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꿍꿍이를 만들어가는 곳
무궁무진한 꿍꿍이를 만들어가는 곳
  • 장문선 교육희망넷 회원
  • 승인 2012.05.23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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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문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학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어릴 적 학교에서 하라는 거면 뭐든지 다 하며 지내던 나였다. 훌쩍 자라고 나서야 거기서 배운 것들이 나를 얼마나 비주체적인 사람으로 옭아매고 있는지를 알았다. 그 때의 배신감이란…… 하지만 부끄럽게도 난 여전히 학교가 정해준 틀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더 멀리 도망가고 싶고 외면하고 싶었던 곳. 그 곳이 내겐 학교였다.

큰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난 후에도 난 그저 필요할 때 잠시 얼굴 내미는 게 고작이었다. 그 때는 내가 특별히 학교에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학교가 어떻게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도 없었다. 난 학교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으므로. 다행히 큰 아이는 별 문제 없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고 공부도 곧잘 했다. 내가 학교에 관심을 안 가져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서 학교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왜 선생님은 우리 얘기를 잘 안 들어줘?”, “뜨거운 땡볕에서 하는 운동회 연습은 누굴 위해 해야 하는 거야?”, “교장선생님 말씀을 왜 꼭 적어야 하는 거야?” 등등. 하루의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아이에게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바로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들어왔다.

아이가 이야기하는 것들에 어떻게든 답을 해주려 했지만 학교 일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서는 궁색한 변명들만 나왔다. 그제서야 나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적으나마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 우리 아이의 행복한 삶에도 중요하다는 걸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교육 자체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아이가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는지, 그렇게 되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고받을 게 분명한 내 삶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 것인지가 나한테는 중요한 문제였고 이런 고민들이 결국은 교육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학교의 문제는 여전히 내 고민의 지점과 잘 맞닿지 않았던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건 내가 원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아이들을 획일화시키려 하고 통제하려 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교육이란 것이 학교만을 놓고 말할 수 없음은 분명하지만 학교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도대체 우리나라의 교육이란 게 왜 여전히 이 모양인지에 대한 생각도 좀더 구체적으로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문제는 혼자 머리 싸맨다고 될 문제도 아니고 내 아이 하나 잘 챙긴다고 될 문제도 아님을 알게 되었다. 교육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 있다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교육에 대한 새로운 모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가 교육희망네트워크에 발을 들인 이유이다.

작년에 교육희망네트워크를 같이 꾸리면서 꼭 해 보고 싶은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선생님들과의 허심탄회한 대화이다. 몇 번 학교를 오가면서 어떤 문제에 대해 내 의견을 말씀드려 보기도 하고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는데 참 이상하게 같은 아이 엄마인데도 입장 차이가 분명하게 났다. 특히 내가 크게 차이를 느낀 건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내 생각에는 아이들이 어떤 잘못을 했건 그 이유를 들어보았으면 좋겠고 그 아이의 자존감을 건드리지 않는 방식으로 풀어나갔으면 좋겠는데 그런 지점을 말씀드리면 마치 내가 선생님의 교육 방식에 도전하는 양, 또 그걸 비판하는 양 받아들이시면서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말씀만 하셨다. 현실을 알건 모르건 사람을 대하는 관점은 달라질 수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어쨌든 그런 선생님들의 생각에 의해 아이들은 이미 문제아로 낙인찍히고 있었고 아이들은 ‘어른들은 우리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내었다. 이런 가슴 아픈 현실을 극복하는 길은 오직 함께 문제의 지점을 이야기 해 보는 것, 서로가 가진 입장의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같이 밝혀 보는 데에 있지 않을까 싶어 선생님들과의 진지하고 솔직한 이야기 마당을 목매고 기다리고 있다.

그간 교육희망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대중강연도 열고, 인권워크숍도 열고, 찾아가는 부모교육도 진행했다. 나는 강연을 들으며 지금 나의 생각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부분은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워크숍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은 무엇인지, 나와 같은 점은 무엇이고 다른 점은 무엇인지, 우리가 이루고 싶은 교육의 희망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아직은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모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데에도 서툴지만 중요한 것은 꾸준히 우리의 발걸음에 함께 할 사람들을 모으며 계속 앞으로 걸어가는 일일 것 같다. 소박한(?) 내 꿈은 우리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우리가 바라는 교육의 모습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누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런 꿍꿍이가 마음껏 만들어지는 곳이 교육희망네트워크라면 더없이 행복하겠다.

/교육희망네트워크 이야기마당 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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