느냐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며 “그냥 구청에서 의례하는 공사로 알았다”고 말했다.

공원이 많이 변한 것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그는 “체육시설 빼고는 예전과 차이를 못 느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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