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사직공원-일제의 '광주죽이기'
8. 사직공원-일제의 '광주죽이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6.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직공원에서도 일제의 '광주죽이기'를 읽을 수 있다.

광주도시공간구조를 살펴보면 옛부터 광주읍성밖 사방의 주요시설로 소위 3단(壇)1묘(廟)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는 사직단(社稷壇), 성황단(城隍壇), 여단( 壇), 문묘(文廟;鄕校)를 말한다.

여기서 성황단은 다산을 기원하는 마을앞 돌무덤으로 옛 춘태여상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밖에서 죽은 귀신들을 위로한다는 여단은 옛 광주상고 맞은편 언덕(현 금호아파트 자리)에 있었으며 문묘는 지금의 향교이다.

조상대대로 풍년 안정 기원 사직제 지내던 곳

또 사직단은 사(社)가 지신(地神), 직(稷)이 곡신(穀神)으로서 오곡의 풍양을 기도하고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제단인데 지금의 사직공원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사직제는 춘(2월)과 추(8월) 양회에 걸쳐 있었으나, 갑오년 이후 여제와 함께 폐지되었다고 한다.

사직단은 지난 92년 사직공원 팔각정 앞에 복원되어 있으나, 원래는 옛 KBS방송국 자리 인근에 영구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담장안에 장방형으로 된 두개의 단이 있었다고 전해 오고 있을뿐 위치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바로 일제가 1910년 읍성철거령에 이어 조상들의 역사적 정체성이 담긴 사직단을 없애버리고 대신 그 자리에 신사를 만든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일제가 이곳을 공원으로 지정한 것도 신사가 있었던 자리이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1910년 일제가 사직단 없애고 신사만들어

실제로 사직공원의 역사는 일제때부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4년 광주면시절 비법정 기념공원으로 지정됐고 1943년 광주공원이란 이름으로 13만6천㎡가 법정공원화된 것.

그러나 공원다운모습으로 개발된 것은 67년 광주도시계획 재정비과정에서 명칭을 광주공원에서 사직공원으로 변경하며 규모도 7만5천900㎡으로 축소하면서부터다. 동물원이 들어선 것도 이때로 알려진다. 조상대대로 사직제를 지냈던 장소에 동물원을 만들었다는 것도 사실 광주역사와 공간구조의 왜곡이 아닐까.

어쨌든 당시 동물원을 만든 것은 다른 도시에도 있으므로 광주에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로 유원지를 개발하려는 구상이었으며 사직공원에 위치한 것은 지역민들의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도심가까이에 들어서도록해야 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인해 사직공원은 지금까지도 동물원으로 더 유명하다. 실제로 사직공원은 지난 92년 동물원이 지금의 우치공원으로 이전해가기전까지 연간 방문객이 100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광주시민뿐만 아니라 전남도민들의 놀이 및 교육공간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사직공원 동물원을 수학여행코스로 추억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특히 아직까지도 사직공원에 동물원이 있는줄 알고 찾아오는 이들이 종종 있을 정도라고 한다.

60년대 동물원 소풍 수학여행 필수코스로

그러나 동물들의 배설물로 인한 악취와 호랑이 울음소리 등 동물들의 소음 등으로 인해 주변주민들이 민원이 끓이지 않자 광주시는 92년 우치공원으로 동물원을 이전했다.

사직공원은 또 광주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로서의 기능도 했다. 바로 팔각정이 그것이다. 지금도 팔각정에 오르면 무성한 나무와 몇몇 고층빌딩이 가리고 있지만 무등산과 광주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현재의 팔각정은 지난 72년 4층 높이로 다시 지은 것으로 당시 조경사업 등으로 자수성가한 정래헌씨(70)가 20년간 사용한 뒤 광주시에 기부체납키로 한 것이었다. 실제로 정씨는 팔각정을 지난 92년 광주시에 기부했고 그 뒤부터 지금까지 시로부터 임대를 받아 까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 사직공원은 도심공동화와 함께 공원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인근주민들의 산책로로 활용되고는 있지만 동물원이 있을 때 처럼은 아니더라도 많은 광주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심공동화 따라 공원기능 상실 주차장화


그만큼 제대로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해석이다. 광주시가 광주공원과 함께 관리하고 있지만 미화담당 청소원이 2명에 그치고 있고 관리예산도 연간 3천여만에 그치는 등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사직공원은 밤은 말할것도 없고 낮에도 차량의 주차장이 되다시피하고 있어 인근주민이 아니면 산책하기에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변해버렸다.

지난72년 팔각정을 광주시에 기부채납한 정래헌씨
광주시는 문화광주2020 프로젝트에서 사직단, 팔각정, 사월혁명기념탑 지역을 중심으로 광주의 랜드마크적 성격을 갖춘 경관조망시설을 조성하며 특히 야간이용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관광자원 확대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재원마련 등 현실적으로 넘어야할 산이 많다. 또 옛 KBS 건물은 올해말까지 25억원을 투입해 영상예술센터로 재개원한다는 계획이지만 문화관광부로부터 도청주변과 함께 문화산업단지로 지정받아야 시너지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역시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

####이어진 기사-사직공원을 가꾸는 사람들

사회환원 차원에서 사직공원에 팔각정을 지어 광주시에 기부채납한 정래헌씨는 사직공원의 산증인이다.

지금도 아들과 함께 팔각정을 운영하고 있는 정씨는 팔각정 주변의 나무나 수석이 모두 자신의 손떼가 묻은 것들이어서 각별한 애착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사직공원이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현실을 누구보다 안타까워 하며 재작년에는 아들과 함께 팔각정 앞에 무대를 만들고 매일 인형극장이나 무성영화, 음악제 등 크고 작은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이벤트는 관리상의 어려움을 내세운 광주시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정씨는 사직공원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시민의식이라고 강조한다. 그나마 공원을 찾는 이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내집 정원처럼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말그대로 '공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YMCA가 작년부터 사직동 주민자치위원회와 함께 펼치고 있는 '좋은동네만들기'도 사직공원을 거듭나게 할 원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이 운동은 그동안 주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기 위한 주민간담회, 동네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Walking Tour(다함께돌자동네한바퀴) 등을 통해 사직공원가꾸기를 중요사업으로 확정했다.

바로 사직공원가꾸기의 일환으로 주민들이 직접나서 공원나무의 벌레없애기, 가족나무실명제를 통한 관리, 유실수 등 나무심기, 공원청소하기 운동 등을 정기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