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그네 타는 남자들
박근혜의 그네 타는 남자들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2.12.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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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되면 그네를 잘 타는 남자들이 많다. 흔히 그네를 말할 때는 여자가 먼저 떠올려지는 데 우리나라는 선거철만 되면 남자들이 그네를 타는 꼬락서니를 볼 때마다 볼썽사납다.

그네는 두 가닥의 줄을 맨 아래 끝의 발판 위에 올라서거나 앉아서 몸을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형식의 놀이기구이다. 한림별곡, 훈몽자회, 두시언해 등에 ‘글위’라고 하는 그네는 여자들에겐 봄이 되면 성적인 생산의 의미로 그네를 탔다고 한다.
최남선은 그네의 어원은 ‘근’이라 하여 끈의 놀이를 말했다. 최상수는 ‘근의’를 원형으로 보고 끈[繩]의 희(戱)라고 하여 최남선의 설을 강조했다. 대개 단오절 전후로 남자들은 씨름을 하고 여자들은 그네를 탔다.

요즘 끈 떨어진 일부 정치인들이 그네타기를 통해 끈을 잡으려 한다. 그들에겐 정치적 소신이나 정치철학이 없다. 하기야 언제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소신이나 철학적인 면을 볼 수 있었던가. 그들은 그저 기득권을 위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데 익숙한 정치꾼들이다.
원래 정치라는 것은 ‘빅쇼’이다. 때로는 돈 놓고 돈 먹기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국민을 위한다고 정치에 출마하는 이런 꾼들이 말이야 번드러지게 하지만 선거비용으로 들인 돈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를 따져볼 경우 명확해진다.

공식적으로는 선거비용에서 당선될 경우 다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전 받게 되지만 정치인들에게 그 돈 외에 사실 비공식 비용으로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당선되면 돈을 챙기려는 정치인들이 있고 가끔 이러한 일들이 세상에 밝혀지긴 하지만 그것은 조족지혈(鳥足之血)일 뿐이다.
어느 조직이나 영원한 자리는 없다. 내가 그 조직의 창설자라고 할지라도 새로운 세력에 밀리고 뒷방 늙은이로 대접받기도 한다. 때가 되면 물러날 줄 아는 것도 지도자다운 모습이다. 더욱이 정신적 지도자다운 철학과 가치관, 신념이 있었다면 조직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추앙받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날 그런 정치지도자를 찾기 힘들다. 한때 김대중 대통령 옆에서 가신 역할을 했던 이들도 이제 민주당 내에서 힘을 잃자 새누리당으로 그네를 옮겨 탔다. 그들의 명분은 민주당은 친노세력으로 장악되어 있고 그것은 호남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변명이다.
정당이라는 것은 내부 경쟁력에 따라 어떤 힘이 조직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힘이 언젠가 쇠약해지면 다른 힘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정당 조직은 끊임없이 힘의 이동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일순간 내 힘이 사라졌다고, 그래서 안에서 대접받지 않는다고 하여 그네를 옮겨 타는 것은 참으로 초등학생 수준의 유치함이 돋보일 뿐이다.

현재는 민주당이 그들의 주장대로 친노파가 득세를 했더라도 나중에 다른 힘이 득세를 하게 되면 그 때는 어떻게 할까. 아마도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을 만들어내는 데 귀신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한화갑(73), 한광옥(70), 김경재(70) 등은 한때 민주당에서 잘 나갔던 이들이다. 대표까지 했던 민주당 내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한 후 끈 떨어지자 한화갑의 경우 평화민주당이라는 옛 영화를 되살려 창당을 해 당 대표가 되었다. 그리고 무안에서 출마했다가 다시 탈당하여 무소속 출마해 결국은 민주당 후보에게 졌던 인물이다.

한광옥은 그의 누리집에 보면 초기화면에 우공이산(愚公移山)라는 표현을 하고 길이 아니면 가지 않겠다고 했던데 그 말은 그네타기를 잘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뜻인가 묻고 싶다. 민주당 대표 최고위원과 상임고문을 했던 그가 이제는 열심히 그네 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경재는 한화갑과 함께 2010년에 평화민주당을 만들어놓고 전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민주당 이름을 도용하여 전남지사 후보로도 출마했고 지난해는 1년짜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소속 출마했지만 모두 낙마했던 적이 있다.

이들이 평화민주당을 만들었길래 지금도 있는가하고 네이버 검색을 통해 ‘평화민주당’을 들어갔더니 온갖 불법 다운로드 누리집만 연쇄 폭탄으로 터져 나와 이것을 끄느라 혼났다. 이처럼 자신의 본분을 모르는 이들이 그네를 타고 있으니 이처럼 폭탄 안은 꼴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박근혜 밑으로 모여든 그네 타는 남자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잘 알 것 같다. 몇몇 여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여자는 잘해주는 남자가 있으면 의지하게 되기 십상인데 가족도 없는 박근혜 입장에서야 자신의 밑으로 들어온 남자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는가 하면 “남자들은 이러한 여자의 심리를 이용해 박근혜 치마 밑으로 모여들어 자신의 이권을 챙기려고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불어 상당히 정치판세를 읽을 줄 아는 한 주부는 “박근혜의 경우 박정희 후광을 이용해 남자들이 내세운 얼굴마담이고 실속은 남자들이 다 챙겨가는 형국이 될 것이다”면서 “여자들은 옆에서 남자들이 추켜 세워주면 정말로 자신이 잘난 것으로 믿는 경향이 있어 박근혜 후보도 그럴 수가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새누리당의 남자들은 박근혜의 그네타기를 통해 최대한 이용하려는 경향도 없지 않나 싶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정말 그렇다면 참 우리나라 정치는 ‘빅쇼’라는 생각이 더더욱 든다. 이런 이야기는 내버려두더라도 박주선 마저 새누리당 그네를 탈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 민주당을 떠나 그네 타는 남자들의 정치철학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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