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재생, ‘뉴타운’이냐 ‘재정비’냐(상)
도심재생, ‘뉴타운’이냐 ‘재정비’냐(상)
  • 박재범 기자
  • 승인 2012.05.14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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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동네 주민들이 직접 만든 ‘무지개 마을’
대전광역시 빈곤동네 살리는 ‘무지개프로젝트’

지난 4·11총선에서도 우리 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이 앞다투어 내세운 공약은 지역의 노후화와 도심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해 재개발·재건축으로 활로를 찾겠다는 공약일 정도로 도심재생이 시급한 현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안 해결을 위해 기존 노후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설계하는 뉴타운이냐 아니면 기존 노후화된 건물을 재정비하는 방식이냐를 놓고 전국 각 지자체에서도 여러 가지 도심재생 방안을 고심 중이다.

<시민의소리>는 대전과 전주에서 모범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빗물이 흐르던 오래된 관을 피노키오의 코로 재탄생시키듯 오래된 모든 것을 다시 재생시켰다. 사진은 대전시 동구 대동의 모습.
최근 들어 도시공간이 도시의 이미지는 물론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MB정부는 이런 도시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낡은 집은 부수고 다시 짓겠다’는 개발논리로 무자비한 재개발·건축·뉴타운 건설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리는데 급급했다.

현 정부의 이런 무리한 뉴타운개발은 원주민들의 반발을 사 급기야 유혈의 용산사태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이도 서울시가 근래에 들어 주민이 반대하는 뉴타운 지정 18곳을 지정해제 하는 등 최근 도시재생은 낡은 건물을 부수는 것이 아닌 재생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서민 내몰지 않는 ‘행복타운’

‘낡은 집은 부수고 다시 짓겠다’는 현 정부의 개발논리에 경종을 울린 대전광역시의 ‘무지개프로젝트’가 화제다.

일명 ‘빈곤 동네 재생프로그램’으로 대전시의 대표적 빈민촌이자 달동네였던 동구 대동이 ‘살만한 서민들의 보금자리’로 탈바꿈해 주민들에게 새로운 꿈이 피어났는가 하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이런 유명세를 떨치기까지는 행정기관의 일방적, 일괄적인 사업 진행이 아닌 주민과의 끊임없는 소통의 결과로 사업진행을 한 덕분이었다.

지난 2009년 2월 대전시 동구 대동종합사회복지관에는 시청 무지개프로젝트를 설명하는 담당 공무원과 주민들은 상기된 얼굴로 첫 대면을 했다. ‘달동네를 재개발하게 되면 원주민들이 모두 떠나야 한다’는 주민들의 근심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걱정과는 달리 공무원은 “아직도 우리 동네를 싹 밀어내고 뉴타운인가,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죠. 그렇게 하면 우리 같은 사람은 어디 가서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며 “정든 내 집, 이 동네를 꼭 지켜줘야 합니다. 그럼요. 주민 모두가 지금 살고 있는 이곳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무지개프로젝트입니다. 여러분들은 여기서 떠나지 않아도 됩니다. 안심하세요”라고 밝혔다.

“이젠 달동네라 부르지 마세요”

▲달동네로 불리던 '대동'은 더이상 달동네가 아니다.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꿈의 동네로 바뀌고 있다.
이렇듯 공무원의 확답이 있자 마을을 재생하자는 주민들의 제안이 봇물처럼 쏟아져 열띤 토론이 시작됐다.

“우리 동네에는 화장실이 없는 집도 많아요. 공중화장실을 더 늘려야 합니다.” “다른 동네사람들처럼 우리도 헬스클럽에 가보고 싶네요.” “도서관 좀 만들어주세요. 그래야 애들이 공부를 하지요.” “애들 울음소리가 없어졌어요. 보육시설을 늘리면 주민들이 애를 낳게 될 겁니다.”

이런 주민들의 제안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동구 대동이 행정안전부의 '저소득층 밀집지역 안전환경개선 사업' 공모에 선정돼 정주환경 개선과 주민의 안전망까지 확보하게 됐다.

지난 2009년부터 무지개프로젝트 3단계 사업지역으로 선정된 대동은 그동안 유휴지를 활용한 공용주차장 건설과 폐가 정비로 마을쉼터 및 화단조성, 벽화와 풍차설치, 연애바위 등산로정비, 테마가 있는 마을길 조성 등 12개 사업을 펼쳐 정주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일자리사업을 통해 저소득 주민생활에 도움을 주고 동네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심어줘 지역공동체 복원이라는 무지개프로젝트의 취지를 이뤄내는 결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

또한, 너무나 열악한 환경으로 눈에 보이는 효과가 미미해 지난 4월 염홍철 시장이 대동에서 금요민원실을 개최, 주민과의 직접대화로 부족한 주차장확보, 폐가정비, 등산로내 가로등 설치 등 시급한 숙원사업 해결에 나서는 등 무지개프로젝트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

▲산1번지인 산꼭대기에 있었던 복지관이 이용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산꼭대기에 위치했던 복지관을 올해 1월 마을 중앙부에 자리잡았다.
주거문제 뉴타운·재개발로 해결 못해

대전시는 급경사 고지대인 이 지역의 부족한 안전시설 확보를 위해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인 저소득 밀집지역 안전환경개선 사업을 유치해 안전망 확보와 환경개선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10억 원(국비 5억, 지방비 5억원)을 투입해 급경사로의 가드레일 설치, 낙차가 크고 경사가 급한 골목길에 안전펜스 설치, 하늘공원 주변의 등산로(계단식)확보, 배수로 정비, 옹벽 연장 설치, 붕괴위험담장 철거 등 시급한 재난 취약시설의 설치 및 개선사업을 추진했다.

이런 방식으로 대전시는 동구 대동을 비롯해 동구 판암동, 대덕구 법동, 서구 월평동 등 영세민 아파트 지역과 중구 대사·문창동 등 이른바 달동네 지역을 대상으로 무지개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대상 마을이 정주·교육·복지여건이 개선됐으며 경제·사회적 자활능력이 배양되는 살기 좋은 동네로 복원됐다.

이들 마을에는 지역공동체 복원을 목표로 총 1천5억5천여만원의 사업비가 소요돼 174개의 단위사업을 추진해 현재 167건의 사업을 완료했으며 7건의 사업이 추진 중이다.

애초 무지개프로젝트는 지난 2006년 취임한 박성효 시장의 ‘도시재생에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박 시장은 당시 “주민들과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여기를 떠나면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돈도, 변변한 수입도 없는 영세민들을 밖으로 내모는 ‘뉴타운식 재개발’을 한다면 아무 것도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박재범 기자

▲주민공동작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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