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만난 ‘비엔나쏘세지클럽’ 8인이 14일부터 10월 1일까지(오전10시~오후6시) 동구 궁동 예술의거리 17-7번지에서 ‘반하다’전을 마련했다.
빈집 예술작품으로 탈바꿈
전시 장소는 아주 오래되고 몇 년간 방치된 광주 동구 궁동에 위치한 ‘빈집’을 택하여 작가들이 직접 청소까지 하면서 전시를 준비하고 빈 집에서 전시에 활용될 수 있는 물건들도 발견하여 작품을 만들어 냈다.
제일 먼저 빈 집 입구 한 쪽 벽에는 ‘이것은 쓸데없는 짓이다’라는 내용의 실 작품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실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들어 낸 무비는 “사람들은 ‘쓸모 있는’, ‘쓸모 있어야 한다’는 것에 많이 끌려간다. 헌데 예술은 쓸데없는 게 아닌데, 그것을 관객들에게 다시 물어보는 것이다”며 설명했다.
장롱을 활용한 박세희 작가는 “어릴 적에 숨바꼭질 하면 장롱 속에 많이 숨었다. 그 곳이 뭔가 꿈꾸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이곳을 관람객들에게 이 공간이 자기가 살아온 삶의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은 것은 지우고, 또 새로운 것들을 꿈꿀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며 큰방에 있었던 이불과 장롱을 그대로 활용해 작업을 했다.
박세희 작가 작품 옆 컴퓨터에는 조현택 작가의 ‘인스턴트 이미지 69점’을 ‘폭탄세일가’로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이 운영되고 있다.
이 쇼핑몰에서 관람객들을 위해 조 작가의 찍은 두 장의 사진이 함께 붙어 있는 이미지 69점을 둘러보고, 한 점당 5,000원(택배비 포함)에 구입할 수 있도록 작업했다.
조 작가는 “이미지 홍수 시대에 사진이 더 이상 간직하고 싶은 한 장의 추억이 아닌 범람하는 이미지들 중의 하나가 되어 있다”며 “이미지 생산자로서 수공품의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가장 인스턴트한 포장지를 씌우는 구상을 하게 됐다”고 작품설명을 했다.
또한 이세현 작가는 자신의 사진, 가족사진 등으로 빈 집에 스며드는 작업을 했다. 어느 시골집에 가면 큰 방에 자리를 잡고 있는 대가족 사진처럼, 작가는 자신의 가족사진 등을 걸었고, 작은 방에 사진은 없고 액자만 남아 있는 것은 그대로 활용해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 등을 넣어 작품을 만들었다.
전시된 사진들은 작가의 얼굴만 볼 수 있고, 다른 이들의 얼굴은 아크릴 물감으로 지워져 있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갈수록 핵가족화 되어 가는 시대에 대가족 사진을 찾아 볼 수 없는 것처럼 가족의 부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큰방 옆 다락방으로 고개를 돌리면 화면에 비친 관람객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다락방은 오민정 작가의 작품으로 털실뭉치, 인형, 병이 그려진 그림 등의 여러 오브제들로 꾸며졌으며 “다락에 대한 추억, 경험 등을 바탕으로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큰 방 뒤 주방은 김사라 작가가 꾸민 추억의 ‘다방’으로 탈바꿈 됐다. 이곳은 김 작가가 길에서 ‘주운’ 것도 있고, 3년 동안 다방 사진 작업을 통해 만든 인연을 통해 ‘다방 이모’들로부터 기증받은 물건으로 실제 다방처럼 간판, 냉장고, 테이블, 쇼파, 보온병 등을 전시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작가는 “다방이 야한 공간, 안 좋은 공간으로 비춰지기도 하는데 사실 시골 다방은 어르신들과 농부들의 쉼터, 한을 풀어내는 공간이라도 생각한다”며 “이곳에서 그런 향수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남의 정자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월화정(月下亭)’이라는 작품을 선보인 박현정 작가는 “지금은 하나의 관광코스처럼 정자들을 둘러보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 안타깝다”며 “오랜 역사이야기를 품고 있는 정자를 새롭게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미연 작가의 ‘in my city'에서는 유토피아를 찾아가고 있는 작가의 마음속을 설치, 드로잉 작품 등을 통해 만날 수 있다.
한편 최미연, 조현택, 이세현, 오민정, 박현정, 박세희, 무비, 김사라 등 8인으로 구성된 이들은 지난 봄 2012광주비엔날레 ‘포트폴리오공모전 35’심사를 통해 선정되어, 신선하고 감각 있는 젊은 작가들이 ‘비엔날레’와 연관된 이름을 떠올리다 ‘비엔나쏘세지클럽’을 결성했다.
2012광주비엔날레 ‘포트폴리오 35’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를 발굴해 비엔날레 메인 전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최초의 공모전이다. /김다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