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에 흠뻑 빠진 ‘빛고을’ 광주
영화제에 흠뻑 빠진 ‘빛고을’ 광주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2.11.15 0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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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영화제 정체성을 찾기 시급
영화제 평가 및 발전방안 마련 시급

▲광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
문화중심 도시 빛고을 광주가 ‘비엔날레’와 ‘국제영화제’ 등으로 간신히 문화도시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나마 광주의 문화축제 중에 전국 규모로 알려진 행사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도시 이름을 내걸고 부산, 부천, 전주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지만 지난 2001년부터 광주에서도 국제영화제를 만들어 영화산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광주국제영화제(GIFF)는 초창기부터 적은 예산문제, 홍보부족 등으로 존폐위기에 놓여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벌써 올해로 12회째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국제영화제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이어오지 못한 채 광주에 중·소규모의 영화제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광주에서 열리는 광주국제영화제·인권영화제·여성영화제·독립영화제 등 4개 영화제가 묘하게 민주, 인권, 평화 등을 내걸고 있어 각자의 차별성도 찾기 힘들어 졌다. 특히 올해는 네 개의 영화제가 개최 시기마저 맞물려 개막하고 있어 영화제들 간의 질서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국제영화제 그동안 뭐했나?

먼저 ‘광주국제영화제’의 지난 성과를 살펴보면 2001년 첫 발걸음을 땐 제 1회 때는‘자유·인권 도시와 영화의 만남’을 기치로 2001년 12월 7일~12월 14일까지 8일간의 일정으로 시작했다.

총 3억 원의 예산으로 광주극장, 무등극장, 제일극장, 씨네씨티 등 4개 개봉관에서 16개국의 140작품 등으로 우수한 작품이 많이 상여됐지만 짧은 준비기간에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역부족이었다.

애초에 3억 원의 예산으로 국제수준의 영화제를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쏟아져 나왔다.

제 2회 행사는 ‘빛, 꿈, 감동의 나눔’이라는 주제로 2002년 10월 25일~10월 31일 7일간 총 20개국 203작품을 상영했다.

2회 때는 총 7억 원의 예산으로 운영하고, 배우 겸 가수인 장나라씨가 광주국제영화제 첫 홍보대사로 임명되어 점점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다음해인 2003년 점점 도약하기 시작한다. 제 3회 광주국제영화제는 ‘시네필, 부활을 외쳐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03년 8월 22일~31일까지 10일간 국비 5억, 시비 5억, 자비 3억 총 13억 원의 예산으로 규모가 좀 더 커졌다. 총 22개국 215편을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고, 외부에서는 국내에서 열리는 4대 영화제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집행위원장으로는 배우 명계남씨가 선정되고 홍보대사로 광주 출신 배우 국민여동생 문근영씨가 선정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 4회 광주국제영화제는 ‘발견, 재발견’을 주제로 지난 2004년 9월 2일부터 11일까지 10일간 총 15억 오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운영하게 됐다.

▲광주국제영화제 염정호 상임이사
끊겨버린 예산지원, 현재까지 이어와

하지만 지역 내 언론에서는 광주국제영화제가 여전히 타 도시 국제영화제 등과 비교해 큰 특색이 없고 그동안 관객 호응도가 낮아 국제행사의 면모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됐다. 광주국제영화제만의 뚜렷한 정체성을 찾기 힘들어 국제규모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한 가운데 지난 2005년에 열린 제 5회 광주국제영화제는 8월 25일부터 9월 4일까지 10일간 ‘영화를 즐기자(Let's enjoy film festival’)를 주제로 총 16억 원의 가장 큰 예산으로 운영하게 됐다.

헌데 영화제를 개막하기에 앞서 예산집행 방식을 두고 광주시와 영화제 측의 해묵은 갈등은 지속됐고, 이 같은 갈등으로 인해 수석 프로그래머와 조직위원장은 개막을 두 달여 남기 채 사퇴를 해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결국 다음해인 2006년 제 6회 광주국제영화제에서는 국비 지원이 모두 끊겨 명맥만 유지하게 됐다. 이로 인해 광주국제영화제는 폐지위기에 놓였지만 민간이 주도하여 1억 5천만 원의 예산으로 ‘소규모’영화제로 바뀌게 됐다. 이는 국제영화제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의 예산이다.

