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G 기술시현, 할리우드 요구작업 '불가능'
EMIG 기술시현, 할리우드 요구작업 '불가능'
  • 신민우 이학박사, 미디어연구소 기술이사
  • 승인 2012.08.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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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경 입체기술, 삼성 등 대기업도 뛰어들지 않아

▲신민우 이학박사
미국 K2 측에서 그랬던 것처럼 EMIG가 주장하는 입체변환 기술은 원천기술이 아닌 러시아에서 개발된 YUVsoft 플러그인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반자동 변환 프로그램으로써 자동화 결과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영상 처리 기술을 활용하여 수작업으로 수정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방법으로는 할리우드에서 요구하는 영화 품질을 EMIG 측에서 주장하는 속도로 작업 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입체 변환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작업을 분할할 수 있다. 첫째는 원본 이미지에서 입체감을 표현하고자하는 객체를 분리하는 작업, 둘째는 분리된 객체에 깊이감과 볼륨을 주는 작업, 셋째는 깊이감과 볼륨처리 때문에 발생하는 원본 이미지의 빈 공백을 그럴듯하게 재 색칠해주는 작업이 그것이다.

속도향상에는 3가지 전제조건 갖춰야

속도 향상을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작업이 자동화 되어야만 하는데 현재의 영상 처리 기술로는 이 세 가지 모두 자동화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국내외 입체변환 업체들이 굳이 수작업 변환 방식을 고집하면서 많은 인원을 동원하여 콘텐츠의 품질을 유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자동 입체 변환 방법은 오래전부터 연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영상에서 객체의 영역을 추출해내고, 이를 토대로 깊이 감을 부여하여 좌우 영상으로 분리해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3D영상으로 변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최대한 3D영상에 가깝게 변환하는 기술들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현재의 기술을 잘 살펴보면, 깊이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영상 필터나 정보를 이용하여 재현함으로써 일종의 눈속임을 통해 최대한 입체감을 부여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EMIG 측의 샘플 영상들 역시 자동변환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오류들이 눈에 띄었다. 일단 정확한 객체 분리를 하지 않는 문제로 인한 윤곽선 부분의 흐트러짐이나 고스트 현상, 자동변환으로 깊이 값을 생성하는 데에 따른 불안정한 볼륨감 및 깊이 값(사물이 바닥에서 떠 보인다던지, 클로즈업 된 사람의 얼굴 등의 볼륨이 일정치 않다든지), 생성될 이미지의 빈 공백의 범위를 줄이기 위해 소수의 VFX합성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영상들이 대부분 positive parallex(사물이 모두 화면 안으로 들어가 보임)로 연출된 점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광주를 하급콘텐츠도시로 만들련가?

이런 현상들은 비전문가의 눈으로는 거의 식별이 불가능하지만 입체변환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조금만 주의 깊게 영상을 관찰하면 쉽게 발견해 낼 수 있는 오류들이다.
이런 단점들을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본 EMIG 측은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마케팅 목표가 기본적으로 영화가 아닌 블루레이급이라고 하면서 품질이 아닌 제작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블루레이급 콘텐츠의 품질이 화면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극장 상영용 보다 낮아도 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이는 콘텐츠의 품질이 전문가의 판단보다는 단지 발주자가 받아들이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논리인 것이다. 사실 화질만 비교하면 극장 상영용 보다는 블루레이급의 화질이 훨씬 우수하다. 단지 화면 크기가 작을 뿐이다.

요즘 추세는 홈엔터테인먼트가 보편화 되고 있고 각 개인들도 상당한 크기의 화면을 소장하고 있다. 만약 잘못 연출된 입체 콘텐츠라면 아무리 블루레이용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눈을 피곤하게 하고 입체콘텐츠가 갖는 감동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것이다. 블루레이 시장은 영화 시장보다 훨씬 잠재 가치가 큰 시장이다. 이런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영화 상영용 품질로 콘텐츠를 제작해서 블루레이용으로 판매하는 것이 오히려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결국 EMIG 측에서 주장하는 마케팅 개념은 콘텐츠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처사이며, 잘못하다가는 광주시가 하급의 콘텐츠 생산도시라는 오명을 안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무안경 입체시장은 설득력 없다

또한 EMIG가 최초의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무안경 입체콘텐츠 변환 기술 또한 전문가 입장에서 본다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한 두 개의 객체만이 포함된 무안경 입체 변환은 YUVSoft의 멀티 뷰 생성 기능으로 충분히 작업가능 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입체변환 업체들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무안경 입체 시장은 아직 형성 전 단계에 머물고 있다. 무안경 입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들은 활발한 연구를 통해 상당 수준 발전해 있지만 무안경 입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안경 방식은 극장 상영이 불가능하므로 홈엔터테인먼트나 광고 등의 특수 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안경 디스플레이 제품들이 일반인이 구매하기에는 턱없이 고가이고 무안경 디스플레이 원리 상 콘텐츠 품질 또한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콘텐츠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과 잘 만들어진 콘텐츠가 동시에 공급되어야만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사업을 통해 꾸준한 수입을 창출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2000년대 초 일본 샤프전자에서 무안경 핸드폰을 출시하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였으나 킬러콘텐츠 공급 부족으로 사업을 중단한 경우가 있고, 국내 대표 기업인 LG나 삼성 등도 이미 무안경 디스플레이 기술은 가지고 있지만 이 사업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광주시, 국제사기 휘말리지 않기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광주시가 미국 K2측의 기술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데서 비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입체변환은 원리 상 자동화에 한계가 존재한다. 사업 추진 전에 미국 측이 주장하는 기술의 한계를 영상처리 전문가를 통해 정확히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콘텐츠 제작 기술로 커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됐어야 했다. 그랬다면 많은 예산을 들여 굳이 미국 K2측의 기술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 중이다. 광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가 되어 추진 중인 사업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기를, 그리고 다시는 이런 식의 국제 기술사기에 광주시가 휘말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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