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작품 변신'에는 이유가 있다
광주비엔날레, '작품 변신'에는 이유가 있다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2.10.18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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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옮기기, 광주 지도, 베이루트… 관람객 참여로 완성되는 작품‘주목’

관객의 참여를 통한 작품변신. 유죄인가 무죄인가를 묻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리가 광주비엔날레2012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시 기간 동안 끊임없이 과정중심의 작업으로 작품의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관람객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변화가 많이 일어나는 것은  5전시관 옆 구 사무동에 전시 중인 앨런 캐프로의 ‘밀고 당기기: 한스 호프만을 위한 가구 코미디’다. 전시 공간에 있는 이제는 중고가구 된 의자, 쇼파, 괘종시계, 책장, 옷걸이, 연단, 게시판, 바구니, 컵 등 가구를 비롯한 여러 소품들이 광주비엔날레 사무실 이사 이후 남은 것들이거나 감독들이 갖다 놓은 것이라 한다.

이들 가구와 소품은 관람객들의 참여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여러 의자들은 포개지고 쌓여졌고, 그 높이는 전시 장소의 천장까지 닿아 있기도 했다. 또 상당히 높은 곳까지 있는 의자 위에는 컵쌓기까지 돼 있어 아슬하다고나 할까.

또 책상의 서랍은 각각 다른 깊이로 열려져 나름대로 리듬감 있는 오브제로 탈바꿈했고, 게시판 위에 청색 테이브로 붙여진 컵들은 다른 볼거리를 주긴 하지만 조금 밋밋한 감이 없지 않다.
“매일 사물들이 변화할 것”이라는 캐프로의 선언처럼, 공간․사물․사람을 지배하는 일상적 삶의 상호 관계에 대한 인식은 매일 새롭게 뒤바뀐다고 하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은 사실 멈추어져 있는 '변화'를 경험할 뿐이다.

광주비엔날레전시관 2갤러리 바닥에는 ‘광주지도’ 역시 마찬가지의 개념이다. 지도 2개가 그려져 있고, 한 쪽 지도에는 ‘돌’들이 가득 들어 있다. 그리고 다른 비어있는 광주에 돌을 옮겨놓는 것이다. 작가 틴틴 울리아의 ‘우리가 꽃을 기록하지 않는다, 광주’라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렇게 돌을 옮겨놓을 수 있다는 안내문은 A4종이 반 장 크기에 눈에 띠지 않는 어두운 곳에 붙어 있어 쉽게 알 수 없었다.

비엔날레 전시관 한 쪽 지도에는 대인시장에서 진행한 퍼포먼스 영상이 비춰지고, 다시 그 위에 전시관 관람객들의 작업이 덧입혀진다. 한 쪽의 지도가 돌들로 다 채워지고 나면 다시 비어져 있는 쪽으로 관람객들의 기억과 바람을 따라 지도는 채워지는 순환의 과정을 겪는다.

5전시관에서도 '베이루트'라는 도시를 만날 수 있다. 요아나 하지토마스&칼릴 요레이의 ‘착락원’이라는 이 작품은 모두 3,000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항공사진이다. 이 사진들은 사전 조각되어 관람객들이 떼어서 옮기거나 가져가기도 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진이 사라지고 거울이 드러났다. 거울을 통해 관람객은 바뀌어버린 베이루트, 그리고 자신, 거울에 비치는 작품 주변 환경을 보고 전쟁의 도시로 기억되는 베이루트에 대한 새로움을 찾으라는 것으로 느껴진다.

사진 뒤편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베이루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말처럼 관람객들의 참여와 행위의 과정은, 생성되고 사라지면서 변화되어 가는, 때문에 어쩌면 진정으로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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