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아직도 질곡의 가시밭길
‘광주비엔날레’ 아직도 질곡의 가시밭길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2.10.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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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9회 광주비엔날레 '긍정과 부정'

지방자치제의 전면 시행 이후 지역의 자립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문화적 부흥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그리하여 광주에서는 선진국의 반열에 들었다는 증표인 현대미술 전시회인 비엔날레를 1995년부터 꾸려오게 됐다. 지난 1995년의 제 1회 광주비엔날레를 시작해 18여년의 세월을 지내온 광주비엔날레의 발자취를 진단해 본다.<편집자 주>

광주 비엔날레는 현재까지도 학생 동원을 통한 가시적인 관람객 수 증대에 치중하는 전시 행사식의 모습을 구태의연하게 보이는 추세이지만, 18여년의 지속성으로 인해 이제는 광주사람이라면 ‘광주비엔날레’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법도 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과연 광주비엔날레가 국제적 문화행사로 평가 받을만 하는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비엔날레란?

비엔날레란 이탈리어로 2년마다 열리는 국제현대미술제를 통틀어 미술분야의 전시와 부대행사를 일컬어 부른다. 사전적 의미로 ‘2년간 계속되는’, ‘2년마다’라는 뜻이기도 하다.

광주시는 지난 1994년 문화발전과 5.18 광주민중항쟁 이후 국제사회 속에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광주 민주정신을 새로운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키기 위해 광주비엔날레 조직위원회를 조성하게 됐다. 이후 조직을 갖추고 1여년의 짧은 준비기간을 거쳐 1995년, 전 세계적인 이목을 끈 ‘광주비엔날레’가 우리나라에 최초로 선보이게 됐다.

막대한 예산과 더불어 짧은 준비기간으로 실패를 우려했던 것과 달리 1995년에 첫발을 내딛었던 제 1회 광주비엔날레는 흑자를 기록하고, 유래 없는 관람객수를 이끌어 내 성황리에 끝맺을 수 있었다.

제 1회 광주비엔날레 주제인 ‘경계를 넘어’는 국가 민족, 이념, 종교 등을 초월하여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세계와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의미로 예술을 포함한 각 개인의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통해 세계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일부 미술계에서는 “1회 비엔날레가 1백 60만명의 경이적인 관람객이 찾아와 흥행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국제미술제로서는 실패한 행사였다”고 평가하는 부분도 있었다.

초창기 큰 호응 얻어

▲제 1회 광주비엔날레 포스터
1997년 제 2회 광주비엔날레 ‘지구의 여백’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현대 사회문화가 직면해 있는 보편적인 문제들을 다루면서 정보와 기술의 확산으로 사라져 가는 지역적, 민족적 정체성을 살펴보고 전통을 되살리고자 기획됐다.

미술계 전문가들은 2회 비엔날레에 대해 “1회 때와 비슷한 성적을 보여 일단은 합격점을 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반면 동양권을 대표하는 비엔날레로서 한국 미술문화의 깊이와 폭을 널리 알기도 했지만 청년적 진보성과 지역성이라는 비엔날레의 핵심이 결여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제 3회 광주비엔날레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본래 1999년에 개최됐어야 했지만,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정기성을 깨고 2000년도에 개최하게 된 것이다. 또한 총감독이 바뀌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광주비엔날레 관계자에 따르면 “개최시기를 미룬 점은 2000년이 광주의 중요한 역사적 전통에 해당하는 5.18광주민중항쟁이 20주년에 해당하고 세기 첫 출발을 알리는 시기여서 2000년 봄에 개최하는 것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제3회 광주비엔날레 ‘인+간 Man+Space’는 21세기 격변기의 인간에 대한 성찰과 아시아 정신문화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제시하면서 전시, 영상, 축제가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행사로서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설문조사와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동양의 사상과 이데올로기가 깃든 작품들은 영문 주제에 호응이 잘 되지 않아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영문주제 선정 시 전문가와 ‘협조의 필요성’이 지적되기도 했다.

2002월드컵 열기에 파묻힌 비엔날레

2002년에 월드컵에 맞물려 개최된 제4회 광주비엔날레 ‘멈춤, PAUSE, 止’는 멈춤, 저기 이 산의 땅, 집행유예, 접속 등 4개의 프로젝트 전시를 비롯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선보여 행사장 밖으로까지 확대된 공연 이벤트들로 관객과의 참여 소통의 폭을 늘리기도 했다.

반면 다양한 내용을 함축한 작품들이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어 관람객에게 전시 해석의 혼선을 불러 일으켰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5.18 자유공원에서 열린 프로젝트 3전시장은 본 전시장과 이어주는 셔틀버스가 정시에 운행되지 않아 불평이 제기되곤 했다.

