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 쌈지 이야기-대보름 세시풍속
우리 문화 쌈지 이야기-대보름 세시풍속
  • 백승현 대동문화재단 편집장
  • 승인 2013.03.0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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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만큼 환하고 풍요로운 한해를 기원하며…

▲고싸움놀이 전날 당제를 지내고, 칠석동 은행나무 아래서 대보름 쥐불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 장주인 작가
대보름은 우리 세시풍속에서 설날만큼 비중이 컸다. 민족의 대명절이었다. 이 날 열리는 세시 풍속 행사는 일 년 전체의 절반 정도나 되게 많다. 우리 문화에서 보면 태양은 양(陽)이며 남성으로 인격화되는 데 대해서 달은 음(陰)이며 여성으로 인격화되었다. 그래서 달의 상징은 여성, 출산, 물, 식물과 연결되었다. 그래서 만물을 낳고 기르는 상징인 달, 그중에서도 새해 첫 번째 보름달이 덩그랗게 뜨는 날을 잡아 한해 동안 풍요롭고 화평한 날이 계속되기를 기원하던 풍속이 생겨난 것이다.

줄다리기, 동제와 같이 공동체의 단합을 위한 행사가 마을 공동체를 단위로 열렸다. 그리고 약밥·오곡밥, 부럼, 귀밝이술 등을 먹으며, 달집태우기 등의 기원 기복 행사를 치렀다. 음력 설날부터 대보름까지 보름 동안에는 모든 일을 쉬고 힘을 재충전하면서 한해를 계획하는 기간이었다. 우리 민족의 한해의 힘이 응축되는 중요한 기간이었다.

대보름이었던 지난 2월 17에 광주시립민속박물관의 ‘정월대보름 한마당 축제’에 가서 달집태우기를 하며 한해 소원을 빌었다. 이날 오전 당산제를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떡메치기와 마당밟기로 축제의 흥을 돋운 뒤, 오후에는 닭잡기 놀이를 비롯해 들독들기, 제기차기, 대동줄다리기 등 전통 민속놀이 경연이 이어졌다. 연날리기, 쥐불놀이 시연과 팽이치기, 널뛰기 등 다양한 민속 행사와 민속 공연이 이어져 신명이 났다.

하지만 도시 문화 속에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대보름은 예전만큼 성대하게 쇠는 명절은 아닌 것 같다. 광주 동구 운림동 전통문화관에서는 윷놀이, 굴렁쇠굴리기, 널뛰기 등 명절 민속놀이가 펼쳐졌고,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전통놀이 체험과 가족영화 감상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광주 남구 테마파크에서는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33호 칠석고싸움 놀이가 펼쳐졌다. 동부와 서부 간 치열한 대결이 펼쳐진 이날 고싸움놀이에서는 동부가 3년 만에 승리의 깃발을 올렸다. 광주 광산구 쌍암공원에서는 제10회 광산구 가족 연날리기 대회가 개최됐다. 북구 충효동 충효 마을에서는 지역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당산제가 진행됐다.

또 전남 고흥 남양면 월악마을에서는 '월악 당산제'가, 포두면 봉림리에서는 달맞이 축제가, 나주 경현동에서는 '진동 액맥이굿'이, 곡성 오곡면 오지리에서는 '달집놀이'가, 완도 노화도에서도 ‘달맞이 축제’가 펼쳐지는 등 전남 곳곳에서도 지역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바람이 이어졌다.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집에서 쇠야 한다.’는 말이 있다. 객지에 나간 사람들은 설에 부득이 집에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보름에는 꼭 돌아와야 한다는 뜻이다. 모두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지내고 조상에게 예(禮)를 다하고 이웃에게 인사를 다녀야 생존을 위한 한 해 농사가 성공할 수 있기에 그런 말이 생겼다. 대명절의 의미는 많이 퇴색했어도, 보름달을 보면서 한해 가족들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은 예전 그대로이다. 국민 모두가 대보름달처럼 환하고 풍성한 한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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