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 위반 12명, ‘무죄’ 선고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 위반 12명, ‘무죄’ 선고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3.02.0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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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저지른 과오와 불법행위에 대한 ‘사과와 반성’ 촉구

유신체제 교육 이데올로기를 정면으로 비판한 ‘교육지표 사건’을 주도했던 관련자들 등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한 12명이 35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이상현)는 5일 제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경천 김천과학대 총장 등 12명이 제기한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재심사건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처했을 때 필수불가결한 최소의 한도 내에서 행사해야 하지만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 금지하거나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다”며 “당시 국내외 정치와 사회상황도 국가적 안위가 중대한 위협을 받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법치국가의 원리를 부인하는데다 신체의 자유까지 제한하고 있다”며 “이는 유신헌법 제23조(현행 헌법 제26조)가 규정한 청원권 등을 제한한 것으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고 무효다”고 설명했다.

이날 무죄를 선고 받은 김경천 김천과학대 총장, 정용화 광민회 대표, 신일섭 호남대 교수, 박현옥(교감), 이영송(교장), 안길정(대학강사), 최동렬(변호사 사무실), 박병기 전남대 연구교수, 조봉훈 전 시의원, 신용길 전 재야인사, 고 노준현 씨, 고 박만철 씨 등 12명은 유신헌법을 반대해서 긴급조치 9호위반으로 구속되어 오랜 수감생활을 했던 민주화운동의 선구자들이다.

이날 무죄 선고를 받은 조봉훈 전 시의원은 “비록 35년이란 긴 세월이 지나긴 했지만 ‘유신헌법철폐와 긴급조치 9호 해제’를 주장했던 민주주의에 기초한 양심적 행위를 ‘헌정질서 파괴’가 아닌 국민의 정당한 ‘기본권과 청원권’에 입각한 정당한 행위로 규정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해당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당했을 고통을 생각하면 크게 환영하고 남을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 유신헌법 피해자들에 대해 ‘진정한 사죄와 반성’이 없이 ‘5.18 보상법’과 같은 잘못된 방식으로 문제를 끝내려고 하고 있다”며 “시혜적 차원의 보상이 아니라 국가가 저지른 과오와 불법행위에 대한 사과와 반성, 그리고 국가 배상 및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예우하는 수준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긴급조치 9호 재심과 관련, “법원이 연이어 무죄판결을 내리고 있는데 대해 검찰이 즉시 항고를 하고 있다”며 “유신시대가 끝났고, 유신헌법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사법부의 최종 판단까지 끝난 마당에 검찰이 왜, 누구를 위해 불행한 과거의 상처를 덧내려 하는지 모르겠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불의한 공권력의 시녀노릇을 그만두고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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