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양마을, 그리 해놓고도 보기 좋나?
경양마을, 그리 해놓고도 보기 좋나?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3.04.20 0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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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떡칠하는 환경미화사업에 불과

광주시에서 창조마을로 추진하고 있는 ‘추억이 깃든 경양마을만들기’사업이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우뚝 설 조짐이 보인다.

‘추억이 깃든 경양마을만들기’사업엔 지역 주민의 실제 참여는 없고, 온갖 시설물과 벽화만이 난무하고 있다. 그나마 이 시설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야 매년 몇 억씩 사업비가 지원되니 그나마 돈으로 유지할 수 있겠지만 지원이 끊기면 어떻게 할지 대책이 없다는 우려가 앞선다.

2011년 약 6천8백여만원을 들여 만든 경양마을 사료전시관을 찾는 시민들은 거의 없다. 이런 실정의 사료전시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매년 250만원의 임차비를 땅주인에게 지불해야만 하고, 운영비로 매년 80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4년간 1억원 들여 '공중분해' 될 듯

이미 2년간 임차비로 500만원을 지불한 상태고, 다시 2년간 임차비 500만원을 올해 지불해야 한다. 사료관 운영비로 지난해 800만원을 지출했고, 마을공방 운영비로 400만원을 썼다.

이곳에서 지난해 공방은 2회 운영되었고, 약 40여명이 참여했다. 강사료와 재료비를 포함하고 있다지만 개인당 10만원이 사용된 셈이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4년간 이 사료전시관을 사용하고, 이후에는 부지를 매입해서 옮길 계획이다”며 “동구청은 작년에 부지매입비로 2억원을 확보해둔 상태다”고 말했다.

이 말에 따르면 4년간 이 사료전시관에 사용된 약 1억원의 돈은 거의 공중 분해될 전망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이 사료관은 2012년부터 마을찻집과 함께 운영되고 있지만 이도 신통치 않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 마을찻집이 자리잡을 때까지 동구청에서는 매년 재료비와 공과금까지 지원해줘야 한다.

이 마을찻집을 설치하기 위해서 작년에 사용한 돈은 3천1백60만원이다. 현재 계림1동 부녀회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다. 어떻게 사료관을 운영해야할지 출발 초기에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마을찻집을 홍보하기 위해 설치한 풍선광고물은 불법이다. 법을 지켜야 하는 행정기관이 버젓이 불법을 자행하고 있음이다.

작은 마을도서관 하나를 만드는데도 앞으로의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답을 찾은 다음에야 공모에 응했던 전북 진안군 백운면 원촌마을의 사례는 ‘경양마을만들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 시민협력관실 예산을 동구청에 기부체납(?)

또 경양마을 버스승강장은 2011년 시로부터 받은 마을공동체 보조금 1,800만원과 창조마을사업비 78만원을 보태 설치됐다. 원래 이 승강장은 경양마을 개미설화를 테마로 개미형상의 디자인을 한 버스승강장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 도시디자인 표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에서 디자인한 표준형 버스승강장으로 제작․설치되었다. 디자인도시의 창의적인 모습이 엿보이지 않는 대목이다.

이와 같은 표준형 버스승강장은 동구에만 현재 18개가 설치되어 있다. 이 중 2개는 기부체납으로, 나머지는 시에서 설치했다.

이 승강장이 다른 18개의 표준형 승강장과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승강장 위에 ‘경양마을’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다는 것이다. 이 간판도 2011년 부대공사비에서 지출되었다.

여기에서 문제는 시 시민협력관실이 마을공동체 시범사업 예산으로 버스승강장을 설치해서 동구청에 기부체납한 꼴이 됐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버스승강장은 자치구에서 설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도 기부체납에 해당되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렇게 표준형으로 설치할 것이었으면 굳이 따로 마을공동체 시범사업비를 사용하지 않았어야 하고, 동구청 교통과에서 설치했어야 맞다.

추위에 약한 나무 식재 절반 이상 동사

그리고 마을화단 조성은 2011년부터 2013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2011년에 440만원이, 2012년에 2,600만원이 투입되었다. 이 마을화단을 벽돌을 쌓아서 만들고 나무를 사서 식재하는 일의 전부는 전부 동구청의 몫이다.

특히 문제로 눈에 띄었던 곳은 광주고등학교 맞은편 중흥로길 생태수벽이었다. 동구청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약 6천여만원을 들여 조성한 생태수벽의 나무들이 뽑힌 흔적이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여기에 아직 뽑히지는 않았지만 죽어가고 있는 나무들도 많았다.

이 사업은 ‘경양마을만들기추진주민협의회’(이하 협의회)에 의해 추진되었다. 다른 지역의 수벽과는 다른 화려한 화단을 협의회가 요구한 것이다. 협의회는 이 수벽에 애기동백, 홍가시나무, 철쭉, 꽃잔디 등을 식재하기로 결정했다.

나무식재는 겨울에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겨울에 나무를 식재할 때는 수종 선택을 잘해야 한다. 중흥로길 수벽에 식재된 애기동백과 홍가시나무는 겨울철 식재를 금하는 수종이다.

이러한 수종 선택의 실수로 인해 결국 애기동백과 홍가시나무가 얼어 죽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추울 때 식재를 해서 동해를 입은 나무들이 많았고, 죽은 나무는 다 솎아냈다”며 “2년간은 하자보수 기간이므로 시공사가 다음 주에 추가 식재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추위에 약한 수종을 식재하는 공사를 겨울에 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어떤 수종으로 식재를 할 것인지에 대한 협의회의 결정이 오래 걸리다보니 사업 시기가 늦어졌다”고 답했다.

벽화설치 사업에는 지금까지 7,368만5천원이 사용되었다. 2011년에 3,568만5천원이, 2012년에는 3천8백만원이 사용됐다. 하지만 이 벽화들은 주정차된 차량들에 의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밖에도 경양마을 둘레길 안내판 중 하나는 인도 쪽이 아닌 홈플러스 쪽을 보고 서 있고, 작년 2억8천만원이 투입된 황토색 페인트칠은 색이 바래가고 있다.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사업들도 전부 시설물에 편중되어 있다. 우편함 1천만원, LED보안등 설치 약 1억원 등이다. 마을 주민이 참여하는 공동체 복원과는 거리가 멀다.

11억2,000만원짜리 환경미화사업

이렇게 2012년까지 2년간 ‘추억이 깃든 경양마을만들기’ 사업에 투여된 사업비는 약 7억2,000만원이었고, 올해 4억이 투여될 예정이다. 올해까지 전체 사업규모는 약 11억2,000만원이 넘는다.

2011년 2억원의 사업비는 전액 시비였고, 2012년 사업비 약 5억5,000만원은 구비 50%, 시비 25%, 구비 25%의 비율로 만들어졌다. 2013년 예정된 4억원 중 3억원(국비와 시비)은 이미 확보된 상태이고, 동구청은 1억원을 추경에서 확보할 계획이다.

4억원 중 2억5천은 동구청에서 집행하고, 1억5천은 ‘경양마을만들기추진주민협의회’에서 집행한다.

이처럼 ‘추억이 깃든 경양마을만들기’사업은 돈으로 떡칠하는 환경미화사업에 불과하다.

돈을 먼저 주지 않고 마을만들기 주민조직을 만들고, 그 주민조직의 성장과 역량을 지켜보며 그에 걸맞은 사업과 예산을 지원하는 전북 완주군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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