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4.0 사회적기업 2.0
자본주의 4.0 사회적기업 2.0
  • 박상하(광주사회적기업통합지원센터장/고구려대 교수
  • 승인 2012.07.26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상하(광주사회적기업통합지원센터장/고구려대 교수)
자본주의를 지탱해온 신자유주의가 퇴장하려고 한다. 새로운 포스트 자본주의를 이끌어갈 이데올로기는 무엇일까.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먼 훗날 경제학교과서에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불러온 직접적인 사건으로 쓰여질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4.0의 저자인 아나톨 칼레츠키는 균형감있는 분석과 역사적 통찰력으로 자본주의의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적인 패러다임을 견인하는 커다란 두 개의 바퀴는 정부와 시장이다. 아담스미스 이래 자본주의 번성은 이 두 개의 바퀴가 번갈아 가면서 세상의 지렛대 역할을 담당해왔다.

시장을 중시했던 하이에크 화신이 지배한 자유방임주의적 경제는 자본주의를 청년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1930년대 세계대공황이 케인즈를 불러와 죽어가는 자본주의를 살린 처방은 정부였다. 극심한 실업과 빈곤에서 탈출한 노련한 중년기의 자본주의는 시장개입을 통한 정부와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황금기를 구가하였다. 인류를 영원히 구원해줄 경제 패러다임은 없다는 것을 인식할 무렵인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은 다시 시장을 연모하면서 과거 자유주의에 새옷을 입혔다.

2008년 리먼사태 까지 입고 입던 그 시장이란 새옷, 신자유주의를 또다시 바꿔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옷을 입긴 입어야 하는데 나이든 몸매에 어떤 옷이 어울릴지는 아직 판단이 안선다. 그러나 쇼윈도우에 진열된 옷 중에서 그래도 눈이 자꾸 가는 것이 하나 있다. 그 이름은 사회적경제라는 상표를 달고 있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그동안 시장과 정부, 두개의 바퀴만이 대안인줄 알았는데, 유럽이나 서구에서 인기를 끌었던 사회적기업이란 새로운 브랜드가 우리나라 제도권에 상륙한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 덕분에 사회적기업 인증은 급속한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이제는 오히려 다른 재정 보조사업과 다를바 없는 부작용과 본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사회적기업 1.0이 양적 성장이었다면 사회적기업 2.0은 질적 성장이어야 한다.

사회적경제는 시장과 정부가 자본주의의 지렛대 역할을 할 때 변방에서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과 함께 수세기를 유지하면서 민초와 함께한 공동체 운동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저렴하고 보잘 것 없는 새옷이 아직 검증도 되지 않았고 우리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은 더욱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기업 2.0을 말하는 것은 값싼 물건이지만 품질도 우수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사회적기업 정책은 정부가 주도하여 일자리창출이라는 덫에 걸려 질적인 성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시장과 정부에 기생하는 의존적인 기형아가 될지도 모른다. 자본주의를 구원할 것 같은 장밋빛 패러다임으로 사회적경제를 인식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래서 더욱 절박하다. 사회적기업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사회적경제라는 새옷을 구입한 자본주의는 실망스럽게 돌아설 것이다.

우리가 사회적기업을 연민하는 이유는 유럽이나 서구에서 성공한 상품이기 때문이 아니라 따뜻한 공동체와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배제문제와 맞닿아 있고 휴머니즘적인 이념 때문이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