6회 영화제부터는 홍보대사도 선정되지 않아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가 없었다. 영화제 기간도 10일에서 반 토막이나 5일간 펼쳐졌다. 즉 영화 관계자, 영화 마니아층을 위한 영화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에 광주국제영화제 염정호 상임이사는 “국내 4대 국제영화제로써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평가받기 시작했었고 예산이 끊기지 않고 이어왔다면 부산국제영화제 수준만큼 국내 양대 산맥의 영화제가 될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며 “행정력이 동원되지 않고 순수하게 민간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자생적으로 지금까지 12회까지 이어온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국제영화제 ‘평화’ 컨셉잡다

지지부지한 성과를 거두다 2011년 광주국제영화제는 다시 도약을 꿈꿨다. 제 11회 광주국제영화제는 ‘미소 짓는 평화’라는 주제로 김대중 노벨평화영화상이 신설되고 ‘평화’라는 코드에 집중하게 됐다.

영화를 통해 인류의 평화공존과 인권·환경 등에 이바지한 감독과 영화에 상을 수여했다. 사실 오래전부터 크게 인권영역을 다루고 있는 광주인권영화제가 있었지만 정체성을 찾던 광주국제영화제까지 평화, 인권이라는 코드를 내세우게 된 꼴이 됐다.

개최 성격과 시기가 비슷한 영화 간의 통합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여론에 대해 염 이사는 “같이 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찬성을 하지만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며 “시에서도 그런 시도가 있었지만 진전도 없었고 영화제 통합은 각 주최별로 다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엄연히 문화적 관점으로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염 이사는 “칸이나 베니스 영화제처럼 각 주최들이 각자의 영역을 유지하고 일정부분 시기를 같이 결정하거나 테마를 공유해서 영화 벨트를 조성하는 것은 큰 홍보효과가 동시에 이루어지기도 한다”며 “이것을 중점으로 두고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면 논의해볼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에도 제 12회 광주국제영화제는 ‘평화를 위한 희망’이라는 주제로 지난 8일에 개막해 12일 막을 내렸다.

▲지난 8일에 개막한 광주국제영화제 개막식 현장
정치판이 되어버린 개막식

한편 시민들의 반응은 다소 냉소적이었다. 추진위원회의 야심찬 준비과정에 반해 개막식 행사를 시청에서 갖는 것을 비롯해 영화 상영은 충장로에 위치한 메가박스 한 곳에서 상영하는 등 타 도시의 국제영화제에 비해 너무 조촐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여론이 불었다. 특히 영화제 개막식을 시청에서 한다는 점부터가 너무나 황당하다는 지적이다.

시청 개막과 관련해서는 염 이사는 “메가 박스가 300석정도 밖에 되지 않아 작년에 더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가 없어 돌아가신 분들이 많았다”며 “장소가 비좁아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으며 예산을 들이지 않고 사용할 수 있었던 곳을 찾던 곳이 시청이었고, 스크린 테스트를 거쳐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제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8일 개막식장은 그야말로 정치판이었다. 단순히 영화제 홍보로 이끌어 낸 인파가 아닌 야권 대선 후보와 후보자 부인들의 축사에 관심을 갖는 지지자와 취재진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시민들에게 국내외 영화인을 위한 자리가 아닌 정치인을 빛내주기 위한 행사 같다는 인상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작년부터 평화의 카드를 내세운 광주국제영화제가 매년마다 성공적인 내년을 기약한다는 말을 운운하지만 시민관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해결방안이 가장 시급하다.

▲광주인권영화제 최완욱 공동대표 겸 집행위원장
광주인권영화제 측, 각자 정체성 분명해야

오는 11월 21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제 17회 광주인권영화제는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이기도 하다. 광주인권영화제는 시청 인권 담당관실이 신설되면서 작년부터 시의 지원이 대폭 늘어났다. 민주, 인권, 평화에 관심을 갖고 도시에 정착되길 희망하는 광주시가 ‘인권단체 협력사업’의 하나로 올해에는 1천 4백만 원 예산을 지원한 것이다.

