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聯, 시작은 암울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니...
女聯, 시작은 암울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니...
  • 황정아 여성단체연합 대표
  • 승인 2012.12.2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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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지역 8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여성단체연합의 지난 일년은 바쁘고 분주했다.

진일보한 사회를 꿈꿔왔던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여성단체 역시 MB정부 5년을 보내는 동안 그동안 쌓아왔던 여성정책의 성과들이 후퇴하고 있는 현실, 여성(서민)들의 삶의 질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현실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사회의 전환기라 할 수 있는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이 한꺼번에 들어있는 2012년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각오가 다른 해와는 사뭇 달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사회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양대 선거에서 진보개혁세력의 약진, 그리고 수권을 통해 적어도 상식은 통하는 사회, 서민들이 살만한 세상이 되기를 기대했지만 두 번의 선거 모두 보수 정당과 그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우리가 기대했던 사회의 상과는 더 멀어졌을 뿐만 아니라 소위 ‘멘붕’의 상태에서 세밑을 맞이하게 되었다.

2013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그러나 새로운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이 어떤 양태로 발현되든 국민들은 세 끼 밥 먹고 아이들 키워야 하는 일상은 계속될 것이기에 ‘멘붕’을 떨치고 2013년을 어떻게 맞이하고 보내야 할 것인지 차분한 정리가 필요한 시점인 듯하다.

2012년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의 특기할만한 주요 활동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총․대선 대응활동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였다. 특히 선거 대응 활동이 주로 ‘제안운동’ 중심이었다면 2012년은 유권자들과의 만남과 정책 의견을 주로 듣는 활동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된 점이다.

여성유권자들과 함께 하는 커피파티를 통해 정치와 생활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연령별, 세대별 여성들이 느끼는 생활 주변의 불편과 이를 정책으로 엮어내는 ‘여성정책 생생토크’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같은 활동은 그간의 ‘제안 운동’이 풀뿌리 여성들과 교감하거나 소통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며 풀뿌리 여성들로부터 발굴되는 정책의제의 개발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부분이어서 앞으로 대중적 확산을 위한 방안과 노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또 다른 핵심 활동으로는 성주류화 정책에 대한 운동의 방향을 논의하고 활동가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학습 등 기반조성을 위한 노력을 꼽을 수 있겠다. 성주류화 정책은 정책의 효과가 남성과 여성에게 고루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하고 이 분석의 결과를 정책과 예산에 반영하는 제도로서 성별영향분석평가와 성인지 예산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을 수행하거나 감시해야 할 행정기관과 NGO에서조차 정확한 이해가 없다보니 정책의 목표인 성평등이 자칫 숫자에 매몰된 채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진행된 활동이었던 만큼 2013년은 학습뿐 아니라 좀 더 안정적인 정책 감시 활동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여성단체연합의 주요 활동은 2012년 활동을 기반으로 하여 내용을 좀 더 확장하거나 깊이를 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먼저 2012년 활동과 연동되는 내용으로 성주류화 정책에 대한 감시 활동이 지속가능하도록 활동가 역량강화와 활동을 병행해 나갈 예정이며 풀뿌리 여성조직들과의 교유를 통해 정책 의제 발굴 작업에 좀 더 공을 들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1년 후에는 7대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그간의 지역 여성정책 실행에 대한 평가, 새로운 정책 제안의 내용을 생산하고 지방선거에 반영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간이 될 것 같다.

‘여성 활동가’들의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 

해마다 진행되는 일상적인 활동으로 3.8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와 오월여성제를 들 수 있겠다. 3.8세계 여성의 날은 미국의 섬유공장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이 참정권과 8시간 노동권을 주장하며 세계 최초의 시위를 기념하는 세계적인 날로서 광주지역 3.8행사도 2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해마다 지역 여성운동의 주요 활동 방향과 의제를 선포하고 활동가, 지역 여성,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문화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오월여성제는 518의 도시 광주 여성운동의 특성을 드러내는 활동 중의 하나다. 오월 여성제는 80년 오월, 주먹밥과 사회적 돌봄으로 상징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를 많은 시민들과 나눔으로써 광주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행사이다. 2012년은 오월여성들의 구술집인 ‘광주, 여성’을 발간하였고 방대한 광주항쟁 자료 중 여성 관련 자료의 일부를 별도로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던 터라 이를 좀 더 보완하고 확장하는 활동이 이어질 예정이다.

일년을 하루처럼 늘 비슷한 활동으로 일에 ‘매몰’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한 가지는 가치와 지향을 함께 하는 ‘여성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밀도 높은 관계망을 만드는 일이다.

운동 또는 활동은 ‘사람’이 내용을 만들고 채워가는 핵심 키워드이며 사람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조직과 활동가들은 때로는 갈등, 때로는 협력하면서 동고동락을 함께해가는 관계이지만 조직을 채우고 만들어 가는 건 활동가들이다.

여성단체 활동이 모두가 평등하고 평화롭게 살기 위한 것임을 생각할 때 같은 길을 가는 이들과 함께 울고 웃는 찐한 과정은 일관계를 뛰어넘어 진심이 담긴 인간관계가 밑바탕이 됨이 중요하였음을 일천한 경험 속에서 교훈을 얻는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한 가지도 있으니... 여성단체 활동가가 만능 엔터테이너가 아닐진대, 요즘의 시민운동 상황은 물적, 인적 자원이 거의 고갈된 상태에서 모든 일을 소수의 활동가들에게 의존해야 하다 보니 활동가들의 소진도 크고 지속적인 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선택과 집중으로 효과를 높이고 우리 스스로 ‘워크 홀릭’에서 벗어나 저녁이 있는 삶, 여유로운 삶을 위해 생활양식을 바꾸려는 노력과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2013년, 시작은 좀 암담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니... 더 많은 여성들,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천천히 걸으면서 세상의 변화에 앞장서는 여성단체 활동가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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