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피해 막막, “추석이지만 웃을 수가 없어...”
태풍피해 막막, “추석이지만 웃을 수가 없어...”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2.09.26 0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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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현장 취재
현실적인 피해보상 없어
피해 농가에선 ‘울화통’

▲나주 노안면 계림리에서 나주배 과수 농사를 하는 노봉주씨는 지난 겹태풍으로 인해 내년에 피울 배꽃마저 가지가 꺾여 실의에 빠져있다.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정겨운 웃음꽃을 피우는 민족 고유의 대명절 추석이 왔다. 이날만큼은 그리운 고향을 찾아 그동안 시간이 없어 못 만났던 친인척들을 만나며, 이러쿵저러쿵 세상사는 이야기꽃을 피우며 하루가 1시간처럼 느껴지듯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지내곤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광주·전남 지방의 농가들은 기운을 내지 못하고 실의에 빠져있다. 걱정이 태산이다. 바로 지난 8월 28일을 시작으로 세 번의 태풍이 잇따라 발생해 농가에 큰 피해를 남기고 떠났기 때문이다.

겹태풍, 광주·전남 막대한 피해

광주 도심에서도 80년 5.18를 지켜봤던 150년의 역사를 지난 큰 고목이 쓰러트릴 정도로 ‘볼라벤’의 위력은 강력했다. 그런 초강력 태풍 ‘볼라벤’이 최고풍속 초속 59m를 기록해 농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광주·전남 농가들은 복구 작업을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또다시 넋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틀 만에 비구름을 동반한 태풍 ‘덴빈’이 찾아와 ‘볼라벤’의 피해복구를 허락해 주지 않았다. 또한 지난 9월 17일에는 강력태풍 ‘산바’가 불어온다는 소식에 농가들은 벌벌 떨어야만 했다.

이로 인해 비닐하우스는 엿가락 휘듯이 휘어 비닐이 찢겨 날아가고 첫 수확을 바로 코앞에 앞둔 작물들은 빗물에 잠겨 숨통을 트지 못하고 결국 힘없이 죽어나갔다.

40여년동안 전업으로 남구 월성동 신장 뜰에서 하우스 농사를 해온 노선동 통장(53)은 “평생을 농사를 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면서 "고추를 따기만 하면 되는데 다 죽어버렸고 전쟁을 겪은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 같다”며 이후 지역농가 사람들이 웃음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허망하기 그지없었다.

▲남구 대촌동과 월성동 일대의 시설하우스의 대부분은 지난 태풍 볼라벤 피해로 수확을 앞둔 고추가 힘없이 죽어나갔다.
사전대비 불구 속수무책

‘볼라벤’ 영향권이 들기 전 노 통장은 수차례 태풍 대비를 위해 시설물을 추가 설비하고 큰 환풍기를 돌려 느슨했던 비닐을 흡착시키기에 바쁜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이후에도 노 통장은 제대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 2시에도 하우스에 나가 점검을 했다.

하지만 오전 8시 30분 경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살림을 하고 있는 조립식 건물로 지어진 옆집은 흔적도 없이 전파됐다. 80kg 성인도 제대로 서있지 못할 정도의 볼라벤에 이어 연달아 2번의 태풍이 지나고 노 통장의 하우스는 2,000평 중 30%만 간신히 복구하여 남아있는 피망, 고추를 살려내는데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산에는 성인 팔로 한 아름 꽉 차는 소나무들이 힘없이 쓰러져버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남 지역과 광주 일부를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했지만 각 농가의 농업방식에 따라 큰 도움을 주지는 못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주 노안면 계림리 나주 과수밭에는 아직까지 낙과된 배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농작물 재해보험도 소용없어

노 통장은 “과거 재난으로 인한 피해보상과 비교해서 이번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의 경우 비축한 돈이 있어서 다시 일어날 수도 있지만 농업을 전업으로 하는 40~50대의 젊은 농민들은 융자를 받지 못하는 현실에 처해있는 경우도 많아 특별한 지원이 없는 한 이번 태풍으로 인해 생업을 접어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고 한탄했다.

전남 나주 배 과수원은 상황이 더 열악했다. 출하를 앞둔 나주배는 초강풍으로 인해 2,391ha 면적에는 아직까지 떨어진 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나주지역의 태풍 피해 재산만 총 941억 원에 이르렀으며, 한 순간에 이 지역 주민들의 삶의 기반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배 수확을 코앞에 앞뒀던 나주 노안면 계림리에 사는 노봉주(48)씨는 “방풍림 설치는 효과도 없었고 6,000평에 있던 80%의 배들이 속수무책으로 다 떨어지고 내년 꽃을 피워야할 가지까지 전부 다 부러져버렸다”며 “재해 보험 측에서는 태풍 피해조사를 위해 농가에 떨어진 배를 줍거나 옮기지 말도록 하면서 현장조사에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나주는 서해안과 근접하고 제주도에서 올라오는 기후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90% 농가가 재해보험을 들어 일부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재해보험 보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연달아 볼라벤, 덴빈, 산바 태풍으로 전남·광주 지역 시설하우스와 농가들은 쑥대밭이 되었다.
현실적인 태풍피해 대책 필요

노 씨는 “정부는 재해보험에 가입한 농민들이 보험금을 지급받으면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중복으로 받을 수 없도록 했고 농작물 재해보험을 넣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냥 농가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2006년부터 재해보상법이 바뀌면서 특별재난구역 선포가 농민 입장에서는 단가나 경비가 올라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된다”고 하소연 했다.

한편 재해보험은 전체 낙과율에 따라 80% 상당의 금액을 보장받는다. 즉, 낙과 피해의 20%는 자기부담금으로 농민들이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보상받는 금액도 제대로 수확해서 팔리는 금액의 50%로 산정하여 보상받기 때문에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도 없다는 게 농민들의 불만이었다. 시설농작물 보험은 최근 8월에 출시돼 가입한 농가가 전무한 상태였다.

또한 전남 지역 일부 농가에서는 “농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농협이 농민의 재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재해보험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아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태풍피해로 인해 망연자실이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태풍 당시 현장취재만 집중하고 며칠이 지나 농작물이 몇 배 올랐는지 폭등율에 초점을 맞춰 보도를 했다. 농민들은 이런 언론보도 탓에 소비자들은 폭등한 농작물로 농가는 떼돈을 번다고 생각하지만 생산량조차 나오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싼 값에 많은 양을 수확했을 때가 매출이 훨씬 많이 오른다는 입장이었다.

이렇듯 중앙행정의 특별재난구역 선포와 지방행정에서 지원 격려금과 복구 작업등이 아직도 농민입장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극명했다. 태풍 피해로 피눈물을 흘린 농민들을 위한 좀 더 현실적인 피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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