월드컵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했지만, 국민 모두가 뜨겁게 응원했던 월드컵 열기 속에 국제미술전시회는 파묻혀 버렸다.

그리고 2004년 제5회 광주비엔날레 ‘먼지 한톨 물 한방울’. 이 전시는 동양적 사유의 담론을 안내하는 하나의 표상을 설정하여 생성과 소멸을 전제로 한 자연적 생명현상과 질서의 생태학적 해석을 담아냈다.
개막 후 2주간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던 대형 이벤트 및 야간 공연은 비엔날레의 시작을 알리는 홍보 전략이 효과적으로 발휘되어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2006년 제6회 광주비엔날레 ‘열풍변주곡 Fever Variations’은 아시아 변화 발전을 대변하는 상징적, 현상적 장소로 광주를 진원지로 삼아 전통과 새로운 정체성, 과거와 현재, 세계와 지역성간의 충돌 속에 나타나는 역동적 에너지를 선보였다. 또한 아시아 문화와 현대미술문화와의 관계를 심화 확장시키면서 문화적 글로컬리즘을 성취하고자 노력했다.

지금까지 난해한 작품과 이해하기 어려웠던 작품과는 달리 제 6회 비엔날레는 전반적으로 전시 주제에 비해 구체적이고 대중적인 요소를 지녀 관람객들의 큰 호응이 뒤따랐다.

‘신정아 파문’으로 초유사태

하지만 개막을 앞둔 가운데 축제 행사를 총괄하는 수석 프로그래머가 행사 장소, 규모 등을 둘러싼 재단과의 갈등 끝에 사퇴, 개막 초기부터 매끄럽지 못한 작품관리 등으로 곳곳에 잡음이 일고 있었다.

2008년 제7회 광주비엔날레 ‘연례보고: 일년동안의 전시’는 기존 주제 지향적 전시의 한계를 탈피하여 복합적이고 폭넓은 전시회를 선보인다는 취지였다. 최근 1년 사이의 주요 전시와 미술현장의 작품을 가져온 것이었는데 이를 두고 "오쿠이 엔웨조의 광주비엔날레를 무시한 재탕"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7회 비엔날레 준비기간에는 가짜학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이른바 ‘신정아 파문’으로 인해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 27명이 전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해 차질을 빚기도 했다.

한편 2010년 제 8회 광주비엔날레 ‘만인보(10,000 Lives)’는 수많은 삶의 모습들을 포착하기 위해 노력하여 이미지 파워에 대해서도 면밀히 분석하여 관찰했다.

특히 5·18 30주년을 맞아 고은 시인의 시 '만인보'를 주제로 설정하여 점점 사라져가고 매몰돼가는 과거의 아픈 역사적 기억들을 되살려 냈다. 또한 광주비엔날레가 현대미술을 통해 5·18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함으로써 5·18에 기반한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정신을 나름대로 피력해냈다.

올해 2012년 현재 진행 중인 9회 광주비엔날레 ‘ROUND TABLE’은 서로 다른 역할들은 물론 어느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구조에나 존재하는 권력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들을 한데 모으는 자리를 마련했다.

여전히 아쉬운 점 많아

하지만 일부에서는 “라운드테이블이라는 주제를 내세워 소통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제대로 된 소통에 실패한 것 같다”며 “6인의 공동감독제에 대해 산만하고 응집력이 떨어지는 전시가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해외 언론에서는 '호평'을 했다는 주최측의 자료를 볼 때 상반된 반응이 진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이처럼 광주비엔날레는 국제적 규모로 치러지는 문화행사인 만큼 아직도 풀어야 나가야할 숙제가 많다.

여전히 광주비엔날레는 학생들의 체험 학습장, 소풍장소로 활용되는 바람에 문화 예술을 향유하기 위해 행사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원활한 흐름 속에서 여유롭게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소란스러움과 복잡함 속에서 매번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학생들이 떼로 몰리는 시간이면 조그마한 휴대용 마이크를 들고 있는 도슨트의 설명에 의지하기에도 역부족이다.

이제는 관람객들은 그저 작품을 구경만 하고 지나가는 수동적인 형태에서 탈피하여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원하고 있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1시간 가량이 넘는 영상작품을 헤드셋을 끼고 앉아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아울러 주차공간이 부족하여 비엔날레 전시관 인근 아파트단지 및 상가에 불법주차로 마찰을 빚고 있는 점,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관람객 수에 대한 문제를 떼거지 학생 동원하기 방식이 아닌 또 다른 방안 제시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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