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체성 소외된 ‘그들만의 동아리잔치’
지역 정체성 소외된 ‘그들만의 동아리잔치’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2.10.1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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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작가 발굴 관객 편에 선 전시기획 집중해야

지난 2010비엔날레 때도 ‘광주’는 철저히 소외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역작가 발굴 및 문화를 통해 광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결실은 거두지 못하고 일부 미술전문가들의 ‘집안잔치’로 끝났다는 것이다.
올해는 그것을 의식한 탓인지 35세 미만의 작가만 참여하는 ‘포트폴리오35공모전’을 통해 지역작가 2명을 ‘영입(?)’시키는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들 젊은 작가들이 지역의 정체성을 반영하는가는 의문이 든다.

우제길 광주미술상운영위원장은 “라운드테이블이 융합을 의미한다면 지나치게 영상과 미디어아트, 설치미술에 치중된 현상을 벗어나야 한다”면서 “허백련, 조방원 등의 전통남화라든가 오지호, 양수아 등의 지역서양화단의 상징을 이을 수 있는 지역정체성의 독창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광주에서 열리는 비엔날레가 국제적인 행사라는 점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세계의 작가들이 문화중심도시 비엔날레가 열리는 지역의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또 의도적으로라도 지역작가의 스타 발굴도 필요하다.

장석원 전남대 교수(미술평론가)는 “6명의 감독이 내건 여섯 개의 소주제는 서로의 연관성보다는 상관 관계없이 각자의 이야기들을 떠들어대고 있다”면서 “15개월간 토론 결과 의견의 일치를 도출하려 하지 않고 다름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김선정 감독의 발언은 진행 과정의 협의 도출이 어려웠다는 사실을 반증한다”는 혹독한 평가를 했다.
장 교수는 또 “숨어 있는 작가의 의도를 알아서 찾아보라는 식의 전시 기획은 무책임한 것이다”면서 “관객 편에 서서 그럴 듯해 보이지 않는 현대의 작품 성향을 그럴 듯해 보이도록 기획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작가는 “관객에 감동을 줄 수 없는 비엔날레는 결국 작가들만의 잔치이고 100억원대의 예산을 들여 시민과는 동떨어진 채로 지역적 가치를 찾을 수 없는 서구 비엔날레를 답습하는 꼴이 되고 만다”는 지적도 있다.

전시장을 눈여겨보면 6개의 소주제가 감독별로 작품구성이 진행되고 있지만 전시장마다 여러 주제가 혼재되어 있어 주제별 작품을 통한 이해를 더욱 난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더욱이 1전시실의 경우 입구로 들어가 왼쪽 벽에 김선정 감독의 ‘친밀성, 자율성, 익명성’을 소개한 데 이어 바로 마미 카타오카 감독의 ‘일시적 만남들’을 소개해 이곳이 두 감독의 영역으로 이해되었는데 3개의 소주제 작품들이 섞여 있어 더욱 혼동만 초래하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작품마다 붙어 있는 안내 표찰들이 작품과는 동떨어진 곳에 있거나 찾아보기 힘든 곳에 있고 소주제별로 6가지 색깔로 구분했지만 인쇄과정에서의 다른 색깔도 드러나 어느 영역인지 알기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오병희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큐레이터의 시각으로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작가를 구성하고 아시아미술의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다만 이번 전시의 주요 개념인 위계를 파기한 전시기획과 아시아미술에 대해 일반인들과 미술 전문가조차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비엔날레는 어정쩡하게 만들어놓은 잔치가 아니다. 또한 어렵게 해석되는 예술인들만의 동아리잔치가 아니다. 관객을 오도록 만들었으면 그들이 이해하고 주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성을 외치면서도 지역성에 대한 부족함이 만연하다.

장 교수는 “한국과 아시아의 전통과 현대 문화가 융합해낼 수 있는 에너지가 국제적 이슈로 제기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것이 광주비엔날레가 가까운 미래에 토해낼 수 있는 창의적 가치의 제일 명제라고 생각한다”고 하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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