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여성운동사23>시대정신 일깨운 여류 소설가 박화성(1)
<광주전남여성운동사23>시대정신 일깨운 여류 소설가 박화성(1)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2.12.20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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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출신 뜨거운 열정의 '문학 운동가'

▲여류 소설가이자 문학운동가였던 박화성
우리는 우리말 말살정책으로  모국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은 우리 언어 뿐만 아니라 창씨개명 등으로 민족의 혼을 이어가지 못하도록 한을 짓밟아버린 시대였던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 문학으로 민족애의 뜨거운 열정을 펼쳤던 박화성(朴花城). 그녀는 암흑기에 침통했던 시대 상황 속에서 글로써 잠들어있던 시대의식을 일깨우고 여성의 권익향상을 위해 앞장섰던 전남 목포출신 여류 소설가, 문학운동가였다.

그녀가 활동했던 주요 시기는 해방 이전 식민통치하에서 사회 전반에 빈부격차가 두드러지고 아직 여성권익 신장이 되기 한참 전인 사회적 위치가 미천했던 1930년대였다.

깨어있는 집안 환경에 자라

본래 박화성의 본명은 박경순(朴景順)으로 본관은 밀양(密陽)이며 호는 소영(素影). 그녀는 1904년 목포 죽동에 부유한 선창 객주의 4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녀의 부모님 역시 기독교를 접하셨던 분이였고, 당시 여성이 교육을 접하기 힘들었지만 사상이 트인 집안환경으로 인해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박 씨는 어린 시절 4살 때부터 '천자문'과 성경을 줄줄 암기했었다. 유난히 총명했던 그녀는 7세 때는 전남 목포 정명여학교를 다니게 되고 구운몽, 유충렬전 등 수백권의 소설을 봤었던 터라 뛰어난 성적으로 어린나이에 주변을 놀라게 하는 재주도 있었다.

그러한 그녀가 최초로 펜을 들었던 것은 16세때 '유랑의 소녀'이라는 소설을 쓰면서 그녀의 재능이 돋보여 일찍부터 소문이 자자했다. 이후 전남 목포에서 정명여학교를 다니다가 서울로 올라가게 됐던 박화성은 정신여학교에 편입을 했지만 학교의 엄격하고 까다로운 분위기가 싫었던 그녀는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를 다니게 됐다.

이후 그녀의 아버지는 “너는 꼭 동경유학을 보내서 우리나라 여성계의 새바람을 일으킬 인물이 되야해”라는 의지를 갖고 있었지만 가세가 기울게 되면서 유학을 포기해야 했고, 광주로 내려와 교회 유치원 보모로 일하면서 소녀시절부터 꿈꾸었던 '부녀야학'을 시작하게 됐다.

18세였던 당시 전남 영광중학원의 교사로 복귀했던 그녀는 동경의 유학중인 오빠 박제민의 학비를 송금하면서 그 학교의 작문교사였던 조운(시인 1947년 월북)의 문학 지도를 받으면서 그녀의 문학실력은 눈부신 빛을 발하게 된다.

글 속에 숨겨진 깨어있는 민족의식

▲박화성 선생이 생전에 글을 쓸때마다 사용했던 책상
근대 초기 여성 지식인이었던 그녀는 1925년 춘원 이광수의 추천으로 조선 문단지에 '추석 전야'로 21세 등단을 하게 됐다. 이 소설은 목포 최초로 건립된 방직공장의 여공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소설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민중들이 핍박받고 가난에 시달리는 노동자와 농민의 참상을 소설로 통해 사회현실을 고발했던 작가정신이 뛰어났다.

그때 이광수는 격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 인연으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당시 여성들은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기에 힘들었다. 하지만 20대의 결혼도 하지 않은 그녀는 연상에다 기혼이었던 이광수를 좋아했던 것을 표현한 박화성의 태도에서 자유분방한 성격을 엿볼 수가 있었다.

한편 박화성은 ‘전남여성 100년사’에서 이광수가 그녀의 작품을 보고선 “눈물로써 읽은 작품이다. 기교는 덜 되었고 지은 듯 한데도 높은 동기, 뜨거운 정서는 비참한 인생 생활의 사실을 보는 듯 한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며 “정성 있고 힘 있는 이를 만남에 너무 기쁘다”라고 감동을 표한 구절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역사 속에서 우리민족의 눈물진 한을 달래며 그녀가 표출해 놓은 소설과 글로서 민중들의 시대의식을 일깨웠다. 이후 결국 동경유학길을 오르게 되면서 여성항일구국운동에 적극 나서기도 한 인물이다. 그녀의 삶에서 사회주의 구국 투쟁은 무엇에도 양보할 수 없는 하나의 목표로 깊이 간직되며 살아오게 된 것이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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