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여성운동사6>광주학생독립운동 참여한 꽃다운 소녀(1)
<광주전남여성운동사6>광주학생독립운동 참여한 꽃다운 소녀(1)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2.07.11 2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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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역 ‘댕기머리’사건 주역 이광춘

우리 역사 속에서 여성의 위치가 대중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나 될까? 시대는 19세기 말 ~20세기 초로 거슬러 간다. 이 당시는 사회 전체가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을 울부짖으며 독립운동을 펼쳤다. 그중 광주·전남 여성들이 최초로 사회적으로 나섰던 ‘광주학생독립운동’을 눈여겨 볼 필요성이 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남·여 성별에 구분 없이 전국적인 독립운동으로 확산시키는 매개체였다. 여성이 해방운동에 참가한 근원적인 이유는 시대 상황으로 인해 해방을 외치는 분투도 있었지만, 보다 더 나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시대적 불합리를 극복하기 위한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1929년 10월 30일 통학열차에서 내린 한국인 여학생은 나주역에서 일본인 학생에게 댕기머리를 잡히고 희롱 당했다. 광주 서구에 위치한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다.

나주역 통학열차, 사건 발발

광주학생독립운동을 불붙게 했던 도화선은 바로 나주역 ‘댕기머리 소녀’ 사건이다. 그 당시 여학생들은 단정하게 땋아 내린 머리와 잘 손질해서 입은 치마저고리 교복 차림새로 통학열차를 타고 등교를 했다.

등교하는 열차 칸 안에서는 친구들과 어울려 장난도 하고 바뀌어가는 자연 풍경에 사색에 잠기던 곳이었던 것. 다만 일본인만 타지 않는다면 더없는 낙원이 될 열차였을 터다. 이 통학열차에는 광주여고보(光州女高寶, 현 전남여고) 3학년에 다니던 박기옥과 이광춘, 암성금자가 날마다 함께 나주에서 통학을 했다.

‘댕기머리 소녀’ 사건에 함께 있었던 이광춘(광주여고보 3)은 이렇게 증언한다.
“그중 암성금자는 혼혈 태생이여 얼굴도 눈에 띄게 예쁘고 늘 남학생들의 관심 대상이었지. 사건의 발달은 바로 1929년 10월 30일이야. 오후 5시 30분 나주역에 도착 했었지, 일본 학생들은 열차 안에서는 이미 우리 여학생들을 밀치는 행동을 보였어”

사건을 떠올리며 이광춘은 “나주역 출입구를 나가려던 나와 박기옥, 암성금자가 지나가려는 순간이었어”라며 “그 순간 광주중에 다니던 일본인 후쿠다, 슈조 등이 낄낄거리며, 나와 박기옥의 댕기머리를 만지고 잡아 당겼기며 희롱을 했지”라고 증언한다. 당시에 처녀의 댕기머리를 잡아당기는 것은 부모도 안한다고 할 만큼 금기(禁忌)로 여겼던 일이었다.

그때 통학열차를 같이 타던 박기옥의 사촌동생인 박준채 (광주고보2)가 후쿠다에게 “어찌 남학생이면서 여학생에게 행패를 부리냐”며, 항의하며 노려봤다고 한다.

하지만 후쿠다와 옆에 있었던 일본학생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후쿠다는 “뭐라고? 조센징 주제에...”라고 말하며 민족적 분노를 폭발하게 만들었다. 이후 박준채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후쿠다의 뺨을 때리면서 삽시간에 싸움은 집단으로 번져나갔다.

▲나주역 댕기머리 사건의 주역인 광주여고보 3학년생 박기옥과 이광춘

광주학생독립운동 ‘도화선’ 역할

이날 이후에는 광주 시내의 분위기는 살벌해져 한국인과 일본인 학생 모두 몇 명씩 떼를 지어 다니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고 한다.

또한 이 사건을 머리채 희롱사건이라고 하지만 이 계기로 이광춘과 암성금자는 소녀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한편 나주역전에서 패싸움이 벌어지게 한 장본인인 박기옥은 사건 후 3개월간 투옥하게 됐다.

며칠이 지나 1929년 11월 3일 광주학생독립운동이 발생했다. 여리여리한 소녀들의 댕기머리 사건으로 불을 지피게 된 것이다. 당시 댕기머리를 잡힌 수모를 겪은 이광춘은 분노와 저항정신으로 11월 3일 광주여고보생들과 치마에 돌멩이를 싸들고 일제에 대항했다.

또한 처음으로 백지동맹을 주도했던 최순덕 (광주여고보 3)언니를 도와 학생들을 선도했다. 이후 이광춘은 1930년 1월 15일 광주여고보에서 강제퇴학을 당하게 됐다.

하지만 당시 독립운동을 했던 행동이 자랑스럽다던 이광춘은 해방이후 1954년에는 마침내 전남여자고등학교로부터 명예졸업장을 받게 됐다.

이렇듯 댕기머리소녀의 주역이자,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참여했던 이광춘 애국지사는 정부에서 그 공훈을 기리어 1996년에 건국포장을 수여하고, 2010년 4월 12일 96살의 나이로 눈을 감게 됐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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