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알바 권하는 사회
청소년 알바 권하는 사회
  • 조성범 수리고등학교 선생님
  • 승인 2012.05.21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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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범 수리고 선생님

우리는 돈이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미 돈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된 시대. 이 천박한 자본주의는 청소년들을 끊임없이 일터로 내몰고 있다. 실제 200년대 중반 이후 청소년들의 알바가 급증하고 있다. 배달 알바, 재택 알바, 매장관리·판매 알바, 서빙·주방 알바 등으로 업종도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지금의 청소년 알바는 과거 고학생의 알바와 그 성격이 다르다. 알바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빈곤한 가정환경 탓에 학업을 지속하기 위해 주경야독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알바가 학비를 벌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의 청소년 알바는 대부분 소비를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알바로 번 돈의 사용처는 사고 싶은 물건 구입(55.8%), 생활비(15.7%), 오락비(11.9%), 부모에게 드린다(7.5%)의 순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차별과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급여를 제때 제대로 받지 못한 청소년은 다섯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인 걸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 의뢰를 받아 중앙대 산학협력단이 청소년 2,8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년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조사에 응한 아르바이트 청소년 가운데 22.2%가 "늦게 받았으며 금액도 적었다(4.4%)" "늦게 받았다(4.4%)" "제때 받았으나 금액이 적었다(13.3%)"고 대답했다.

급여의 불이익보다 더 심각한 불이익은 인권 침해다. 업주나 손님으로부터 당하는 언어폭력과 성희롱이 그것이다. 위의 조사에서 폭행과 폭언을 경험한 아르바이트 청소년은 23.3%나 됐다. 이들이 당한 불이익을 종류별로 나눠 보면 폭언 등 인격 모독이 40.2%로 가장 많았고, 부상 및 질병(27.7%), 부당해고(11.6%)가 그 뒤를 이었다. 성추행과 성폭행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6.0%나 됐다.

또한 학생 청소년보다 탈학교 청소년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더 많이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근로시간은 당연히 탈학교 청소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조사대상 탈학교 청소년은 평균 시급 4,325원을, 학생 청소년은 평균 4,639원을 받았다. 알바 청소년 사이에도 학력 차별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데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근로기준법 등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과, 설령 노동인권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할 경우 부당해고를 당하는 등 더 큰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것이다. 청소년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도 홍보 부족과 당국의 의지 부족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국에 104개 안심알바 신고센터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 정작 설치된 학교의 담당교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학교 중심으로 설치되다 보니, 탈학교 청소년들이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아르바이트 청소년의 권리보장을 위한 법률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동시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노동인권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고 고용노동부의 상시적 근로감독이 강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규교과 과정에 노동인권 교육을 포함하는 등의 총체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교육희망네트워크> 이야기마당 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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