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태 유족 “박근혜, 사자(死者) 명예훼손 고소하겠다”
김지태 유족 “박근혜, 사자(死者) 명예훼손 고소하겠다”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2.11.06 1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회견 내용 사과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자식 된 도리로 용납 못해”
▲ 지난 10월 15일 오전 정수장학회를 찾은 부일장학회 김지태씨의 아내 송혜영씨(가운데)가 오열하고 있다. 김지태씨는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MBC, 부산일보를 비롯한 전 재산을 빼앗겼다. ⓒ언론노조/ 미디어오늘 인용

고(故) 김지태씨의 유족들이 이번주 내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를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오늘> 6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21일 박근혜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김지태씨는 부정부패로 많은 지탄을 받은 분이었다”, “4·19부터 부정 명단에 올랐고 분노한 시민들이 집 앞에서 시위를 할 정도였다”, “(김지태씨가) 처벌받지 않기 위해 먼저 재산 헌납의 뜻을 밝혔던 것이다”라고 주장, 가족들이 사자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김지태씨의 유족인 5남 김영철씨와 6남 김영찬씨는 5일 오후 <미디어오늘>에 “정치적으로 휘말리고 싶지 않아 (기자회견 이후) 열흘 넘게 박 후보측의 사과를 기다렸으나 적반하장으로 잘못된 사실을 유포하고 있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는 것이다.

5남 김영철씨는 “이번주 내로 박 후보의 공식 사과가 없다면 사자 명예훼손으로 대응에 나설 생각이며 이미 법적 검토는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김영찬씨는 “박 후보는 전 국민이 보는 기자회견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사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를 했다"면서 "자식 된 도리로서 용납해서도 안 되고 (법적 대응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특히 김영철씨는 “아버지(고 김지태씨)를 두고 부정축재자라 하는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과 똑같다”며 박 후보를 비판했다. 김씨는 이어 “분노한 시민들이 집 앞에서 시위를 했다”는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도 “내가 당시 집에 있었지만 집 앞은 조용했다”며 박 후보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반박했다.

박정희 독재정권으로부터 재산의 상당수를 강탈당한 김지태씨는 이승만 대통령 시절 야당 의원을 지냈으며 지인도 대부분 민주당 쪽이었다. 김 씨는 신익희 선생과 친분이 있었으며 이기붕 당시 부통령이 모직공장을 줄 테니 정치자금을 대라고 했으나 거절했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이 때문에 자유당 정권에 미움을 사 조선방직도 거의 인수하려다 빼앗기는 등 자유당 시절은 탄압의 연속이었다는 게 유족측의 설명이다.

김영철씨는 “만약 정경유착을 통해 부정축재를 했다면 왜 자유당으로부터 탄압을 받았겠나"고 반문하고 "자유당과 친했다면 왜 부산일보와 부산문화방송에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의 사진을 실었겠느냐”라고 되물으며 박근혜 후보의 ‘부정축재자’ 주장을 일축했다.

이와 관련 김지태씨는 자유당 정권·박정희 정권시절과 달리 4·19 혁명 당시 부정축재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선 부정축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문들을 검색해본 결과 4.19 혁명 이후 보도된 내용에는 김지태씨가 부정축재와 관련하여 보도된 사실이 없는 반면 5.16쿠데타 이후 박정희 군사정부에서 이병철과 김지태 등을 부정축재자로 몰아 재산헌납을 일부 강요했던 보도는 있었다.

김영철씨는 “만약 박정희 대통령이 터무니없는 모함을 당했다면 박근혜 후보는 가만히 있을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법적 대응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한편 유족들은 김지태씨가 동양척식주식회사에 수년간 근무하고 일제시대에 큰돈을 모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 제기된 ‘친일파’ 논란에 대해서도 답했다.

김영철씨는 “아버지가 상고를 나왔고, 성적순으로 회사에 들어갔다. 당시엔 일본인 회사가 아니면 갈 데가 없었다. 그 곳(동양척식주식회사)이 조선인을 수탈하려고 만든 곳이란 것은 알고 있지만 아버지로선 생업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친일파처럼 적극적으로 협력한 일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버지는 시대 상황에 맞는 사업과 부동산으로 돈을 버셨다”고 전했다.

김지태씨의 이력을 두고 역사학자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김씨가 국방헌금을 내거나 노골적인 친일을 한 것은 아니다. 1962년 당시 박정희가 김지태씨의 재산 빼앗을 때도 친일파 얘기는 한 마디도 없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이어 “동양척식주식회사에 근무한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말단 사원으로 근무한 것 자체만으로 친일파라 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통합당 박범계 의원은 “있지도 않은 사실 가지고 2012년 현재 돌아가신 분에 대해 친일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은 망인과 유족에게 인권을 침해하는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 의원은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지난 정부와 이번 정부에 걸쳐 2010년까지 활동하며 (김지태 씨의 부일장학회 헌납 과정에서) 강압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판결에서도 강압성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며 박근혜 후보 발언이 사실관계와 맞지 않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 측의 공식적인 답변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