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이 밀려온 바닷가 진풍경
전복이 밀려온 바닷가 진풍경
  • 채복희 시민의소리 이사
  • 승인 2012.09.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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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복희 시민의소리 이사
태풍 볼라벤이 완도와 해남 전복 양식장을 휩쓸고 간 다음날 해남군 북평면 영전리 바닷가에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불과 5~6km 남쪽으로 마주보는 완도군 당인리, 대신리 바다 전복양식장이 모두 파손되면서 양식장 구조물과 그 안에 들어있던 전복들이 모두 영전 해변가로 떠밀려온 것이다.

해변에 엄청나게 쌓인 구조물 더미들이 한숨을 낳게 한 가운데 수없이 많은 전복들이 그 안에 혹은 바깥에 굼실굼실 살아 있어 동네 사람들이 전복을 줍기 위해 해변을 찾았던 것이다. 그날부터 삼사일 정도는 밤마다 전복이 썩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집안까지 흘러 들어왔다.

영전 옆 마을에 자리한 남성리 작은 해변은 아주 오래 전부터 소규모 멸치 어장이 형성되었으나 근래 들어 전복 양식장이 설치돼 어민들의 주요 생계 수단이 되고 있는 곳이다. 육지 쪽으로 깊숙이 들어온 편이지만 물살의 흐름이 활발하고 남쪽에 드문드문 자리한 서너개의 섬이 바람과 큰 물결을 막아준 천혜의 어장이었다.

매년 태풍이 왔건만 이번처럼 강력한 바람은 몇십년 만이었다. 어가 당 수억원 이상 투자된 전복 양식장이 거의 대부분 훼손되었다. 어민들에 따르면 양식장에서 타의에 의해 뛰쳐나온 전복들은 바깥 바다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먹이로, 갇힌 상태에서 공급되는 다시마를 먹고 사는 전복들이 한꺼번에 어장 바깥에서 먹이를 찾기가 쉽지 않은 때문에서라 한다. 전복의 주 양식지 완도의 이번 태풍은 전복 입장 뿐 아니라 현지 어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었으며 도시 소비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태풍 직후 총리가 현장을 찾았고 재해지역 지정이 급선무라는 여론이 제기됐다. 그러나 13일 현재까지 아무런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간간 뉴스에 올라오는 소식은 보상이 되더라도 피해액의 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만이 보도되고 있다. 이는 어가뿐만이 아니라 과수농가 등 다른 분야에도 모두 해당되는 내용일 것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농어가들의 현실을 지켜보면서 새삼 4대강에 퍼부었다는 22조원이 떠오른다. 이 천문학적인 액수는 하루에 3천만원씩 매일 쓰더라도 2천년을 쓸 수 있고 또는 1만명에게 매월 180만원씩 100년 동안 지급할 수 있는 돈이라 한다. 물론 대학생 등록금도 무상까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보면, 농어가 피해액 지급 역시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미 김대중 정부 때는 농어가 부채 탕감도 가능하지 않았던가. 우리 경제 규모가 그만큼 성장한 결과이고 이렇게 되기까지 저곡가, 농촌 희생으로 오늘의 부가 이룩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신속한 피해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볼라벤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하나의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연의 공격은 가차없고 매섭다. 그런 자연에 맞서는 힘은 인간의 이해와 협동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우리는 별 공격적이지도 않았던 강을 무참하게 짓밟았으며 거기에 우리가 뼈빠지게 모은 공동의 재산을 갖다 버렸다. 태풍에 전 재산을 다 날린, 불과 소수의 어가 보상에 그토록 까다롭고 인색한 정부가 그런 짓을 했다. 태풍피해 조사 당국, 빠른 조치를 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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