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재생, ‘뉴타운’이냐 ‘재정비’냐(중)
도심재생, ‘뉴타운’이냐 ‘재정비’냐(중)
  • 박재범 기자
  • 승인 2012.05.30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 옛 도심 낡은 건물, 문화공간 탈바꿈 ‘명물’
대전 구도심, ‘전설의 동네 축제로 다시 태어나다’

지난 4·11총선에서도 우리 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이 앞 다투어 내세운 공약은 지역의 노후화와 도심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해 재개발·재건축으로 활로를 찾겠다는 공약일 정도로 도심재생이 시급한 현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안 해결을 위해 기존 노후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설계하는 뉴타운이냐 아니면 기존 노후화된 건물을 재정비하는 방식이냐를 놓고 전국 각 지자체에서도 여러 가지 도심재생 방안을 고심 중이다. <시민의소리>는 대전과 전주에서 모범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대흥독립만세 포스터
대전시 중구 대흥동은 대전의 원도심이다. 대전시청 등 각종 행정기관이 있을 당시 대전의 명소로 꼽혔다. 하지만, 각종 행정기관이 서구 둔산지구로 이전한 이후 도심공동화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대흥동엔 대전시민의 추억이 깃든 갤러리와 소극장은 물론 카페·바·식당 등의 명소가 많다. 5년 전, 뜻있는 몇몇 주민이 스스로의 힘으로 동네를 다시 살려내자고 나섰다. 그래서 만든 것이 ‘대흥동립만세’ 축제이다.

현재 대흥동립만세추진위를 구성해 활동하는 사람은 30여명. 연극인, 음악인, 미술인, 건축가, 가게 주인, 학생 등 하는 일도 다양하다.

대흥독립만세!를 외친다

‘스스로 진화하는 문화예술축제 대흥독립만세’는 지난해 3번째 열린 축제의 문패다.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500원 동전을 코에 넣을 수 있거나 방귀로 노래 연주를 할 수 있어도 되고 라면을 잘 끓여도 된다. 그래서 축제의 기치는 ‘대흥동에서 놀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이다. 대흥동 주민은 물론 모든 대전시민이 축제장을 찾아 신나게 놀아달라는 뜻이 담겨 있기도 하다.

거액의 돈을 들여 유명 가수를 무대에 세우는 대형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8월 21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축제는 대흥동 일대를 그냥 돌아다니며 만나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프로그램이 30여개에 달했다.

축제 첫날은 대흥동 우리들공원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개막행사 정도가 그나마 큰 행사에 속했다. 저녁 무렵엔 축제자원봉사자인 ‘골목대장’이 놀이퍼포먼스를 펼치고 마임·댄스·음악·전통극 등 다양한 볼거리가 이어진다.

다음날 같은 곳에서 펼쳐진 ‘새벽난장’은 이번 축제를 절정으로 몰고 갔다. 참가자들은 오후 5시부터 새벽 3시까지 밴드의 공연과 댄스·힙합 등을 이어가며 열정을 불살랐다.

축제 기간에는 대흥동 지역 식당·카페·바·게스트하우스 등 30여 업소가 축제장으로 변했다. 각 업소는 지역 아티스트의 공연장이나 전시장으로 변신, 손님들을 맞는다. 대전시민의 추억이 깃든 구도심의 장소가 축제무대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골칫거리 도심 흉물 어떻게

▲산호여인숙 입구.
전국 구도심 어디에나 대부분 흉물로 불리는 낡은 건물은 골칫거리다. 대전 옛 도심인 중구 대흥동 ‘산호여인숙’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지역 문화운동가들이 노력 끝에 흉물인 여인숙을 리모델링해 멋진 ‘게스트하우스’로 바꿔놓았다.

공공미술을 하는 송부영씨(33) 등 젊은 문화운동가 10여명은 지난 2010년부터 ‘게스트하우스 설립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문화·예술인을 비롯한 외지 손님들이 큰 부담 없이 숙박을 하면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대전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취지였다.

이들은 문화와 예술이 살아있고, 옛 도심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대흥동 골목의 산호여인숙을 대상으로 선정한 뒤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돈’이라는 현실적인 벽에 막혔다. 송씨는 “벽지를 새로 바르고, 침대를 새 것으로 사고, 에어컨을 달고 하는 모든 것이 돈이었다”며 “고민 끝에 생활정보지 등에 광고를 내서 쓸 만한 물건을 기부 받는 ‘나누고 모으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젊은 예술가들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도배·도색 등 거의 모든 작업을 직접 진행했다.

그런 노력 끝에 문을 연 산호여인숙은 ‘상상 그 이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공공미술가 등 전문가들의 손길이 거쳐 가면서 세련미가 돋보이는 숙박시설과 공연시설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하루 1만5천원으로 구도심의 추억을 즐길 수 있다.
 흉물 여인숙, 명물 게스트 하우스로

2층 침대로 꾸민 양실(6인실, 2인실)과 온돌방 등 9개의 객실이 손님을 맞는다. 깨끗한 화장실과 말끔한 침대, 그리고 냉난방시설은 기본이다. 손님 누구나 간단하게 조리를 해 먹을 수 있는 주방은 물론 작은 도서관까지 생겨났다. 무엇보다도 1인당 1만5천원에 불과한 저렴한 숙박료가 손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예전 ‘산호여인숙’이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1층은 전시장을 마련했고 앞으로 진입로에 공연장을 꾸밀 예정이다.

송씨와 함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연극인 서은덕씨(31)는 “숙박 손님은 물론 인근 주민과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연극 등 공연물을 게스트하우스 앞 무대에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흥동립만세’를 통해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한 산호여인숙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드높였다는 호평을 얻기도 했다.

송씨는 “구도심의 여인숙을 게스트하우스와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한 것은 전국적으로도 그 예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도심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모델로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재범 기자

▲대전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건물도 근대문화유산으로 선정됐으며 현재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