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 이용, 우리에겐 어려워~요”
“주민센터 이용, 우리에겐 어려워~요”
  • 박재범 기자
  • 승인 2012.04.26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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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편의시설 부족한 공공기관
형식적인 경사로에 바람 빠진 휠체어 까지

광주시가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장벽을 없애자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지난해 9월부터 유니버셜디자인을 추진 중이다. 유니버셜디자인은 노인을 비롯해 어린이, 장애인, 일반인, 외국인 등 모든 사람들이 시설이용에 불편을 겪지 않는 도시 구조 자체가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데 편리하고 안전할 수 있는 도시디자인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시민의소리>는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각 구청과 보건소, 자치센터 한 곳(지자체 별)을 확인해 장애인 편의시설이 미비한 곳을 분석했다. /박재범 기자


화창한 봄이다. 도시 곳곳에서 화사한 꽃들에 매료돼 완연한 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각 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는 이런 봄의 화사함을 더 느낄 수 있다. 기존의 화단을 비롯해 수십 개의 화분까지 이용해 갖가지 울긋불긋한 꽃들로 화사하게 단장을 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공공기관은 철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청사 가꾸기에 열성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장애인들의 편의시설 개선에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청
동구청 본관건물 도입부인 경사로. 경사로는 첫 부분은 완만하지만 중간단계 부터는 휠체어 장애인이 혼자 힘으로 오르기 힘든 실정이다. 여기에 경사로 입구에 설치된 '장애인 도우미 벨'은 지난 2010년 장애인단체에서 작동 여부를 실험했을 당시에도 안내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는데 이제는 아예 작동이 되지 않았다. 또한 장애인화장실은 출입구부터 휠체어가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입구가 좁은데다 화장실 내부 바닥에 설치된 물내림 버튼이 휠체어 바퀴에 눌려 작동됐다.

▲동구보건소
건물에 진입하는 경사로는 완만해 별 불편함이 없지만 장애인이 현관문을 직접 열고 들어가기 힘든 실정이다. 또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각 진찰실 입구에 간혹 설치돼 있을 뿐 입구에서 부터 진행 및 정지 점자블록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산수2동 주민센터
경사로가 마련됐지만 두 사람의 도움을 받더라도 휠체어가 진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2010년 장애인단체의 건의에 화장실에 비치된 거울의 높이를 조정했지만 화장실 입구가 비좁아 휠체어 진입이 어려웠다.

▲서구청
새로운 건물로 최대한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하지만 인도에서 서구청으로 향하는 점자유도블록과 차량진입을 막는 경계석이 간섭을 보여 사고의 위험이 컸다. 또한 서구의회로 가는 유도블록의 설치가 아예 없었다.

▲화정2동 주민센터
기존 주민센터가 U대회로 인한 재건축으로 인해 3년 동안 임시로 사용한다는 주민센터. 장소가 협소해 휠체어 경사로의 경사도가 큰가 하면 내부에서도 휠체어의 이동이 불편한 실정이었다.

▲남구청
남구청 주차장 한쪽에 설치된 시각장애인 유도블록과 민원실로 진입하는 휠체어 경사로가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가려져있어 무용지물이다. 민원실 내부에 비치된 휠체어도 먼지가 수북이 쌓여있는가 하면 바퀴에 바람이 없어 곧바로 사용이 불가능했다. 또한, 본관 현관 로비에 설치된 유도블록이 뜯겨져 나가있는데도 보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또는 촉지도식 안내판, 음성안내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

▲남구보건소
보건소 1층에 마련된 하나밖에 없는 장애인 화장실이 폐품으로 가득 차 이용할 수 없었다. 또한 입구에 비치돼있어야 할 휠체어가 바람이 빠진 채 접수창고 사무실 한쪽에 테이블 의자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월산4동 주민센터
기존의 3단 계단에 설치한 경사로의 경사도가 커 휠체어 이용자가 도움을 받지 않고 오르기 힘든 실정이다. 민원실 내부에 점자블록은 대부분 잘 설치됐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른 편의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북구청
본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현관과 상당한 거리에 있는 건물 양편 경사로를 이용해야 했다. 양편에 마련된 경사로도 휠체어 장애인이 도움을 받지 않고 오르기 힘들게 경사도가 컸다. 민원실을 비롯해 본관 로비 등의 건물 내부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 등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북구보건소
건물 뒤편에 마련된 장애인 주차장에서 차에서 내려 휠체어를 이용해 건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차량을 피해 도로로 내려와서 경사로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도로의 경사가 너무 커 안전사고의 위험이 컸다.