광주인권영화제 최완욱 공동대표는 “영화제 간에 서로 역사와 정체성이 전혀 다르다. 통합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너무 11월에 모든 영화제 시기상 겹쳐진 것이 문제인 것 같다”며 “각각의 영화제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 대표는 “자꾸 시기적으로 겹치기 때문에 통합의 문제가 나오는데 외부의 시선으로 통합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히려 시기상의 조절의 문제, 각각 영화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대표는 “광주국제영화제가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아예 상업적으로 나가든지 여성영화제, 독립영화제와 공통분모가 있을 수도 있지만 국제영화제와는 전혀 공통분모가 없다”며 “영화제가 많다고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의미 있고 정체성이 분명한 영화제인지, 유사한 것들이 반복하고 있는 것인지 판단할 때이다”고 완곡히 말했다.

광주에는 비슷한 성격을 가진 또 하나의 영화제가 있다. 바로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 ‘광주여성영화제’이다. 여성영화제는 지난 2010년 첫 발걸음을 떼고 이번에 3회째 맞이한다. 11월 15일부터 18일까지 광주영상복합문화관에서 열린 여성영화제 역시 비슷한 시기에 열리고 사회단체 보조금으로 500만원의 시비를 받고 운영을 하고 있다. 한편 광주여성영화제 측의 인터뷰 제의를 했지만 개막준비로 인해 응하지 못해 아쉬움을 줬다.

▲광주독립영화제 조대영 대표
광주독립영화제 아직 평가하기 일러

2009년 2월부터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10월 25일~28일에는 제 1회 광주독립영화제가 개막해 광주 영화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다. 광주독립영화제 조대영 대표는 “영화창작 환경이 열악하지만 독립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이 이번 독립영화제를 통해서 영화를 만들고 상영할 수 있다는 자극제가 된 것 같다”고 이번 영화제 성과를 설명했다.

하지만 광주독립영화제는 광주지역 영화제 중 최소의 예산으로 치룬점,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일반 시민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처럼 영화인과 영화제 주최 관련자들은 모두 각자의 영화제가 역량을 다하면 된다고 하지만 시민들은 이렇게 많은 영화제가 도대체 왜 필요하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조대영 대표는 “시기가 겹쳐있으니까 서로 비교되는 부분이 있다. 각 영화제마다 고유의 개성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그 자체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각자 영화제마다 개성들이 있고 특별함이 있다면 개별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광주국제영화제에 대해 시민의 입장으로써 바라보는 입장도 보였다. 그는 “어떻게 국제영화제 주제가 평화가 될 수 있는지 왜 광주국제영화제가 평화의 컨셉인지 심도 있게 논의하고 그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준비해야한다”며 “영화제가 잘 된다면 이러한 말들이 나오지 않을 것인데 이번 개막식은 그야말로 정치인들의 잔치였다”고 지적했다.

광주시, 영화제 많은 지원해야

이처럼 개최 시기와 취지가 비슷한 영화제는 오히려 합치는 것이 더 큰 예산지원과 홍보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일부 여론과는 달리 영화제 관계자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각자의 영화제 ‘정체성’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하지만 광주국제영화제·인권영화제·여성영화제·독립영화제 등 4개 영화제가 모두 민주, 인권, 평화를 내걸고 있는 데다 일부 영화제는 정체성을 못 찾은 채 명맥만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3D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광주시가 지난해부터 ‘3D한국국제영화제’를 광주에 유치해 국제라는 타이틀만 건 영화제가 2개나 됐다.

한편 광주시 문화산업과 콘텐츠산업담당 이돈국 사무관은 “광주시는 광주영화주간 또는 광주영화축제 기간 설정 등으로 비슷한 시기에 영화제를 개최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 등을 제안한 바 있다”며 “이들은 영화제의 태동시기, 컨셉, 추진주체 등이 다르고 다양하다며 물리적 통합은 사실상 어렵고 동일 기간 영화제 추진은 상호 협의할 의향이 있다했다”고 전했다.

또한 광주국제영화제가 타도시 영화제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여론에 대해 이 사무관은 “현재 광주국제영화제가 국내 영화제 순위 6위 밖으로 밀려 있어 국비 지원이 끊긴 상태이긴 하다”며 “다행히 2011년부터 시의 예산이 지원되면서 활성화 되어가고 있고, 내년에는 약 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이 사무관은 광주국제영화제는 영상진흥기금을 받도록 영화제 관계자들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처럼 제각각 열리는 영화제가 하루빨리 각자의 정체성을 찾고 영화제 관련자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영화제를 평가하고, 발전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화중심도시를 이끌어가는 광주시 역시 이에 따른 지원과 윤활유 같은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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