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여성운동사4>광주의 어머니, 소심당(素心堂) 조아라(3)
<광주전남여성운동사4>광주의 어머니, 소심당(素心堂) 조아라(3)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2.06.27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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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과 ‘투쟁’의 쳇바퀴 속으로

조아라 선생은 여성들의 교육의 필요성을 깨우쳐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1960년대에는 대의동 Y회관 건립당시 빚에 쪼들리는 고통스러운 하루를 보내다 결국 갑상선에 무리가 왔다. 수술로 인해 그녀는 목소리마저 한 옥타브 내려가 남자목소리로 변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그러한 상황임에 불구하고 그녀는 계명여사, 성빈여사, 호남여숙 등 여성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지속적인 열정을 보였다. 하지만 70~80년 군사독재 정권아래 소심당 조아라 선생은 다시 역사의 회오리 속으로 들어갔다.

독재정권 맞선 ‘여장부’

1960년의 4.19로 이승만 정권이 종식되고 얼마 안 돼 5.16쿠데타가 발생했다. 이후 70~80년대의 고난의 역사 현장 속에서 소심당은 여성운동가로써 동분서주 뛰어다녔다.

그 당시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3선 연임으로 유신헌법을 만들어 독재를 하고, 대통령 간접선거제를 실시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1975년 ‘전국민주회복 국민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조 선생은 국민본부에서 여성부장이라는 직함과 함께 인권운동단체와 손을 잡고 독재정권에 맞섰다.

이후 1980년 핏빛의 5.18광주민주화항쟁이 일어났다. 80년 5월 21일 오후부터 계엄군과 공수부대가 광주 시내바닥에 판을 쳤다. 불의를 보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저항의식 때문에 조 선생의 여성으로서 생은 결코 순탄하지 못했다.

그녀는 공수부대가 시내를 빠져나가고 없는 틈을 타 22일부터 26일까지 매일 4km이상 걸어 나와 도청의 시민수습위원으로 또 다른 피해를 받지 않도록 활동을 했다.

처참한 희생이 줄을 이었던 5.18의 피해는 YWCA회관에도 고스란히 다가왔다. 열흘 동안 암울했던 광주, 민주화 인권운동의 본거지였던 Y건물은 총상으로 벌집처럼 공격을 당했다. 그리고 그 당시 5.18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그녀도 끝내 80년 5월 29일 체포되어 옥살이를 하게 됐다. 그녀는 당시 68세였다.

이렇듯 그녀는 일제시대 광주학생운동과 신사참배 저항으로 옥살이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여섯 번이나 옥고를 치루면서도 여성의 몸으로 부당한 권력과 힘 앞에서는 꿋꿋이 정의를 외치는 여장부였다. 불의의 깜깜한 어둠속에 싸인 세상을 바로 잡고 밝은 세상을 만드는데 빛과 소금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당시 구속 중이던 조 선생은 법정에서 “5.18을 발생하게 한 사람은 따로 있고 우리는 피해자일 뿐이다”면서 “하나님과 역사는 준엄한 심판으로 그 진실을 밝혀 주실 것이다”고 말했다.

▲조아라 회장이 심혈을 쏟아 건축한 현 광주 YWCA (1984.12 준공)

5.18 피해 복구, 눈물겨운 ‘YWCA’ 재건

이후 보안대에서 2주, 송정 경찰서에서 4개월 반, 통합병원에서 1개월 수감으로 6개월 만에 형 집행정지로 출감하게 됐다. 하지만 출감 이후 그녀는 5.18사망자 가족들, 구속자와 부상자들, 피해가족들을 돕는 활동에 노구를 무릅쓰고 전심전력을 쏟았다.

또한 자금난으로 어렵사리 세웠던 Y회관이 5.18로 피해로 만신창이가 된 모습을 보고 새 회관 건축을 위한 건축위원회를 구성하여 발 벗고 나서게 된다.

결국 1984년 그녀는 눈물의 간구와 호소로 회원모금을 모아 북구 유동에 여성기관답지 않게 우람하고 큰 YWCA회관을 세웠다. 그녀의 피땀 흘린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조아라 기념사업회 김경천 이사장은 “조아라 회장님은 개인의 삶 보다는 이웃의 삶에 애정과 관심을 갖았고 나라와 민족의 아픔의 현장 한 복판에서 투쟁과 저항으로 일생을 살아 오신분이다”고 증언한다.

이렇듯 민주화운동에도 앞장섰던 조 선생은 5.18 기념재단 창립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초대 이사장직을 맡게 됐다. 그녀는 여성의 힘이 얼마나 위대하며, 그 여성의 힘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투여되고 환원되어야 하는지 몸소 실천해오면서 한국 여성운동사에 빛나는 촛불 같은 존재였다./김다이 기자

조아라선생 9주기 추모예배
광주 여성운동사에 큰 획을 그었던 소심당 조아라 선생의 탄생 100주년 및 추모 9주기를 맞이하여 7월 6일 오후 2시 광주 YWCA대강당에서 추모식이 열린다.

일시 : 7월 6일(금) 오후 2시
장소 : 광주YWCA 대강당
주최: 조아라기념사업회(이사장: 김경천)

   
▲1989년 조아라 회장 회수 기념 예배 및 축하회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왼쪽부터 장남 이학인, 큰며느리  임광자, 둘째며느리 김정자, 차남 이학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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