▲풍향동 주민센터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2층에서 운영되는 각종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에 휠체어장애인의 참여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또한 민원실에 비치해야 할 휠체어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창고에 보관돼 있었다.

▲광산구청
인도에서 연결된 시각장애인용 유도블록이 끝나는 건물 진입부의 자동문이 작동되지 않았으며 촉각안내도가 없었다. 여기에 점자블록이 설치된 중간출입문은 각종 안내구조물로 막혀 있었다. 또한, 현관 로비도 유도점자블록이 전무했다.

▲광산 보건소
정문 방향과 독서실방향에 출입구가 있었지만 정문 방향만 휠체어 경사로가 설치돼있었다. 정문 경사로를 이용해 올라간다고 할지라도 곧바로 내부로 들어가는 문은 휠체어장애인이 혼자 열기 어려웠는가 하면 현재 잠겨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폭이 좁은 현관입구를 돌아가더라도 문이 바깥쪽으로 열려 있어 진입이 힘들었으며 내부에는 점자블록이 대부분 설치되지 않은 실정이었다.

▲송정2동 주민센터
주민센터로 진입하는 휠체어 경사로의 경사도가 너무 컸으며 민원실 내부에 장애인 화장실이 마련돼 있으나 입구 턱을 없애지 않아 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공시설만이라도 사용할 수 있게 해 줬으면……

지난 2년간 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편의시설 모니터링’을 참여하며, 그 속에서 장애인들의 사회활동에 있어서, 사회시스템 즉 시설들에 제약이 참 많다는 걸 피부로 느껴 온 바가 크다. 특히 소위, 국가나 시가 운영주체로 있는 공공시설임에도 장애인들, 특히 휠체어류 장애인들의 편의시설이 미비하다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휠체어 장애인들이나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장애인들은, 벌써 집밖으로 내딛는 순간 막막함이 물밀 듯 밀려들어온다. 이동은 어찌어찌하여 목적지까지 간다하더라도 일을 볼 수 있는 장소가 휠체어 사용자가 편히 사용할 수 있는 편의장치가 고려되어 있지 않다면, 불편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남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장차법 모니터링’을 하며 가장 불편했던 것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공공시설 몇 곳을 모니터링을 하기위해 진입에서부터 애를 먹는 경우가 허다했다. 우선 주출입구부터가 휠체어 사용자가 오르기에는 힘에 부치는 곳이 많고, 폭이 좁아 간신히 통과하기도 했다. 어떤 곳은 관리를 안 하는지 경사로 입구가 움푹 패여 있었고, 경사로가 20도가 넘는 곳도 있었다. 혼자 힘으론 거의 올라갈 수 없는, 건장한 한 사람이 밀어도 힘에 부쳐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야만 올라갈 수 있었다.

이러한 것들을 빨리 시정하라고 강하게 어필을 하면, 관계자들은 우리도 알고는 있으나 예산의 부족만 탓 할 뿐이었다. 물론 편의장치가 잘되어 있는 곳은 차치하고라도 거의 모든 곳은 구색만 갖춰놨을 뿐 이용할 수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바로 장애인사용자 입장에서 고려를 하지 않고 설치하다보니 이런 불편함이 생겨났으리라.

또 장차법에 근거, 시설 안팎으로 장애인들의 권리인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지 확인을 할라치면 매우 불편한 시선과, 공문을 보냈음에도 그런 거 받은 적이 없다 왜 설치느냐는 식의 따가운 눈총이 많았다. 이 또한 그들의 장애인들의 몰이해, 장애인인권의 몰이해, 장애인의 사회활동에 제약이 없어야한다는 교육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공공시설은 누구나 쉽게 이용될 수 있어야한다. 하물며 공공시설임에도 장애인을 위한 최소기준을 적용시킨 편의시설만을 갖춰 놓는다면 그 누가 대한민국을 평등한 나라라고 칭하겠는가. 장애인들도 사람이다. 국가는 국민이면, 약자든 장애인이든 누려야할 서비스는 똑같이 누려야한다고 외친다. 그러나 그 외침은 말로만 이해한 외침이었지 않나 싶다. 진정 마음으로 이해하고, 약자를 이해하는 교육을 진정으로 펼쳤다면 우리나라는, 모르긴 몰라도 지금보다 훨씬 발전되고 선진화 되어 있지 않았을까?

‘미치것네. 몸이 불편하면 그냥 나라에서 해주는 서비스나 받고 있을 일지지, 왜 밖으로 나와서 지랄이긴 지랄이여?’ 모니터링을 탐탁지 않게 지켜본 이들의 마음이 이러하지 않았을까 싶어, 슬프고 씁쓸한 마음으로 짐짓해 본다. /공병조(뇌병변1급·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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