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고서 “박근혜 후보 유리한 보도했다”
KBS 보고서 “박근혜 후보 유리한 보도했다”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3.02.1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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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보도 연구결과 “중계방송 수준 못 벗어나”… 정치적 시녀 전락 아닌가?

KBS방송이 지난 대선에서 공정하게 보도하지 않고 박근혜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보도를 했다는 보고서가 나와 언론이 '정치의 시녀'임을 또다시 입증했다.

KBS방송문화연구소가 KBS옴부즈맨으로 활동한 교수진에게 18대 KBS 대통령 선거보도의 공정성 연구를 의뢰한 결과 지난 대선 보도가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보도를 했으며 양적·질적으로 수준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9월 KBS노사가 참여하는 대통령선거 공정방송위원회의 합의에 따라 진행된 연구로, 대선보도에 대한 공정성을 평가하는데 있어 현재로서 가장 권위 있는 결과에 해당해 더욱 KBS의 정권유착에 대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주 KBS노사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KBS, 박근혜 우호적 보도 일관

18일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연구진은 “KBS가 편향성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보도를 함으로써 기계적 공정성 확보는 성공했지만 상황적 논리에 대한 고려보다 일률적인 균형보도를 취하며 유권자에게 후보자간 정책적 차별성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100여 쪽 분량의 보고서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에 비해 보도 내용상의 전체 항목에 걸쳐 우호적 요소가 적지 않게 발견되었다”며 “공정성에 대한 엄격한 잣대와 기준이 준수되어졌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평가는 길환영 KBS사장이 신년사에서 “KBS가 총선·대선을 가장 공정하고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어서 이 보고서의 결과에 대해 KBS내부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연구는 KBS옴부즈맨으로 활동한 권상희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권장원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김동윤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완수 동서대 영상매스컴학부 교수가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크게 보도의 형식, 내용, 프레임, 영상요소를 공정성 척도를 위한 분석틀로 설정하고 인터뷰 형식과 빈도, 보도 분량, 자료화면, 자막, 앵커의 태도, 후보자 이미지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했다.

이전 대선보다 보도량 줄어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위해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선거를 기점으로 이전 100일 간의 KBS <뉴스9> 대선보도를 모집단으로 설정, 364건의 뉴스를 분석했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선거 보도량은 선거 의제 개발, 유권자의 정치참여 등에 영향을 미치는데 16대, 17대 대선에 견주어 이번 18대 대선보도의 보도량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보도는 공정했을까. 양적인 균형은 어느 정도 맞췄다는 평가다. 대선 관련 보도 분량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805초,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1913초,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011초로 나타났다. 3자 구도이던 2012년 9월 19일부터 11월 23일(안철수 사퇴)까지의 시기는 박 후보 881초, 문 후보 940초, 안 후보 910초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문 후보 분량이 많은 것을 두고 “9월 16일 대선 후보 선출 직후 이뤄진 앵커대담에서 133초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보도의 양과 달리 구체적 내용에선 차이가 드러났다. 리포트의 자료화면 여부를 분석한 결과 박 후보만 다룬 58건의 리포트 중 31건에서 자료 화면이 있었다. 반면 문 후보만 다룬 43건의 리포트 중 자료 화면은 17건에 불과했다.

또한 뉴스보도의 시점별 앵커 보도태도를 분석한 결과 3자 구도 당시 앵커의 부정적 보도태도가 25.8%를 나타냈다. 그런데 안 후보 사퇴 이후 양자구도에서 부정적 보도태도는 6.8%로 급감했다. 이는 야권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언론의 보도태도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다.

문재인, 안철수에 부정적 보도 일삼아

후보자별 앵커 보도 태도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전체 박 후보 보도의 8.6%(58건 중 5건)에 그쳤던 반면, 문재인+안철수 후보 보도의 경우 부정적 태도가 전체의 60%(30건 중 18건)에 달했다. 리포터의 보도태도 역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경우 46.7%가 부정적이었던 반면, 박 후보는 부정적 보도태도가 5.2%에 불과했다.

지나치게 편향적인 부정적 보도로 일삼았던 것은 결국 '박근혜 줄대기'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것이다.

화면 영상에서는 후보 간 차이가 좀 더 명확했다. 박 후보의 경우 클로즈 샷이 55.9%로 제일 많아 얼굴을 크게 보도해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면 문 후보는 미디엄샷이 50.5%로 제일 많아 전체적인 윤곽보도 화면만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안 후보 역시 미디엄 샷이 52.6%로 제일 많았다.

연구진은 “장면을 가까이 비추는 클로즈샷은 박 후보에게 많이 사용된 데 비해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는 미디엄 샷은 문 후보와 안 후보에게 많이 사용되었다. 표정도 박 후보는 웃는 모습이 가장 많은 가운데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경직된 모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밝혔다.

이는 편집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형성된 화면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점을 볼 때 KBS내부의 대선보도팀이나 윗선에서 지시한 결정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 같은 연구보고서는 KBS경영진과 노동조합이 공동 추진했던 만큼 그 결과를 두고 길환영 사장을 비롯한 보도 책임자에 대한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선거의제 개발엔 소홀해

그런가하면 연구진은 “KBS가 각 후보자나 정당이 구축한 프레임을 단순히 전달하는 경향성이 매우 높은데 반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프레임을 제시하지 못해 단순히 후보자 캠프가 구축한 프레임을 중계방송 하듯이 사실을 피상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연구진은 이어 “KBS의 대선보도 대부분이 형식적 차원에서 스트레이트성 기사가 많았다"면서 "선거의제 개발, 후보자 평가, 정책검증 등 언론의 사회적 기능과 규범을 수행하는데 성공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양적인 측면에서 “기계적 공정성이 선거 보도의 절대선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KBS는 과연 최선의 보도를 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영상요소의 공정성에 대한 가치와 규범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해당 보고서는 당초 지난 1월 중순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발표일이 한 달 미뤄졌다. 이를 두고 KBS새노조는 “사측이 보고서를 사전에 입수해 연구자들에게 수정을 요구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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