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부는 협동조합 붐
광주에 부는 협동조합 붐
  • 서정훈 광주NGO센터장
  • 승인 2013.03.2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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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협동조합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12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광주에서는 최초로 광산구의 '더불어락'이 협동조합 설립을 완료했다. 운남권 복지관 노인들의 일자리사업을 목표로 나선 것이다. 상담소에는 연일 관심 영역별 소규모 협동조합 설립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누구나 신고만으로 설립이 가능하다는 점도 한몫 거들고 있다. 광주에서 수일 내로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출범할 예정이다. 호남·수도권의 ICT 60개 중소기업체가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1700 규모의 협동조합이다. 지금까지 5명 이상의 소규모의 협동조합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업의 비전도 상당해 보인다. 그동안 ICT 업종에서 경쟁관계에 놓였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독점에 맞서 `협동조합` 형태로 뭉쳤기 때문이다.

지난 100일 여 동안 광주에는 90개 이상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서울 134개, 부산 39개, 대구 6개, 인천 15개, 대전 17개, 울산 5개 등에 비춰보면 가히 폭발적이란 표현이 맞다. 어떻게 광주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쉽게 믿기지가 않다. 원인이 뭘까. 지역경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일까. 광주시의 적극적인 정책 때문이었을까.
현재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사회적 경제 분야에 앞 다투어 발 벗고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인천, 부산, 서울 등지에서 지역특성에 기반한 생활 밀착형 협동조합 육성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광주시도 협동조합 모범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이미 300개의 협동조합 육성을 목표로 해놓고 있다.

지난 6일에는 협동조합 지원조례도 만들었다. 전담팀을 구성하고 시, 자치구, NGO시민재단 등 7곳에 협동조합상담소를 설치했다. 이미 매월 협동조합 교육을 통해 300여명을 교육했다. 또한 자치구에 창업동아리 활동, 협동조합사업화 등 지원을 위해 10억원을 지원하였다. 이에 힘입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조합을 설립했던 것이다.
광주시는 앞으로 협동조합 설립․경영․마케팅 지원 컨설턴트 양성 등을 통해 협동조합을 체계적으로 육성․지원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시민들의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이례적으로 폭발적인 상황에서 광주시가 협동조합 육성에 이처럼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음은 환영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는 법, 행정의 의욕적인 정채에 비례해 민간 영역의 성숙함 정도가 따라줄 것인가가 결정적 문제이다. 협동조합(cooperative)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이다. 이를 통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 결사체이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조직이다. 경제적 행위를 하는 사업체이면서 민주적 결사체라니 그래서 쏙 빠져들고 싶은 매력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는 일이다. 결사체 민주주의가 주요 관건이 될 것이다. 조합원 총의에 의거한 민주적 의사 결정이 지켜지느냐. 이를 바탕으로 회사운영이 가능할 것이냐. 숙제이다. 우리 사회 민주주의 수준에 비추어 볼 때 그리 간단치만은 않게 보인다.

협동조합 조직내부의 민주주의 문제는 성공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소소한 부분에서 금전적 관계로 내부 파탄이 벌어지는 것을 실감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을 하고자 하는 주체들의 협동의 가치에 기반 공동체 정신이 있을 때 협동조합도 성공할 수 있다. 생활 속에서 늘 실천하고 학습되는 과정이 깔려 있어야 한다. 협동조합 모범도시로 가는데 간과 할 수 없는 요소이다.
협동조합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경계할 일이다. 시나 정부에 의존할 목적으로 달려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직접적 지원은 없다.
그렇다고 기죽을 일도 아니다. 기발한 아이템을 향한 행복한 상상은 늘 필요하다. 부모의 사정으로 장난감을 매번 사줄 수 없는 형편에 있는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적은 비용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구의 장난감 협동조합처럼,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도 한번 쯤 시도해볼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을 찾는 즐거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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